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만재/칼 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과 교수
1962년 신부출신의 사회학자 마이클 해링턴은 ‘또 다른 미국’ 이라는 책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미국 속에 또 다른 미국이 숨어 있다며 극빈층을 폭로했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존슨 대통령은 빈곤 해소 사회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는 ‘또 다른 미국’을 보여준 선거였다. 밖에서 볼 때 미국은 자유분방한 개방된 사회이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와 행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선망의 나라이다.
그러나 이번에 부시를 지지한 미국인들은 전쟁, 경제 이전에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장 중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매서추세츠, 캘리포니아 등 소위 진보성향의 동부와 서부에서 지지하는 동성 결혼, 낙태, 줄기 세포 실험 등이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해칠 것으로 염려하며 가장 큰 이슈로 삼았다.
이들 유권자에게는 가톨릭인 케리에 비해 중생한 개신교인을 자처한 부시가 가치관 붕괴를 막아줄 적임자로 보여진 것이 틀림없다. 선거 결과를 보면 남부와 중서 내륙의 ‘바이블 벨트’ 지역들은 부시, 동부와 서부 해안 지역은 케리 지지로 두 개의 미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번 선거로 분명해진 것은 종교적 신앙이 미국정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시 지지자들 중 대다수는 매주 한번 이상 교회에 가는 사람들로 나타난 반면 교회 안 가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케리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이분화 현상에 신앙이 개입되어 있음을 잘 나타내는 증거이다.
보수 기독교 진영에서는 이라크에서의 전쟁도 이라크 국민들을 악에서 해방시켜 자유를 전파한다는 십자군식 이해가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아울러 하나님이 주신 축복인 힘을 활용 할 때는 해야 한다는 태도에 카우보이 심성이 가미되어 끝장을 보자는 욕망이 부시를 지지하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보겠다.
이제 부시의 공화당은 행정부와 함께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이것은 소기의 정책 목적을 쉽게 이루게 할 것이다. 체니와 럼스펠드가 주축이 된 부시 팀과의 동조에 힘들었던 콜린 파웰이 자진해 물러나면서 팀 플레이에 적합한 새 국무장관이 임명 될 것이다.
한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대북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강공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포용 정책과의 마찰은 더 심화 될 것이다. 얼마 전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대사는 개성공단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말라는 말을 했는데 이것이 제2의 부시 정책의 전초적 신호이다.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이라크 전쟁과 테러와의 전쟁은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현실상 그 원인의 뿌리를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테러는 더 일어나고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국가예산 적자는 더 늘어 날것이며 경제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이러한 미국과 어떻게 슬기롭게 관계를 맺을지는 큰 숙제이다. 미국은 세계를 움직일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기중심적 가치로만 대외 관계를 취급하고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적응할 것만을 기대하는 일방주의적 경향은 더 팽배하게 나타날 것이다.
유럽을 비롯한 우방들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부시와 공화당 위정자들의 특성으로만 여기다가 이번 선거에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 대 기타 국가들의 대립현상으로 세계는 고민을 하게될 것이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미국도 성장하며 진화과정에 있는 국가이며 사회이다. 보수주의로 덧입혀진 일방주의가 언젠가는 난관에 봉착하면서 달라져야한다는 각성이 가능한 것이 또 미국 이다.
그 가능성은 현재 부시와 반대편에 선 또 다른 미국에 있다. 이 미국도 무시 못할 저력을 지닌 당당한 국민들로 정권 교체기간을 인내로 기다리며 승자에 협력을 아끼지 않는 미덕을 보일 것이다. 주류사회 정치 개혁에 우리 한인들도 나름대로 몫이 있다는 사실을 것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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