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밀입국 알선비용 다 못갚아 빚독촉에 시달려
사람만 소개시켜주면 빚탕감 해준다기에 가담
불법체류 신분, 추방만 면하게 해준다면...한인사회 도움 요청
커네티컷 브리지포트 거주 스티브 장씨는 밀입국 한국인 여성 8명을 차량에 태우고 퀸즈 플러싱으로 오다 미 연방당국에 검거된 50대 뉴욕한인 2명이 취조받는 과정에서 ‘알선책’으로 지목한 사람임을 주장하며 18일 오전 본보에 연락해 왔다.
자신이 불법체류자라고 밝힌 장씨는 자신도 당연히 당국의 추적을 받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한인사회의 도움을 요청해온 것이다.
장씨는 또 3개월전 밀입국 알선 조직을 통해 밀입국시킨 딸(13) 및 아들(10)과 헤어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당국에 자수해 모든 협조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장씨는 이번 사건 발생 후 당국으로부터의 체포, 자신과 가족에 대한 밀입국 알선 조직의 위협, 불분명한 미래 등 불안감에 떨며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다.
다음은 17일 오후 8시15분 플러싱 모처에서 만난 장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10일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사람들이 장씨를 지목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나?
- 오늘 아침 뉴욕에 사는 아는 사람들이 내가 신문에 났다며 기사 내용을 알려주었다.
▲본보로 연락해온 목적은?
- 우리 애들이 걱정되서다. 내가 이런 일을 해서 먹고사는 것도 아니고 밀입국 알선업자도 아니며 그런 조직원도 아니다. 단 죄가 있다면 오랫 동안 떨어져 있던 자식들과 함께 하기 위해 얼마전 아들과 딸을 밀입국시켰고, 당시 애들을 밀입국시킨 조직이 요구한 돈을 모두 해결하지 못해 결국 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희귀한 피부병을 앓고 있던 전처를 3년간 한국에서 간호하다 1992년 미국에서 치료받기 위해 방문비자로 처음 미국에 왔다. 비자가 만료된 상태로 4∼5년간 뉴욕에서 청과업계에서 열심히 일하며 약 15만달러를 벌어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IMF가 터지고 친구한테 5,000만원을 빚지고 이혼했다. 삶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1998년 캐나다 몬트리올을 통해 미국에 밀입국했다.
애들은 자리가 잡히고 난 뒤 부르기로 결심했다. 미국에 다시 온 뒤 2년반 동안 열심히 일해 한국의 빚을 다 해결했다. 애들을 미국에 보내주겠다는 친척에게 조금씩 송금을 해서 모두 1만2,000달러를 보냈으나 결국 사기 당했다.
그러던 중 한국인들을 미국에 밀입국 시키는 캐나다 한인을 만나게 됐다. 그는 7,500달러에 애들을 미국에 밀입국 시켰다. 1년전 만나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약혼녀와 3일밤을 운전해 시애틀까지 가서 애들을 데리고 왔으며 당시 돈이 모자라 4,000달러 밖에 지불하지 못했다.
그러자 계속 독촉전화가 왔다. 돈이 없어서 그러니 주급을 조금씩 모아서 주겠다고 하면 셀폰에 하루에 7∼8 차례 전화를 걸어오고 최근에는 직장 번호까지 알아서 연락해와 시달리고 있었다. 또 ‘버지니아에서 사람을 보내겠다. 집 주소, 직장 주소도 다 알고 있는데 못찾겠느냐’는 등 협박도 해와 불안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중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약 1주일 전에 연락이 와서 사람만 소개해주면 남은 빚은 없던 걸로 해주겠다고 제안해와 픽업하는 사람만 소개했다가 그렇게 됐다.
▲밀입국 범죄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캐나다 한인의 주 역할은 미국내 한인 술집과 마사지 팔러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뉴욕에 도착한 뒤 다 갈라진다. 이번에도 4명은 뉴욕, 3명은 버지니아, 1명은 아틀란다로 가기로 돼 있어 그날 밤 12시에 플러싱 모 식당에 누가 마중나오기로 돼있었다.
나는 거기서 돈을 수금해서 운전자들한테 주고, 아틀랜타에 가는 여자로부터는 돈을 다 못받았다고 해서 수금해 주기로 돼있어 기다리고 있었다.어차피 범법행위인줄 알고 사람을 보냈으니까 같이 벌을 받겠지만 나는 시민권, 영주권자도 아니고 해서 감옥에 갔다 추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움이 필요하다. 변호사를 구하려 해도 돈이 없고, 자수하자니 추방돼 애들과 또 헤어질 것이 두렵고, 그렇다고 애들을 데리고 평생 도망을 다닐 수도 없고, 또 당국이 당연히 나를 추적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너무도 불안하다.
