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의 클립사이드 팍에 있는 뉴저지사랑장로교회는 교인 100명 정도의 비교적 작은 교회이다. 그런데 이 교회가 특이한 사역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5월 첫 주부터 시작하는 영어 사역이다. 영어 사역이라고 하면 보통 한인교회에서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한인 2세와 1.5세를 상대로 영어예배를 인도하고 교회활동을 지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교회의 영어사역은 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영어를 사용하는 다른 민족을 교회로 인도하여 예배를 보는 것으로 말하자면 한인교회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교회를 함께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 영어사역을 맡고 있는 브루스 함 목사(한국명 함승훈·47세)는 목회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영어사역을 위해 준비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가족을 따라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그 곳에서 고교와 대학을 나왔다. 대학 때까지도 교회를 알지 못했던 그는 졸업 후 이모로부터 전도를 받아 기독교인이 되었는데 하나님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아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함 목사는 신학 공부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가서 오클랜드 바이블 칼리지에서 신학사, 파세데나의 퓰러 신학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 석사를 했다. 신학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주로 각 교회에서 대학생 등 청년들을 상대로 사역에 종사하다가 1993년 북가주의 프리몬트에서 처음으로 교회를 개척하는 한편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 후 함 목사는 새로운 사역을 위해 1996년 뉴저지로 옮겼다. 뉴저지에 온 후 한인교회의 부목으로 일하기도 하고 또 스스로 교회를 개척하여 목회를 하다가 뉴저지사랑장로교회가 영어사역을 시작하게 되어 바로 그가 원했던 일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이민족을 상대로 선교하는 사역은 그 민족의 언어를 알아야 하고 그 언어를 통해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함 목사는 참으로 많은 언어를 구사하고 많은 문화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고교와 대학시절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학을 좋아해서 독일어를 비롯, 라틴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실력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영어와 한국어까지 유창하게 할 수 있으니 그는 7개국어를 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외국어 실력으로 외국인들과 불편 없이 접촉할 수 있고 외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니 그의 영어 사역은 필연적 소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이 특이한 영어 사역을 시도하는 뉴저지사랑장로교회는 한인 교회로서는 매우 특이한 교회이다. 이 교회는 지난 1992년 이요한 목사가 설립했다. 이 목사는 시카고에서 대형 교회인 시카고복음교회를 담임하다가 이 교회를 후진에게 물려주고 홀연히 뉴저지로 와서 뉴저지사랑장로교회를 개척했다. 뉴저지사랑장로교회는 이 목사를 비롯, 문경환, 성국진, 함승호 목사
등 4명의 목회자가 공동 목회를 하고 있다.
목회자 4명 중 어느 누구가 담임목사이고 나머지가 부목사인 것이 아니라 4명이 똑같은 지위에서 분야를 나누어 사역하면서 3년에 한 번씩 순번대로 담임을 맡아 교회 행정을 꾸려 나가고 있다.
이 교회에는 헌금봉투도 없고 예배 중 헌금순서도 없다. 교인들은 집에서 준비한 헌금을 예배실에 들어가면서 헌금함에 넣는다. 창립후 교회건물을 사들였고 3번이나 증축을 했지만 건축헌금이란 명목으로 교인들의 헌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교인 100여명 밖에 안되는 이 교회에 목회자 4명을 비롯하여 각 부서의 유급직원이 있고 중국에서 전도사를 훈련하고 멕시코에 자매 교회를 두어 목회자를 교육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이 교회는 2달러를 20만달러처럼 귀하게 쓴다는 것이 이 목사의 말이다.
이 교회가 이민족을 상대로 한 영어사역을 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뉴저지사랑장로교회는 창립 후 2년간 예배장소로 빌려쓰던 크리스찬 사이언스 처치 교회건물을 사들였는데 시당국이 건물 지속사용 허가(CCO)를 내주지 않고 경찰관이 예배중인 교회에 들어와서 교인들을 강제 해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교회측은 법정소송 끝에 승소하여 건물 지속사용 허가를 받아냈고 이 사건에 관련된 경찰관과 경찰서장, 그리고 시장이 주일예배에 참석하여 함께 예배를 갖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교회와 커뮤니티가 극단적으로 충돌했던 사건이었지만 교회와 커뮤니티가 화합하는 결과를 낳은 사건이었다.
뉴저지사랑장로교회는 3년 전부터 해마다 클립사이드 팍 고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 고등학교의 졸업식에 이 목사가 참석하여 기도를 해 주고 있다. 이 목사는 또 뉴저지 주의회에서 개원 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교회에서는 해마다 부활절과 감사절에 인근 주민을 가가호호마다 방문하여 장미를 선사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주일에는 자동차를 스트릿 파킹 하지 않고 모두 차고에 넣어 교인차량 80여대가 불편 없이 스트릿 파킹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이 교회가 교회의 사명인 커뮤니티 사역을 시작한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흔히 선교라고 하면 타지역에서 타민족을 대상으로 사역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뉴저지사랑장로교회의 영어사역은 타지역이 아니지만 타민족과 타문화권을 상대로 전도하는 것이므로 말하자면 현지선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함 목사가 이 현지선교를 맡은 선교사인 셈이다.
함 목사의 목회 핵심은 어떤 조직이나 건물과 같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 즉 영적인 것이라고 한다. 그는 교회의 진리를 가르쳐 바른 사람을 만들어 누구든지 유익한 사람이 되게 하고 나누는 삶의 본을 보여주는 진짜 크리스찬을 만드는데 목회 비전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회를 한인의 범위를 넘어 다른 민족에게 확대함으로써 교회가 세상의 문화와 가치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함 목사는 이 영어사역을 통해 뉴저지사랑장로교회가 “잠든 교회를 깨우는 교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한인교회에 목회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이 교회의 영어사역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크게 기대되고 있다.
<이기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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