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접한 뉴욕한인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플러싱 서울플라자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신문과 방송을 보며 자세한 소식을 접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한국 정치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뉴욕 한인사회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한인들은 이번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봤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뉴욕 한인 84명이 참가했으며 이중 남성은 52명, 여성은 32명이었다. 연령대로 보면 20대가 8명, 30대는 25명, 40대 30명, 50대 이상 21명이었다. <편집자 주>
이번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에 대해 ‘잘못됐다’는 반응이 전체의 63%를 차지했다.특히 응답자 중 여성들이 이번 탄핵이 잘못됐다고 말해 이채를 띄었다. 남성은 탄핵에 대해 ‘잘됐다(24명)’와 ‘잘못됐다(28명)’의 비율이 비슷하게 나온 반면 여성은 ‘잘못됐다(25명)’가 ‘잘됐다(7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탄핵을 찬성하는 한인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볍게 처신했다’ 또는 ‘대통령감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들었다.그러나 탄핵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한인들은 ‘탄핵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의 당리당략적인 판단에서 나온 나라 망신’이라고 성토했다.
연령별로는 20~40대까지는 탄핵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50대 이상에서는 탄핵이 옳았다는 응답이 약간 높았다.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유에 대해서는 ‘야당 책임(36명)’과 ‘대통령 책임(36명)’이 팽팽하게 맞섰다. 역시 50대 이상에서는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탄핵안 가결로 한국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는 항목에서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경제 문제를 첫손에 꼽았다. 국제적인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제2의 IMF’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부터 경제 혼란이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맨하탄에서 근무하는 20대의 안모(여)씨는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고 이에따른 경제 침체가 우려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한국에 투자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회가 혼란스러워지고 국론이 분열될 것으로 예측하는 한인들도 많았다.
’분노한 국민들의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반응과 ‘정국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일부에서는 ‘한국사회가 충분히 성숙된 만큼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체육단체의 박모 회장은 국정 공백기간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겠지만 이미 결정된 상황이니까 결국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인가에 대한 조사에서 ‘기각될 것(46명)’이라는 응답이
’통과할 것(28명)’이라는 의견보다 2배 정도 많았다. 10명은 잘 모르겠다고 응답하거나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최종 가결시켜야 한다는 한인 중에는 탄핵이 되면 한국정치의 각종 비리를 척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으며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뚜렷한 위법사실 없이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파면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한편 이번 탄핵안이 가결되기 전에 있었던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많은 한인들은 그 기자회견이 설득력과 포용력이 부족해 이같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김주찬 기자>
■ 한인 경제인들 사태전개 주시
뉴욕 한인 경제계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미주 한인경제에 악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가능한 한 탄핵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이번 사태가 한인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한국과 거래가 많은 업체들은 깊은 우려와 함께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한인 경제가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로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추이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준홍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은 경제의 가장 큰 적은 사회 정치적 불안요소와 불투명성이라며 이같은 측면에서 대통령 탄핵 가결은 한국과 교류가 잦은 업체들에게 한국업체들과의 교역 또는 투자 계획에 수정을 요구하는 등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한인상공회의소도 초유의 한국 대통령 탄핵 사태가 경제 불안심리를 고조시킬 것이 분명한 만큼 한국경제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한인경제에 미치는 충격파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안젤린 조 뉴욕상의회장은 이번 사태가 한국의 국제신인도 하락을 가져와 한국경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장기적으로 한인경제에도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한인 금융권에서도 이번 대통령 탄핵이 한국인들의 대뉴욕 투자나 한인들의 대한국 투자 심리를 끌어내려 금융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인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인경제 성장의 한 축에는 한국기업과 한인업체들이 얼마나 상호 투자를 하고 거래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이 장기간 계속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전했다.이같은 분위기 속에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는 한국경제나 한인경제에 있어 안타깝고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면서 그러나 한국경제 시스템이 허약하지 않아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인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노열 기자>
■한국일보 1,021명 대상 여론조사
한국 국민 72.8% 탄핵 잘못된 일
국회가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한 데 대해 국민의 72.8%가 ‘잘못된 일’(대체로 26.9%, 매우 45.9%)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잘된 일’이라고 본 국민은 25.6%(대체로 17.6%, 매우 8.1%)에 그쳤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 이날 오후 전국 성인 남녀 1,021명을 상대로 실시한 긴급 전화여론조사에서 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자숙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이 52.5%로 가장 많았다. ‘헌재 결정전까지 정치적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국회와 맞서야 한다’는 19.3%, ‘열린우리당의 총선 성적에 따라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15.2%, ‘국회의 뜻을 존중해 즉각 하야해야 한다’는 11.1%로 각각 조사됐다.
탄핵안 가결로 각 정당이 4.15 총선에서 받을 영향에 대해선 열린우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답이 44.3%로 가장 많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유리하리라는 응답은 각각 25.7%와 7.6%였다.
탄핵을 계기로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내각제 또는 책임총리제 개헌론에 대해선 반대가 60.2%(적극 26.5%, 대체로 33.6%)로 29.8%에 그친 찬성론(대체로 22.8%, 적극 6.9%)을 앞섰다.
17대 총선 정당지지도 조사에선 열린우리당 38.2%, 한나라당 16.2% 민주당 7.1%를 각각 기록했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