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자 주변에 감기 환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열이 나서 얼굴이 벌건 사람, 온 몸이 쑤신다며 울상을 하고 있는 사람, 기침을 콜록거리는 사람,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축 쳐져있는 사람 … 감기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는 계절이다.
바이러스의 특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 그래서 걸리면 걸릴 뿐 피하기가 힘들다. 지난달 말 버몬트 주의 한 가톨릭 교구는 독감 때문에 교회의 오랜 전통을 잠정 금지해서 화제가 되었다. 미사 중 성배 사용, 교인들간 입맞춤이나 포옹, 악수를 금지한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독감 백신이 부족한 만큼 독감 전염 위험을 가능한 한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들이 감기에 걸려 골골 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좀 신기하다. 바이러스라는 미세한 존재의 막강한 위력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걸렸는지 머리로는 몰라도 몸이 아는 것이 바이러스이다. 몸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전염성이 강한 것, 그리고 몸이 아는 것으로는 ‘기분’을 들 수가 있다. 상대방이 환하게 웃으면 저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누군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으면 같이 있는 사람 모두가 기분이 나빠진다.
만나면 괜히 기분 좋은 사람, 괜히 기분 나쁜 사람은 대개 그 사람이 평소 내보이는 기분 상태와 상관이 있다. 기분, 혹은 감정의 전염성 때문이다.
얼마 전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전염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배우들을 동원했다. 배우들에게 즐겁고 행복한 상태, 무 덤덤한 상태, 그리고 두려움에 찬 상태를 연기하게 한 후 사진을 찍어 실험 대상자들에게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검사하는 실험이었다.
예상대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사진 속 배우들의 감정 상태를 따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포감의 경우, 뇌의 감정 관장 부위 뿐 아니라 행동 관장 부위까지 반응을 보였다. 누군가 무서움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3자는 내용도 모른 채 잔뜩 긴장하며 도망갈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보다도 전염성이 강한 것이 감정 바이러스이다.
가끔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들어가 보는 사이트 중에 행복 사이트(www.happy.co.kr)라는 곳이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보통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예쁜 애니메이션의 형태로 담겨 있다. 이 얘기, 저 얘기 읽다 보면 마음이 착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창우씨는 인터넷에 떠도는 좋은 글들을 혼자 읽기 아까워 퍼다 싣기 시작한 것이 6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간의 수많은 글들 중 네티즌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도 냈다. 책이름은 ‘행복 바이러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행복은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12월의 우울증’을 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또 한 해가 간다는 서글픔, 하고 싶었던 일들을 다 못한 아쉬움, 모두가 함께 모이는 축제의 계절에 어울릴 가족·친지 없는 고독감, 그리고 단순히 겨울이면 찾아드는 계절적 외로움 … 겨울이면 독감 바이러스와 함께 우울증 바이러스도 겹친다.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 하루에 따뜻한 마음 한 조각이면 정신과 의사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말이 될까. 돈 안 드는 말, 미소, 행동으로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사랑해요’‘고마워요’‘잘했어요’‘당신밖에 없어요’같은 기분 좋은 말들을 미소에 담아 많이 내보내자.
한국의 영문학자인 장영희 교수가 모 신문에 연재하는 영미시 산책에 ‘인생 거울’이란 시가 소개되었다. “사랑을 주면 당신 삶에 사랑이 넘쳐흐르고… 당신이 최상의 것을 세상에 주면/최상의 것이 당신에게 돌아올 것입니다”라고 20세기 초반 시인 매들린 브리지스는 썼다.
내가 이 사회에 내보내는 바이러스는 어떤 것인지,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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