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에세이
▶ 김평웅 <양로보건센터 디렉터>
하버드대학 의과대학의 한 교수가 ‘남편을 빨리 죽게 하는 10가지 방법’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끈 적이 있다. 그 내용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예기치 못한 것들이었으며 어떤 이들에게는 가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여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남편이 살이 쪄 뚱뚱해져도 상관하지 않고, 술을 취하게 마셔대도 좋은 말만 한다. 항상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 쉬게 하고, 기름진 고기 음식을 매일 먹게 한다. 짜거나 매운 자극성 음식을 즐기게 하며, 설탕을 넣은 커피를 자주 마시도록 한다. 담배를 계속 피워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밤 새워 일을 해도 자라고 권하지 않으며, 휴가를 가자고 조르지 않는다. 다른 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댄다>
이 글은 물론 역설적으로 어떻게 하면 남편을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할 수 있을까를 설명하는 글이다. 하지만 우리가 의외로 놀라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사랑하는 남편 또는 아내를 빨리 죽게 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배우자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이렇게 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우리는 생각지 못한 사이에 그리고 부주의한 결과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재촉해오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공중보건학자들은 미국 사람의 85% 가량이 심장 및 동맥경화 질환, 그리고 암 등으로 죽는데 이러한 주요 질병 외에도 에이즈나 교통 사고 등을 망라한 모든 사망 원인을 조사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매일 먹고 마시는 것과 흡연 그리고 운동 부족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옛날 중국에 선교사로 갔던 밀러 의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루는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잠시 한가해진 오후를 즐기고 있었는데 아주 누추해 보이는 한 농부 부부가 심하게 앓고 있는 아이를 안고 진료실 안으로 급히 들어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얼른 보기에도 급성 폐렴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고열로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거칠게 몰아 쉬는 숨소리 그리고 지쳐 울지도 못하는 아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왔다.
페니실린이나 마이신과 같은 항생제 투여만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데 당시에 이러한 약은 아주 비싸기도 했지만 귀해서 돈을 주고도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아이를 진찰하고 난 밀러 의사는 항생제를 쥐어주며 어떻게 복용하라고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 약을 받아 든 농부의 거친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안 주머니 속 깊은 곳에서 낡은 지폐 몇 장과 동전 얼마를 꺼내 들었는데 얼른 보기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였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손을 밀어 다시 그의 주머니에 넣게 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
의사는 그런 비싼 약을 돈 한 푼 받지 않고 주어 보낸 것을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며 빗길에 돌아가는 부부의 뒷모습을 진료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얼마를 가던 그 농부는 약봉지를 꺼내 질퍽질퍽한 땅바닥에 내동댕이를 치고는 발로 밟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을 살리려 전 재산을 다 긁어모아 왔는데 아무 가치 없는 싸구려 공짜 약이나 주었다고 생각했나 보다. 자존심이 몹시 상했는지 그런 약은 필요 없다라는 항의의 데모를 하고 휭 가버리는 것이었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던지……
우리 또한 자주 이러한 어리석은 일을 범하며 살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약을 먹거나 일류 병원의 특수 진료만이 자신의 건강을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고 막대한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 그러면서 정작 반드시 필요한 그리고 돈도 별로 들지 않는 생활습관 개선의 노력은 경시하거나 쉽게 포기해버린다.
행복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건강은 평소에 우리가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평웅 <양로보건센터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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