또 솔직히 밀입국 조직도 겁난다. 집주소도 잘 알고 있고 연락처도 알고 있는데 사실 애들만 없으면 아무 걱정 없지만, 그들(밀입국 조직)이 어떤 사람들이고 무슨 짓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겁난다.
추방만 안되고 장기간 아이들하고, 약혼녀하고 떨어져 있지만 않을 수 있다면 당국과 협력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캐나다 한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교통편은 어떻게 마련했나?
- 사실 그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하다. 한명은 TLC 소유하고 한명은 무허가 콜택시 기사로 알고 있다. 친척에게 캐나다 한인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는데 도와달라고 하니까 그들을 소개해줬다. 한국인들을 태우고 뉴욕으로 오는 거 알고 일거리도 없고 하니까 돈 때문에 한 것이다.그래도 그들은 시민권, 영주권이나 있어 나보다는 나은 처지다.
▲ 캐나다에서의 밀입국은 어떻게 이뤄지나?
한국에서 캐나다 한인에게 오퍼가 가면 그가 한국에 가서 데리고 올 사람들을 모집, 서류를 위조하고 해서 캐나다로 입국시킨다. 그곳에서 숙식을 시켜서 미국으로 넘긴다. 캐나다 한인이 LA 쪽은 다 잡고 있다. 그러나 이쪽은 잘 모른다. 알 카에다가 I-87로 넘어와 경비가 삼엄한지 몰랐다.
그래도 이번 8명이 적발되기 3일전에도 똑 같은 장소에서 4명을 넘겼다. 그런데 그 애들이 돈을 수금해서 숨어버렸다며 이번 8명을 빨리 안넘기면 안된다고 하루에 여러 차례 전화로 나를 달달 볶았다.캐나다 국경쪽에 전문으로 하숙하는 사람이 참 많다. 하루에 50달러씩 받으며 돈을 버는데
자리가 없다. 항상 밀입국을 대기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하다. 그러면 캐나다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차로 태워 밀입국을 시키거나 사람이 숲으로 안내해 걸어서 밀입국 시킨다.
밀입국 알선은 정해진 비용이 없다. 부르는 게 값이다. 급한 사람한테는 1만5,000달러를, 덜 급한 사람한테는 1만2,000달러를 받기도 하며 때로는 훨씬 많게, 또는 적게도 받는다.
▲밀입국되는 한인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 캐나다에 머물며 밀입국을 대기하는 한인들이 끊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몇 명은 모르지만 상당히 많다. 또 자주 이뤄지며 적발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이다. 모든게 한국, 캐나다, 미국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사건에 관련된 캐나다 한인은 유흥업소 여성들 전문이지만 다른 한국인들을 밀입국 시키는 조직도 따로 있다.또 몬트리올 같은 국경 인근 도시에는 콜택시를 부르면 미 입국검문소가 보이는 지역 인근 모텔로 안내해 주기도 한다. 그들도 밀입국하려는 것을 알고 적합한 장소로 안내해 주는 것이다.
그럼 밤이 되면 국경 수비대를 피해 숲으로 20∼30분 걸으면 미국이다. 미국에 들어오고 난 뒤에는 뉴욕에서 콜택시를 부르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밀입국 조직 개입 없이 본인이 직접 넘어오는 경우도 있다.
만일 누가 변호사로 나서줘 사법 당국과 사전에 협의, 나의 추방만을 막을 수 있다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사법당국과 협조할 수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 정말 모르겠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 나서 캐나다 한인에게 연락을 했다. 운전사 2명이 잡혔고 내가 지목됐다고 하니까 ‘별 것 아니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조용히 있으면 곧 잠잠해 질 것’이라고 했다. ‘내가 잡혀서 추방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잠시 피해있으라’고 하면서 만일 돈이 필요하면 주겠다고 까지 하더라.
그런데 나는 애들, 또 약혼녀 때문에 도망을 다닐 수는 없다. 그리고 미국 사법당국이 나를 추적하고 있을텐데, 어쩌면 이미 감시하고 있을 텐데 불안해서 집에 가기가 두렵고 잠이 오질 않는다.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 변호사를 통해 당국에 자수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다.
설사 선임한다 해도 지금 내가 주얼러로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 애들을 키우고 생활하면서 법률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우리 애들을 친자식 처럼 돌봐주고 있는 약혼녀에게 너무나 미안할 따름이다.
물론 애들에게도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이런 범죄에 가담하고 할 사람이 아니다. 나의 모든 어려운 상황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으며 그냥 열심히 일하면서 애들을 미국에서 교육시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으로 잘 키우기만을 바라는 부모일 뿐이다.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5년만에 어렵게 다시 만난 애들과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약혼녀와 떨어져서는 못살 것 같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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