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생환’엘리자베스 납치사건 의문 증폭
집 뒷산서 3개월간 야영 “도망칠 기회 없었나”
납치 용의자 미첼부부 범행 동기도 안 밝혀져
피납 9개월만에 극적으로 이루어진 유타주의 10대 소녀 엘리자베스 스마트의 생환은 미국인들 모두에게 풍성한 화제거리와 궁금증을 한아름 안겨주었다.
관심의 초점은 지난해 6월5일 솔트레이크시티의 부촌인 페더럴 하이츠 저택 침실에서 여동생(당시 8세)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장괴한에게 납치된 엘리자베스가 12일 목격자들의 제보로 경찰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의 9개월간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냈느냐에 집중되어 있다.
그녀를 발견할 당시 함께 있었던 납치용의자 브라이언 데이빗 미첼(49)과 그의 아내 완다 아일린 바지(56)의 범행동기와 엘리자베스의 탈출의지 여부도 궁금증이 동하는 대목이다. 솔트레이크시티 경찰은 “엘리자베스가 피납기간동안 해를 당한 것 같지 않았으나 그녀를 처음 발견한 경관이 이름을 불렀을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 외에는 “현재 수사중”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단편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부유한 부동산개발업자 에드 스마트의 장녀인 엘리자베스는 용의자인 미첼에 의해 자신의 침실에서 납치돼 집 뒷산에서 3개월동안 야영생활을 했으며, 이후 미첼과 그의 아내 바지와 함께 샌디에고와 애틀랜타, 플로리다 등지로 옮겨 다녔다.
한가지 특기할 점은 사건발생 수시간후 뒷산에 숨어 있을 때 숙부인 데이비드 프랜컴이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숲속을 뒤지며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그녀가 침묵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그녀의 아버지 에드는 13일 “두명의 납치범들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딸 곁에 붙어 감시를 했고, 도망치거나 신고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세뇌를 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딸이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아 실종기간동안의 일에 대해 캐묻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ABC뉴스가 확보한 비디오에는 미첼과 바지, 엘리자베스로 보이는 3명이 흰 예복을 입고 솔트레이크 공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때에도 엘리자베스와 바지는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베일을 착용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들에게 4일간 아파트를 빌려준 한 남성은 미첼이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엘리자베스를 자신의 딸로 소개했다며 “그녀에게는 경찰에 전화를 하거나 도망칠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엘리자베스는 경찰서 바로 뒤에 있는 이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납치용의자들과 함께 파티에도 참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의 이력도 흥미롭다. 가중납치죄 혐의로 체포돼 솔트레이크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된 미첼은 무숙자로 전락하기전 보석 디자이너였고, 그의 처 바지는 몰몬 태버너클 합창단 오르간주자로 활약하던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였다.
바지와 그녀의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마크 톰슨(32)에 따르면 헤로인 중독으로 재활센터에 들어간 미첼은 언제부턴가 이상한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고 자신이 하나님이라는 망상증을 보이면서 가정이 파탄에 빠지기 시작했다.
톰슨은 “여동생 루 리 게일러(27)가 14세 되던 해 계부의 기행을 못이겨 생부를 찾아 가출했다”며 “엄마(바지)가 루를 잊지 못해 딸의 인형에게 말을 걸고, 외출할 때마다 갖고 다니는 등 심한 집착증세를 보이자 미첼이 루와 용모가 비슷하고 가출당시의 의붓딸과 나이가 같은 엘리자베스를 유괴해 바지에게 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톰슨은 광적인 몰몬 신도인 미첼이 재산을 모두 팔아 겨울에는 무숙자들과 지내며 구걸을 하고 여름에는 산속에서 지내며 사냥으로 연명했다며 93년부터 그와의 연락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14세 때 가출한 루는 “계부가 집에서 기르던 토끼로 요리를 만들어 강제로 먹이는 등 기행을 일삼았으며 늘 자신을 하나님보다 높은 존재로 믿었다”고 회고했다. 루는 또 가출하기 전 미첼이 강제로 입을 맞추고 손으로 몸을 더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우정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