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희 <특집 2부 부장>
얼마전 만난 한 친지가 교회를 옮겼다고 했다. 이유는 새로 옮긴 교회 목사의 설교가 더 좋기 때문이란다. 이 사람은 5년동안 세 번 교회를 바꾸었다. 나는 ‘곧 또 옮기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교회를 정할 때 목사의 설교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매우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는 이유가 설교를 듣기 위해서이며, ‘설교 듣는 것이 곧 예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예배 시간에 좀 늦어도 설교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대표기도 시간마다 장로들이 지금은 예배 첫 시간이오니 마치는 시간까지…라는 내용을 빠지지 않고 집어넣는 것이다. 예배 중간쯤에 있는 대표기도 시간이 첫 시간이라면, 그 전에 했던 예배의 부름, 찬송, 참회기도, 신앙고백, 교독문 등의 순서는 예배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설교는 예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예배를 ‘설교 중심’으로 이해하면 그 예배는 ‘목사 중심’의 예배가 되고, 그 교회는 목사 중심의 교회가 되어버린다.
오늘날 대형교회 담임목사들은 모두 명설교자들인 이유는 설교 잘하는 목사가 훌륭한 목사로 인식되고, 그런 목사의 설교를 들어야만 자기도 좋은 교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 교회로 몰려가는, 한국교회에만 독특하게 존재하는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그러니 목사들에게 설교기술을 가르치는 세미나가 성황을 이루고, 이들의 설교준비를 돕기 위해 설교 예화며 설교 샘플, 관련자료들을 알려주는 정보와 웹사이트가 넘쳐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목회자들의 잘못이라기보다 성도들의 탓이 더 크다고 본다. 유명 목사들의 설교 테입을 돌려가며 듣고, 좋다는 설교집들을 섭렵하며, 스타목사들의 부흥회마다 좇아 다니느라 귀만 높아진 성도들이 들은 말씀을 실천할 생각은 안하고 더 좋은 설교만 찾아다니므로 왠만한 목사는 아무리 힘들여 설교를 준비해도 성도들의 높은 수준을 맞추기 힘든 것이다.
목회자가 하는 일은 설교가 전부가 아니고, 교회에 다니는 이유도 설교만 들으러 가는 것이 아니므로, 교회를 정하거나 목사의 능력을 평가할 때 설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교회사역에는 성도들을 돌보고, 봉사하고, 가르치고, 치유하는 여러 부분이 있고, 목회자도 개인의 성격과 인품이 설교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성도들은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므로 무조건 아멘으로 받아야한다는 일부 목사들의 주장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인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성경을 풀어 가르치는 설교는 분명히 인간의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말이란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당연히 설교에는 인간의 잘못된 생각도 들어갈 수 있고, 잘못된 생각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이름으로 선포되는 불행한 일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내 생각에 좋은 설교는 그 내용이 목회자의 삶과 일치하는 설교다. 우리는 자신의 설교 내용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목회자들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설교는 은혜스러웠는데 강단에서 내려온 후 그의 모습이 설교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가 했던 모든 이야기가 일순간에 거짓이요 위선이며 울리는 꽹가리로 변하는 경험도 여러번 했다.
설교가 좋아 찾아간 교회에서 목회자에게 실망하여 상처 입었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이유, 교회를 옮겼다는 친지에게 ‘곧 또 옮기게 될 것’이라고 내가 장담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모든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이 ‘솔선수범’이듯 목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한국교회에는 좋은 설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본이 되는 목회자가 필요하다.
목회자 뿐 아니라 교회도 사회의 본이 되어야 하고, 교인도 이웃의 본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말로가 아니라 행동으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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