’젠 매스터(Zen Master)’가 심심하면(?) 한번씩 툭 던지는 말에는 뼈가 있다. 이번에는 또 무슨 뜻이 담겨있을까…
’도사’ 명성의 LA 레이커스 감독 필 잭슨은 15일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NBA 서부 컨퍼런스 결승 시리즈를 앞두고 입을 열며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스퍼스는 아직 불법인 ‘존(Zone) 디펜스’를 이미 사용하고 있어 지역방어가 허용되는 다음 시즌에 작전을 바꿀 필요가 없고, 스퍼스의 2년전 우승도 직장폐쇄(Lock out)로 인한 ‘반쪽시즌’에 이룬 것이기에 별 의미가 없다"는 발언으로 상대를 슬슬 긁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76ers)이 리그 MVP로 뽑힌 것은 NBA 최고 선수(샤킬 오닐을 지칭)를 모독한 것"이라며 ‘공룡센터’ 샤킬을 자극했다.
잭슨 감독이 스퍼스의 ‘불법 수비(illegal defense)’를 들먹이기 시작한 것은 리그 심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NBA에서는 현재 맨투맨 디펜스만이 허용되는데, 스퍼스가 오닐을 막기 위해 더블팀 디펜스를 하다보면 자신이 마크하는 선수와 오닐의 중간쯤에 서 결국 지역방어를 하게 되는 선수가 생기기 마련이니 이를 눈여겨 보라는 말이다. 스퍼스의 ‘불법수비’가 화제가 되면 심판들이 눈을 감아주기도 그만큼 어려워 지는 것이다.
개인상에 별 신경을 안 쓰는 잭슨 감독이 아이버슨에게 돌아간 MVP투표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풀이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오닐이 MVP투표에서 3위에 그친 것은 NBA 기자단이 리그 최고선수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오닐에 이를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는 "정작 중요한 것은 포스트시즌 MVP지 정규시즌 MVP가 아니다"라는 충고(?)를 덧붙이기까지 했다.
잭슨 감독이 이같은 문제성 발언을 한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하이스쿨 때 뜻대로 안되면 일부러 팀을 망쳤다"는 말을 취재기자들에 흘린 것도, 다음 시즌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코비와 샤킬만 돌아오면 됐지 다른 선수들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일 없다"며 보조선수들을 섭섭하게 한 것도 모두 돌아보면 역시 ‘도사’다운 발언이었다. 브라이언트가 독주하거나 꾀를 부리지 못하도록 선수를 친 것이며, 릭 팍스와 데릭 피셔의 최근 맹활약을 보면 잭슨감독의 계산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잭슨감독이 왜 스퍼스의 2년전 우승을 비웃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잭슨은 ‘반쪽시즌’ 우승에는 흥미가 없어 3연패 뒤 시카고 불스를 떠났던 것이라는 ‘잽’을 던진 뒤 "어깨를 다쳤다는 데릭 앤더슨도 이번 시리즈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내렸다.
물론 이같은 작전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올해 스카티 피핀이 "코비가 조단처럼 영웅이 되고 싶어 다치지도 않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잘못 약을 올려 레이커스와의 플레이오프 시리즈 1차전에서 싹쓸이를 당했는지도 모른다.
지난 82년 보스턴 셀틱스 대 휴스턴 로케츠의 결승시리즈에서는 로케츠 센터 모제스 말론이 동료들을 자극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가 후회 막심의 결과를 초래한 적이 있다. "동네 놀이터에서 아무나 4명을 뽑아와도 셀틱스를 물리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가 대패한뒤, "팀에 불을 붙이려고 한 말인데 상대팀의 노여움만 샀다"며 고개를 떨군 적이 있다.
잭슨 감독이 세치혀로 싸우기도 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어떨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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