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항상 이분법이 지배한다. 경제의 미래를 두고도 한창 왈가왈부 중이다. 미국경제의 경우 2002년 초반에는 재고가 현저하게 줄어 생산확대가 소비증가를 뒤따를 것으로 믿었다. 경기회복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올 줄 알았으나 금년 2/4~3/4분기 중에는 저금리 덕택에 활기를 유지한 주택거래 부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김이 빠지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경제는
숫자상으로는 더 악화가 안돼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체감경기는 여전히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왜냐하
면 경기가 최저 점은 통과했지만 아직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여
서 수개월 째 최악의 상황을 헤매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9월중 고용인원이 4만명 이상 줄어든 것을 비롯, 그 동안 크게 활발했던 자동차 판매도 시들해지고 백화점을 찾는 발길도 뜸해졌다. 금년
초반까지 계속호조를 보인 제조업도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2002년 중 미국
경제는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많은 고난을 불가피하게 초래했
다. 악명 높은 회계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일련의 연관사건들이 줄을 이었
다. 엔론, 월드컴, 타이코 등 회사에서 발생한 회계장부 조작사건은 주식시
장 전체를 강타했고 주식폭락은 미국인들의 재산을 크게 축나게 만들었으
며 이는 다시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 상실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이 같은 대형 경제사건들로도 모자라는 듯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라크 공격
논의와 그 준비는 경제 전반의 위기의식과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현 시점에서 미국경제의 미래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지금 맞고 있는 침체가 단기성이냐, 장기성이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단기간에 끝날 임시
적인 성격의 침체라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
이겠으나 만일 제2의 일본화를 염려할 만큼 장기적인 불황으로 이어진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침체가 단기적 현상이며 곧 끝나게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주가폭락을 부추기는 일련의 사건들이 일회성 성
격임으로 그 파장이 곧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에 근거를 두고 있고, 반대쪽
사람들은 작금의 현상을 심각한 거품 후기에 오는 불균형 증세로 보고 장기
간 지속이 불가피하다고 결론 짓는다. 지금 보면 두 견해가 모두 충분한 논
리를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한쪽은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
비관론자들은 미국경제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 것이라며 그 이유로 세 가지
를 들고 있다. 우선 기술주 폭락을 가져온 소위 기술부문 거품이 완전히 사
르러지기까지는 앞으로 10년이 걸리며 그 동안 기술부문 신규투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믿고 있다. 둘째, 가계와 기업의 부채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서
소비와 투자가 밑바닥을 헤맬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셋째, 주식시장 몰
락으로 부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저축
을 대폭 늘리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소비규모는 자연적으로 줄어들면서 경
제가 위축된다고 장담한다. 과연 그럴까?
기술부문 침체라고 포괄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공황에 버금가는 현상은 거
의 통신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나머지 부문은 불황 정도 수준을 경험하고 있
다고 봐야 한다. 만약 기술부문 수요가 되살아나는 날에는 수익이 크게 늘
어나게 된다. 기업의 부채부담은 순익에서 이자지불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
로 재야 옳다. 40년 이래 낮은 이자율 덕분으로 기업의 이자비용은 캐시-플
로 액수의 16%밖에 안될 정도로 낮다. 따라서 이자 지불액이 큰 부담이 될
만큼 위험한 수준이 아니다. 가계 빚 수준도 재 융자(리파이낸싱)덕택에 이
자 지불부담은 수입의 14%에 불과하다. 이 정도를 위험한 수준으로 보지는
않는다. 미국인들의 낮은 저축성향은 유명하지만 이미 최근에는 그 동안 저
축률 0%에서 4%까지 올랐다.
미국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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