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태생 한인여성 골퍼 김초롱(20·미국명 크리스티나)이 ‘한·일 골프대항전’ 대표팀으로 선발된 것을 두고 한국 네티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로 미국인처럼 살아온 초롱이를 한국인으로 받아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아이를 나아 기르는 부모 입장에서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인 주도의 서구문화에 둘러 쌓여 거죽은 ‘하얗고’ 속은 ‘노란’색의 바나나로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이 이곳 자녀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초롱이를 조국의 자랑스런 후손으로 따듯하게 받아주지 못하는 한국민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수년전 LPGA 선수로 활약했던 시민권자 펄 신씨가 한국 대표로 나섰을 때는 아무런 반발이나 항의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여성들의 파워가 지금처럼 골프계를 휩쓸지 못했던 때여서 그랬는지 신씨에 대한 한국민들의 분위기는 조국의 명예를 짊어진 자랑스런 한민족의 후예였었다. 지금은 박세리등 기라성 같은 한국 여성골퍼들이 미국을 휩쓸고 있으므로 구태여 초롱이 같은 미국 한인들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닌가 싶어 섭섭하기도 하다.
미국 시민권자인 로버트 김씨는 1996년 주미 한국대사관 무관에게 군사 정보를 건네준 혐의로 체포돼 7년을 복역했던 사람이다.
한국으로 보면 조국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이 되겠지만 이곳에서는 조국(미국)을 배반한 반역자 시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시민권 선서에서 미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국가가 원한다면 총칼을 들고 나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던 시민권자가 (그의 말대로) 조국(한국)을 위해 조금의 힘이 되겠다고 저지른 작은 실수가 반역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김씨의 사연보다 한국계 시민권자가 모국에 미국을 팔아 넘겼다는 정도의 단순 시각으로만 볼 것이다.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하며 미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미국 정부는 수만명에 달하는 일본계 미국인들을 캘리포니아 오웬밸리 등 2곳의 집단 수용소에 감금해 버렸다. 일본의 본토 공격하면 어쩔 수 없는 일본인인 이들이 모국을 위해 스파이 노릇을 할지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지난 1999년 중국계 웬 호는 중국에 대한 핵기술 유출 의혹을 받고 체포됐다가 법정 투쟁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 사건도 있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지난달 25일 ‘미국내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방산 업체나 연구기관, 과학 및 경제분야에 진출하면서 외국의 대미 첩보 활동에 대한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는 보도를 냈었다. 미국에서 사는 이민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기사다.
2000년 한국이 월드컵 축구의 열기로 들끓었을 때 이곳 한인들도 벅찬 감격으로 한달간 밤잠을 설쳐야 했다. 한국을 모르는 2세들도 ‘코리아’라는 단어 하나에 매료돼 민족의 자긍심을 마음껏 누렸던 시기였다.
LA 농구팀 레이커스 전용 구장인 스테이플 센터를 가득 메운 한인들이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을 지켜보며 발을 구르고 응원하던 붉은 감동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던 아들과 3학년 딸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함을 지르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는지 요즘도 ‘대~한민국’을 웅얼대곤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특히 2세들은 한민족의 자산이요, 한국을 세계에 빛내는 초병들이다. 골프의 미셸 박에서부터 예일대 법대 고홍주 학장까지 이들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한국에서는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후손으로 언론마다 대서 특필하느라 난리다. 김초롱도 LPGA에서 첫 우승을 했을 때도 문광부 장관으로부터 ‘장한 한국인’이라는 축전까지 받았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초롱이는 한국민의 따듯한 영접을 받아야 한다. 또 그가 미국속에 당당히 살아가며 한민족의 빛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2세 3세 후손들이 민족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간직하며 당당한 미국 시민으로 살수 있도록 한국민들의 각별한 후원과 관심을 기대해 본다.
김정섭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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