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3월이 지나갔다. 매년 3월은 대학합격 통지서가 날아오는 달. 12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3월 초순부터 혈압 오르내리는 초조한 기다림 속에 한달 여를 보냈다.
아이의 학업성적 수준을 알면서도 ‘혹시나’하는 기대를 누를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그래서 ‘미안하다’는 불합격 통지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림은 완강한데, ‘감히 넘보던’ 대학들에서는 물론 안정권이라고 여겼던 데서까지 불합격 통지가 오고 나면 심신은 탈진하고, 마침내 더 이상 기다릴 것이 없다는 사실에 홀가분해지면서 3월은 간다.
그런가 하면 LA에서는 나눔 선교회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면서 소속 청소년 부모들이 애를 태우며 모금 운동에 나섰다. ‘나눔’은 갱 문제나 마약 중독으로 정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의 재활을 돕는 수용시설. 갱 폭력에 연루돼 교도소로 가야 하는 아이들, 중독증이 심해 부모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주로 수용된다.
예산과 시설은 제한되어 있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를 부탁하는 절박한 부모들을 외면하지 못하다 보니 수용인원이 초과되었다.
선교회가 주정부 당국으로부터 무면허 운영 및 시설 미비 지적을 받고 폐쇄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을 때 커뮤니티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았다. 소위 ‘문제아’수용하는 곳, 그런 시설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 무관심이 지배적이었다.
그 무관심이 어느 순간 변해서 지금 선교회에는 수십만 달러의 성금이 밀려들고 있다. 무엇이 ‘남의 일’이던 선교회 문제를 ‘나의 일’로 보게 만들었을까. 나는 그것이 ‘부모 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경제적으로 아쉬울 것 없는 번듯한 사람들이 “내 아이가 마약 중독으로 ‘나눔’의 도움을 받고 있다”“내 아이가 갱 단원이었다”며 후원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식 키우는 부모들은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식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으면 저렇게 체면, 위신 다 버릴 수 있을까”하며 가슴 아파하는 부모들을 여럿 보았다. 선교회 폐쇄를 막기 위해 신문 방송에 얼굴 내고 이름 내는 부모들은 결국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자식 가진 죄인’일뿐이다.
자식이란 어떤 존재일까.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생전에 ‘세 가지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자식, 골프, 미원’이다. 제일제당의 조미료 미풍이 아무리 애를 써도 미원을 따라 잡지 못했고, 골프 공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으며,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라는 것이다. 평생 남에게 고개 숙일 일 없던 사람들에게 겸손을 가르치는 것이 자식이다.
나눔 선교회에 아들을 맡긴 한 아버지는 아들로 인해 상대방의 눈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가장으로서 하느라고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정적으로도 자리를 잡았고, 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느라 운동 경기도 쫓아다녔고… ”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가 아들이 빗나갔을 때 처음에는 충격과 분노로 견디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아들이 교도소로 가게 생겼는데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을 거치면서 평생 자신만만하게 살며 지켜온 이기적 태도가 이타적으로 바뀌었다.
아들의 시선으로 보니 문제 없던 것 같던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는 문제가 많았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가정이 화목해지고 아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전화위복이지요”
“자식 겉 낳지 속은 못 낳는다”는 속담이 있다. 부모의 책임과 한계를 시사하는 말이다. ‘속’ 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만큼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 하는 반면 욕심은 금물이다.
‘대학’ 때문에 울고 웃은 지난 3월의 속끓임은 부모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UC만 입학했으면” “어느 대학이든 대학만 가줬으면”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해 주었으면”- 부모들의 소망은 천차만별이다. 지금 나의 아이의 처지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다다를 수 없는 소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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