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은 단순히 실력만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아카데미 영화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영화의 시사성, 영화사의 로비 캠페인, 후보의 과거 경력 및 할리웃의 분위기가 그 해 최고의 작품과 연기자를 뽑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올해 오스카상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러셀 크로우와 덴젤 워싱턴은 ‘아름다운 마음’과 ‘트레이닝 데이’에서 발휘한 연기력보다도 워싱턴이 흑인 배우라는 인종 이슈, 크로우가 영국 영화상 시상식에서 부린 행패, 전기 영화 ‘아름다운 마음’이 실제와 다르다는 구설수 등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오스카상에 대한 책의 저자이며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톰 오닐은 올해 니콜 키드먼이 탐 크루즈와의 이혼을 극복하고 수퍼스타로 등극했다는 신데렐라 스토리가 ‘물랭 루즈’의 연기만큼 동정표를 얻는데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키드먼을 수상자로 꼽았다.
오스카상 관계자들은 영화 연기력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슈가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사성-힐러리 스웽크가 99년 영화 ‘소년은 울지 않아’에서 레즈비언 피살자역으로 오스카상을 수상하는데 실존 인물의 피살사건에 대한 격분과 동정이 한 몫을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3년 ‘필라델피아’에서 AIDS 환자로 출연한 탐 행크스, 79년 ‘노마 래’에서 노조운동가를 연기한 샐리 필드, 88년 ‘피고’에서 강간 피해자역을 맡은 조디 포스터 등도 모두 당시 사회적으로 관심이 고조된 이슈를 다룬 영화를 통해 오스카상을 차지했다.
작품상 후보작도 마찬가지로 90년에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마피아 영화 ‘굿펠러’를 물리치고 오스카상을 차지한 ‘늑대와의 춤’이 미국의 아메리칸 원주민 정복을 다뤘으며 베트남전의 참상을 다룬 78년 영화 ‘디어 헌터’ ‘간디’ 등과 같은 메시지 영화들이 오스카상을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도 액션영화, 공상과학영화 등으로 4차례 감독상 후보로 올랐으나 퇴짜만 맞다가 유대인 학살을 다룬 ‘쉰들러의 명단’으로 드디어 감독상을 거머쥐게 됐다.
▲장애인 연기-오스카상이 심신장애의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주인공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은 과거 주연상 수상자들 명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저능아를 연기한 클리프 로버슨, 뇌성마비를 가진 시인역을 맡은 대니엘 데이-루이스, ‘포레스크 검프’의 탐 행크스, 정신병이 있는 피아니스트를 연기한 제프리 러쉬 등이 대표적인 예. 올해 오스카상에도 정신적 장애자를 연기한 주연상 후보자가 러셀 크로우, 션 펜, 쥬디 덴치 등 3명이다.
▲공로상-오랫동안 영화계에서 활동한 원로배우들은 점수를 추가로 받는다. 전설적인 배우 헬렌 헤이즈는 재해영화 ‘에어포트’로 첫 오스카상을 차지한지 거의 40년이 지나서 조연상을 차지했다. 별로 평판이 좋지 않았던 영화 ‘캘리포니아 스위트’로 조연상을 차지한 매기 스미스, 98년 ‘셰익스피어 인 러브’에서 매우 작은 배역으로 조연상을 차지한 주디 덴치, ‘시티 슬랙커스’의 잭 팔란스 등도 같은 예. 최고령 연기상 수상자는 당시 80세였던 제시카 텐디로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주연상을 받았다.
▲과거 실수 바로잡기-대표적인 예가 알 파치노로 ‘대부’ 등에서의 명연기로 6차례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퇴짜를 받았다. 파치노가 ‘여성의 향기’로 7번째 후보로 올랐을 때에 평자들은 "과거의 실수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번엔 그에게 상을 줄 것"이라는 정확한 점괘를 내놓았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에서 보인 대표적인 연기가 아니라 ‘버터필드 8’로 오스카상을 차지했고 헨리 폰다의 연기가 찬란하게 빛난 대표작은 ‘분노의 포도’지만 40년이 지나서 ‘온 골든 폰드’로 오스카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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