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인이 제일 불쌍해요. 남편 잃고 아들 잃었으니…”
소위 ‘명문대생 아버지 살해사건’이 발생한 오하이오, 웨스트 레이크의 같은 동네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말했다.
지난 11일 클리블랜드 인근 부촌인 웨스트 레이크에서는 자동차를 타고 나가려는 22살의 아들과 못나가게 막는 아버지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격분한 아들이 자동차로 돌진, 친부모를 살상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버지 정용훈(68)씨가 왜 아들의 운전을 말렸는지는 최근 아들 대니얼군의 행적을 보면 이해가 간다. 난폭·과속 운전 티켓이 지난 3년 사이 무려 8번이고, 멀쩡한 옆 차를 들어 받고 도망친 적이 있는가 하면, 총기 소지로 국제공항 검색대에서 적발된 일도 있다. 게다가 입학하기 어려운 명문 스탠포드에 잘 들어갔다가 정학을 받고 집에 돌아와 있으니 부모로서 아들에 대한 불안과 실망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부인과 전에 같은 성당에 다녔는데 아이가 참 영리했지요. 그런 아이가 이런 사고를 내다니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대니얼은 정씨 부부에게 늦둥이 막내였다. 나이 40줄에 얻어 바라보기도 아까웠던 아이, 총명하기가 남달라서 집안의 자랑이었던 아이, 그런 사랑스런 아들이 어느 시점, 어느 상황에 빗나가서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난폭해진 것인지…남편은 죽고 아들은 살인용의자가 된 그 부인의 고통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번 사건이 보도되자 10대 후반의 아들을 둔 많은 엄마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아직 아들이 어린 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 아빠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부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온갖 아양을 다 떨며, 부모 말이라면 하늘처럼 믿는, 그런 아이가 어떻게 부모에게 대들고 폭력까지 쓸수 있을지 상상이 안된다.
그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이들 사춘기 때이다. 호르몬 변화로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저 자신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쩔쩔 매게 되는데 특히 분노 조절능력이 미숙해서 힘센 사내아이들은 곧잘 폭력적이 된다.
어느 집을 방문해서 벽이나 문에 움푹 들어간 구멍이 있으면 필경 10대 아들이 있는 집이다. 동생이나 누나에게, 혹은 다른 일로 화가 끓어오르는데 사람을 때릴 수는 없으니 주먹으로 벽이나 문을 치는 것이다.
얼마전 한 주부가 아들 결혼식장에서 두 살 터울의 아들들이 고등학생일 때 이야기를 했다.
“지나보면 별 것 아닌데 그땐 늘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어요”
사사건건 발끈하며 부모에게 대드는 아들들, 그런 아이들을 눈뜨고 못 보는 욱하는 기질의 전형적 한국 남성인 남편 - 그 사이에서 숨 한번 편히 쉬지 못하고 가슴을 조리며 살았다고 했다.
“남편이 하구한 날 의자를 들었다 놨다 해서 우리 집에 성한 의자가 없었어요. (남편이)골프채를 필드에 나가서 휘두른 적은 별로 없고 맨 날 집에서 휘둘렀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배우고 성숙해지면서 별탈 없이 성인기로 접어들고 세월 지나면 그 시행착오의 시절도 소중한 추억이 된다.
하지만 추억으로 남지 못할 지나친 폭력도 있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들이 너무 난폭해서 부모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들이 예상외로 많다.
대개 지나치게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분노가 오래 쌓였던 경우, 약물 중독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들이다. “폭탄 하나 끌어안고 사는 기분이다”“아들이 무서워서 되도록 안 부딪치려고 한다”고 이들 부모는 털어놓는다.
자식을 끌어안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해서 될 행동과 안 될 행동의 금을 그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가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방치된 폭력은 비극의 불씨가 된다.
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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