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규 <스프링필드, VA>
금년 초 백악관 국정자문위원인 박상근씨와 미주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대담기사(1월 5일)를 읽고 기분이 언짢았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비록 못사는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살고있지만 우리도 사람인데, 사람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적인 양심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대담하시는 분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한인이민 백년이 지났다고 전제하고 미주한인사회의 아젠다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 박씨는 이렇게 말했다. “(중략)특히 2세에게는 주인의식을 심어 주었다고 봅니다. 이제는 모든 게 ‘미국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젖을 뗄 때가 됐습니다. 정체성의 혼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말입니다.(하략)”
미국은 세계의 초강대국이고 세계에서 제일 부자나라다. 우리가 초강대국이고 제일부자나라의 국민이 되었다면 제일 우선적으로 먼저 세계평화와 국제정의를 생각해야 하고, 미국보다 가난한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양심이다. 2세들에게도 우리는 미국보다 가난한 이웃을 먼저 생각하라고 가르치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국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헐벗고 굶주리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모든 게 미국 먼저” 하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은 세계평화와 국제정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이런 행위가 9.11 사건과 같은 테러를 불러온다. 박상근씨는 2세에게 주인의식을 심어 준다는 것을 2세들로 하여금 제국주의적 욕심을 부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한데 이것은 큰 잘못이다. 제국주의적 욕심은 미국을 테러의 위험 아래 놓이게 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느 나라 시민으로 살든지 세계평화와 국제정의를 사랑하는 단군 할아버지 자손이라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다. 정체성 혼란은 박상근씨가 매우 심각하게 일으키고 있다고 여겨진다.
워싱턴 동포의 원로 언론인이며 평론가인 남상천씨는 어느 주간지에 발표한 그의 칼럼을 통하여, 한인 시민권자들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 이해(利害)충돌이 생길 경우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시민권선서에 충성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고, 남씨 자신도 충성서약을 했기 때문에 미국의 이익에 위배되는 글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고 하였다. 나는 그의 이 글을 읽고 바로 휴지통에 버렸기 때문에 어느 날짜 신문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이 동포들 앞에서 “백인 흉내를 내야한다”고 한 적이 있어서 동포사회가 한때 떠들썩한 적이 있는데 그 때에 남씨는 김창준씨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하여 “새겨들어야 할 김창준씨의 발언”인가 하는 제목의 글을 쓰면서 그렇게 말하였다. 평론가가 어느 국가나 개인의 이익에 구애받아 자신의 양심에 따라 평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어용 언론인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수 없지 않는가.
이상에서 언급한 몇 가지 예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시민권선서에서 행해지는 충성서약이 우리의 소중한 지성(知性)과 의식(意識)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문보도를 통하여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일부 우리의 1.5세와 2세들이 장인환, 전명운 두 의사(義士)를 의사로 보지 않고 시정 잡배들과 같은 전과자로 본다는 것은 우리 동포들의 의식이 얼마나 심각하게 병들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이렇게 동포들의 의식이 병든 원인도 따지고 보면 충성서약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충성은 양심의 자유와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충성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이며 충성서약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충성서약은 귀화시민들을 시민으로 살지 못하게 하고 신민(臣民)으로 살 것을 강요한다.
동포들의 권익옹호를 목적으로 하고있는 한인회와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에 나는 충성서약 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을 삼가 권고한다. 투쟁방법에 있어서는 타민족과 연대하여 충성서약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헌법재판소에 기소하여 법정투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소요되는 경비는 특별모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리라 본다.
(jkhwang1@yahoo.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