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57주년 광복절이다. 미국인들의 7월4일은 독립절이고 한인들의 8월15일은 광복절이다. 광복(光復)은‘광명세계로 복귀한다’‘빼앗긴 주권을 회복한다’는 뜻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그러니, 무주공산에 나라를 세우고 독립을 쟁취한 미국인들의‘4th of July(7월4일)’보다 잃었던 독립을 되찾은 우리의 8·15가 더 감회 깊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해방은 일본이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라며 마치‘손 안대고 코 푼’것처럼 평가절하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는 조국의 독립제단에 피 뿌린 수많은 선열들을 모독하는 말이다. 안중근, 윤봉길, 유관순 등 잘 알려진 의사(義士)들은 차치하고 미국에서까지 자신의 영일을 버리고 독립운동에 몸 받친 무명의 열사들이 많았다.
당시 조국은 오늘날의‘대~한민국’과는 민족적 역량 면에서 비교가 안됐다. 일제의 혹독한 식민통치에 조직적으로 항거할 힘도 없었고 해방 후엔 미국과 소련의 양대 외세에서 초연할 의지력조차 없었다. 일본이 물러가자 민족 지도자들이 제각기 자기 중심으로 공화국의 틀을 짜기 위해 각축했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장덕수, 여운형, 김 구 등 거물 정치인들이 차례로 암살 당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독립운동의 꽃들이 독립과 함께 떨어진 것이다.
광복절의 의미는 조국의 해방과 자주독립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열사들의 애국 애족정신을 기리는 데 있다. 구차하게 자기 목숨을 살리기 위해 민족을 팔기보다는 내 한 목숨 바쳐 민족을 살리겠다는 이들의 정신이 곧 광복정신이요, 살신정신(논어 위령공 편)이다. 그런데, 광복절이 있는 8월엔 다른 분야에서도 이 같은 살신정신의 실천자들이 있었다.
지난 1979년 8월 11일 서울 마포에 있던 당시 신민당 당사에서 투신자살한 여공 김경숙(21)이 그런 케이스였다. 9년전 평화시장의 전태일(22세) 분신사건에 이은 김양의 자살은 노동자 계층은 물론 일반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줬었다. 전남이 고향인 김양은 15세에 서울로와 봉제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다가 1976년 YH 무역에 입사, 이듬해 3월 운명적으로 이 회사 노조의 대의원이 됐다. 재미동포 장용호의 자본금 1백만원을 밑돈으로 1966년 10명이 시작한 YH는 가발수출의 호조로 4년 뒤 1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자랑하며 종업원 4천명을 둔 국내 최대 가발업체가 됐다. 그러나 곧 석유파동이 일어나 불황이 업습하자 YH의 수출은 곤두박질했고 결국 폐업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근로자 보호를 요구하며 폐업반대 농성을 벌이던 종업원들이 야당인 신민당 당사로 농성장소를 옮겼고 8월 11일 새벽 2시 자동차 경적소리가 세 번 울리는 것을 신호로 경찰관 2천여명이 진압작전에 돌입, 농성자들을 23분만에 전원 체포했다. 김양은 이 과정에서 건물 밖으로 투신자살했는데 이 사건은 결국‘부마항쟁’으로 이어졌고 박정희의 유신 독재체제에 항거하는 민중운동의 횃불로 승화됐다.
금년 시애틀의 광복절은 연례 행사인 기념식 외에 전혀 예상 못했던 큰 행사로 으미가 가중되고 있다. 시애틀 미술박물관과 아시안 박물관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한국 설치 예술가 서도호씨의 개인전이 바로 그것이다. 12월까지 계속될 그의 전시회에 선보인 작품들은 한결같이 아이디어와 소재가 신선하고 독창적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대표작으로 꼽히는‘Some/One’이라는 갑옷형태의 작품은 8만개의 군대 인식표를 연결해 만들었다. 시애틀 타임스는 이 작품이 “수많은 사람들(Some)이 개인(One)을 희생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의 자주독립과 평화를 지킨다는 한국의 전통적 군대문화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평했다.
다른 말로는 살신정신의 표출이라는 뜻일 것이다. 광복절을 맞아 선열들의 살신정신을 되새길 뿐 아니라 자주와 독립의 덕목이 더욱 절실하게 요망되는 이민생활에서 우리 한인들도 때에 따라서는 대아를 위해 소아를 버리는 살신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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