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평통 및 북한 어린이돕기 범동포추진위원회 임원진이 26일 북한 고성군 온정리 온정마을을 방문, 북한측 관계자들에게 분유를 직접 전달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3번째가 고성군 인민위원회의 진해철 부위원장, 4번째는 이계화 고성군 탁아소원장
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분유 전달 및 금강산 방문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뉴욕협의회의 방북 여행은 25일 오전 9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시작됐다.
강원도 고성 소재 금강산 콘도랜드에서 ‘금강산 관광증’을 받은 뒤 오후 2시 30분 남한의 마지막 통제지역인 통일 전망대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버스에서 모든 짐을 내린 뒤 남한의 출국 및 세관 심사를 마치고 북에서 온 버스로 갈아탄 시각은 4시 30분.
이날 금강산 방문단은 뉴욕평통 관계자 60여명외에도 남한 방문자 300여명 등 총 360여명이었다. 조선족 동포들이 운전하는 각 버스에는 2박 3일간 관광 가이드가 될 현대 아산 관광국 소속 직원들이 탑승해 있었다.
뉴욕평통의 역사적인 북한 방문의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정영실씨었다.
통일 전망대에서 휴전선까지는 약 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씨는 30분간 북한에 대한 유머 섞인 설명으로 여행객들의 긴장을 풀어줬다.
북한에서는 가이드라는 표현이 금지돼 있답니다. 따라서 저희들을 부르실 때 가이드 대신 ‘조장’이라는 표현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저는 ‘정 조장’입니다. 아시겠죠?정 조장은 사진촬영 금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휴전선은 물론, 여러분이 머물게 되실 해금강 호텔 지역은 군사지역이기 때문에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일단 버스가 휴전선을 지나 북한으로 진입하게 되면 북측 군인들이 망원경으로 버스 안을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기는 가방 안에 집어넣어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 촬영을 하다 발각될 경우, 우리뿐만 아니라 나머지 버스에 탄 여행객들도 즉시 남한으로 돌아와야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비무장지대 진입을 앞두고 남측의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철조망 사이사이에는 조약돌이 아래위로 나란히 박혀 있었다. 만약 돌 하나라도 빠져 있으면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신호로 간주, 비상사태에 돌입하게 된단다. 분단된 조국의 아픔이 서서히 마음속에 느껴졌다.
비무장 지대 앞을 지키고 있는 자랑스런 대한의 건아들에게 버스에 탄 관광객들이 손을 흔들자 군인들이 손을 흔들어준다.남측 비무장지대를 지나 휴전을 지난 것은 정확하게 오후 5시. 거리 상으로는 뉴욕에서 워싱턴까지도 안 되지만 분단된 조국을 건너기 위해 소요된 시간은 8시간이었다.
북한 군인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올리브 색깔에 조금은 커 보이는 군복을 입고 경직된 모습으로 버스 통로를 지키는 북한군의 모습은 10대 후반의 애띤 소년들의 모습이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빈곤 때문인지 그들의 볼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북한군인들의 시선에서 경계와 경멸이 느껴졌지만 그들이 밉기보다는 측은함이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아무리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버스에서 북한군의 모습을 보면 예전의 느끼지 못했던 ‘동포애’를 느낄 수 있으리라...
버스에 탑승한 평통 위원들과 가족들이 북한 군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남측 군인들과는 달리 북측 군인들은 손을 흔드는 관광객들에게 아무런 답례를 하지 않았다.5시 11분, 버스가 잠시 정체한다. 버스 앞에는 북한군 8명이 2줄로 서 있다. 이들 8명은 관광단 버스를 점검하며 인원을 확인한다.
북한군이 버스에 타기 전 정 조장이 설명한다.여러분, 북측 군인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예의를 안 지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버스에 탑승하면 잠을 자거나, 껌을 씹지 말아주세요. 그들을 향해 웃는 것도 일종의 희롱으로 간주됩니다.
잠시 후 북한군인 한 명이 버스에 탑승, 뒷자리까지 유심히 점검했다.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으며 관광객들과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버스에서 잠을 자거나 껌을 씹는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인원 확인이 끝난 뒤 버스가 다시 달렸다.
5시 30분, 북한에서 첫 민간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통로를 가리는 펜스 넘어 군데군데 집들도 눈에 띄었다. 북한 마을의 집들은 70년대 후반 한국의 시골을 연상케 했다. 한가지 차이점은 집의 생김새가 모두 같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체제를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버스 창 너머로 저 멀리 금강산 봉우리 중 하나의 바위에 새겨진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세상도 기술도 문화도 주체의 요구대로’...북에서는 이와 같이 산꼭대기 바위에 새겨진 글을 ‘글발’이라고 한다. 금강산 봉우리 곳곳에는 ‘글발’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발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것은 금지돼 있다.정 조장으로부터 북한 단어 몇 가지를 설명 들었다.아파트는 다층건물, 주차장은 차마당, 주유소는 연유 공급소, 계란은 닭알 등등...
호텔 해금강 바로 앞에 위치한 북한 세관 및 입국 검문소를 통해 북한으로 공식 입국했다. 이때 북한 입국 조사관은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고 각 여행객들이 소지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증’에 도장을 찍는다. 한가지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이 관광증이 여행 중 조금이라도 손실될 경우, 벌금을 물게된다는 사실이다.
식사할 때 조심하세요. 김칫국 한 방물만 튀어도 나중에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입국 절차를 마친 뒤 검문소 앞에 걸려 있는 플랭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금강산 관광객들을 동포애의 심정으로 환영한다.’문득 한국을 떠나기 전 현대아산 관광국의 심상진 부장의 설명이 머리를 스쳤다.
아직까지 금강산 관광은 시설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관광을 한다는 차원보다는 지난 50여년간 올 수 없었던 곳을 찾는다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십시오.
■금강산 안내원 정영실 조장
정영실(현대아산 금강산 관광 안내원·사진) 조장은 거의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금강산을 등반하는 ‘금강산 박사’이다.
지난 1년간 금강산 관광 안내원으로 일해온 정 조장은 지난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시 해오던 나라를 방문해서인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방문 첫날은 많이 긴장하시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틀째부터는 긴장감이 다소 풀어지신다라고 밝혔다.
금강산 방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남측 분들의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현재 금강산 안내원으로 일하고 있는 현대아산 소속 직원들은 모두 62명이다. 이들은 3개월간의 트레이닝 기간동안 금강산에 대한 유래와 전설에서부터 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쌓는다.
뉴욕평통 위원들의 금강산 안내를 맡은 정 조장은 재치 있는 유머와 해박한 금강산 지식으로 뉴욕 한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지난 1년간 관광객들을 모시며 눈물어린 장면도 많이 봤어요. 북한에 어머니를 둔 어느 한
분은 민간인 마을이 나타나자 버스 안에서 통곡을 하시며 ‘어머니’라고 부르짖으시더라구요. 당시 버스 전체가 눈물 바다가 됐던 기억이 납니다.
정 조장은 일부 관광객들이 금강산에서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을 때 가장 속상하다고 전하고 뉴욕의 한인들이 금강산 방문시 꼭 저 정 조장을 찾아주세요라고 미소지었다.
<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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