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확정으로 마감되었다. 투표 결과는 역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완전히 둘로 나뉘어진 미국을 드러냈다. 공화당·민주당이 각각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가치를 대변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이념적 대립이 이번에는 시골과 도시, 백인과 소수인종, 부유층과 서민층,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그리고 노장년층과 청년층 사이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러한 대립은 미국 지도를 펼쳐 놓고 보았을 때 대략 남북간의 대립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특히 대서양을 접하고 있는 동부지역을 보면 공화당과 민주당이 승리한 주들이 대충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다. 마치 150년 전 그 지역에서 같은 모습으로 대립하여 다투었던 내전, 즉 남북전쟁의 양상을 재현하고 있는 것 같다. 푸른색의 북부는 민주당의 푸른색 그대로인데 원래 회색이던 남부가 공화당의 빨간색으로 칠해진 것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내전 같았다는 말을 한다. 미국 사회의 양분 현상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한참 지속될 것이고 양측의 화해가 미국의 큰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분열된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사실 정치적, 이념적으로 분단된 미국의 모습은 벌써부터 도시 미국과 시골 미국이라는 개념적 대립으로 분석되어 왔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 그 논의가 불거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이제 서로 접근할 수 없고 화해할 수 없는 두 쪽으로 나뉘어지고 만 것일까?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들은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아주 어려운 결정을 강요당했다고 할 수 있다. 공화당의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이라크 및 대 테러 전쟁, 경제 회복, 세금, 의료보험, 동성 결혼, 낙태, 줄기세포 연구 등 국내외의 중요한 문제들에 걸쳐서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고수해 왔고 따라서 각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과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었다.
양 후보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주춤거린 사람도 많았다고 하지만, 사실 이번 선거의 상황과 여건은 유권자들의 의식을 시간이 갈수록 강하게 고정시켰다. 가령, 낙태나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인들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하게 되었고, 반면에 진보주의적, 현실주의적 평화주의자들은 명분 없는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생명을 잃게 한 부시 침략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반감을 시간이 갈수록 더욱 굳히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흔히 찬반과 호불호를 철저하게 대립시켜 이른바 중도와 온건, 절충과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극도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렇게 현실의 어려운 문제들에 관해서 입장의 선택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찬반 대립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많은 사안에서 극단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중도적 노선에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통해 불거진 대립 양상은 일시적인 정치적 마비상태라고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화해할 수 없는 분단이라고까지는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케리 후보가 선거에 지고 난 후 말했듯이 미국은 이제 상처를 처매고 다스려야 할 치유 기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백악관과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지혜와 아량을 기대해 보고 부시 대통령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부시 재선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에서도 미국이 지금까지의 일방주의를 벗어 던지고 국제협력의 장으로 되돌아 올 것인가에 대한 회의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그래서 이제 미국은 안으로는 신 남북전쟁 즉, 양분 현상을 종식시켜야 하고, 밖으로는 존경받는 강대국 미국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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