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근로자들이 경영진 및 자본가들의 횡포에 대항해서 권익을 집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다. 근 100년에 걸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개선과 생활수준 향상에 이바지한 공헌은 실로 지대하다. 영화나 색 바랜 흑백사진을 통해서 보게되는 초기 노동자들의 투쟁은 처절했던 것 같다. 목숨도 버릴 각오로 싸우며 밤낮없이 벌인 노사협상으로 처우개선을 차곡차곡 따내 요즘 근로자의 입지는 초기에 비하면 지옥과 천국만큼 차이가 난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노동자들의 지위향상 운동이 노동자 천국건설의 기
치를 내걸고 총칼로 출발했던 공산국가에서는 실패로 끝나 노동자 지옥이 돼버린 반면 노동자 계급의 비참한 패배가 예상됐던 자본주의 국가에서 진정한 노동자 천국이 이루어진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적지 않은 경우 단결한 노동자들의 힘은 자본주보다 우위에 서서 상대적으로 자본의 위치를 약화시키고 자본가들은 열세 속에서 노조의 부당한 요구까지도 수용할 수밖에 없게끔 몰리게 된다. 그러나 세상사의 많은 경우에서 보듯이 한쪽의 일방적인 굴종은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불합리에 대한 복종은 초단기적으로 보면 해결방안처럼 보이지만 실은 문제를 덮어두며 키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노조의 긍정적인 역할이 큰 것은 인정해야 하지만 부정적인 면과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노사간의 협상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불문율 하나는 회사가 살고 봐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한 다음에는 아무리 훌륭한 조건이라도 사후 약방문처럼 무의미하다. 실제로 사업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노조 때문에‘못해 먹겠다’는 불평을 많이 듣게 된다. 노조가 주도한 파
업 이후 아예 문을 닫고 마는 회사들도 적지 않게 본다. 극약처방이 효험
을 발휘하는 예도 있지만 양쪽을 다 죽이는 경우라면 그 지혜가 의심스럽
다. 노조가 없었던 기업체에서 노조 결성 이후 달라진 사내 분위기에 관한
일화는 너무 흔하다. 노사간의 적대관계 형성에서부터 인간성 상실까지 노
동자와 자본가 사이의 정신적 유대감 괴멸은 메말라 가는 인간사회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노조의 성공과 노조 불요론 간의 반비례 현상도 주목할만하다. 산업혁명 이후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노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
은 소수에 속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년 사이 노조의 퇴조가 역연하다.
1983년엔 20% 이상이 노조원이었으나 현재 조합원 수는 12%선으로 대폭 줄어들었으며 향후 추세도 하향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추세의 배경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변천해 가는 산업구조도 크게 작용하
지만 노조의 역할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회의감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
다. 주별로 나타난 미국의 노조원 현황도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 노동조합원 수의 비율이 높은 곳은 동부 지역인데 그 중에
서도 뉴욕주는 25%가 넘어 가장 높다. 낮은 지역은 전통적으로 남부 지역이
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4% 밖에 안돼 가장 낮다. 흥미로운 현상은 노조
원수 비율이 낮은 주일수록 해외투자가들과 신규 투자 유치율이 높다는 사
실이다. 워싱턴주는 20년 전의 27%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18%인데 그래도
아직은 노조원 비율이 높은 주에 속한다.
한국의 경우 총 취업인구 2,100만명 중 조합원으로 등록된 숫자는 150만명으로 7.3%에 해당한다. 미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로 극히 소수가 노조에 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노조는 막강한 힘을 행사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면 1999년도 발생한 노사분규 건수는 거
의 200건에 이르렀으며 파업으로 인한 손실 일수는 140만 일에 달했다. 반
면에 총 노동인구가 한국의 6배 이상인 미국의 경우 같은 해에 분쟁건수는
17건에 불과했고 손실 일수는 200만일 밖에 안됐다.
정치적인 측면을 떠나 노조가 노동자, 기업인, 그리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득실을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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