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맞이한다. 즉, 시작과 끝이 동시에 상존하는 것이다. 시작과 끝은 대립적인 시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호보완적이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고 반대로 시작이 있어야 끝이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되면 평소에는 잊고 있었던 죽음을 문득문득 생각하게된다. 그러면서 죽음의 다음 단계를 상상하면서 공포에 떨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천국을 말하고 그리고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말하기도 한다. 죽은 후에는 천국으로 가야지 하는 바램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러나 아무도 천당을 갔다 왔다거나 천당을 본 사람은 없다. 어쩌면 종교에서는 가상적인 현실을 영적으로 승화시켜 실화적으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겨울아침, 향기 나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조용한 음악 속에서 창밖에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누구나가 천국을 연상하게 된다. 따라서 이것이 천국이구나 하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그곳이 천국이다. 천국은 마음속에 있다.
이민생활은 참으로 힘들고 고달프다. 더욱이 이제 갓 이민을 온 사람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모두가 겪는 과정이기는 하지만 최초의 5년간이 가장 힘든 기간이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최소한 한두 번쯤은 자기를 돌아 보게된다. 후회와 원망 그리고 자기의 어리석음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된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를 물 컵 속에 가두어 두지 말고 박차고 나와 무한한 자연 속에 집어던져 자기를 돌아보고 그리고 시작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도 끝에서 시작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작이 잘 보인다. 다행히도 워싱턴 DC 근방에는 천국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길이 있다. 바로 GW 파크웨이다. DC의 키 브리지를 지나 맥클린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벨트웨이와 만나는 약 3-4마일의 아름다운 길이다. 사계절에 따라 변화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 넉넉한 여유, 그리고 당당한 생명의 힘을 보여주는 길이기도 하다.
4월 /따스한 대지의 숨길이 구멍구멍으로 피어오르면 /꽁꽁 얼었던 가슴이 저절로 열린다 /푸른 하늘 사이로 나부끼는 잎새들의 소리 /비린내 나는 파란 잎들 /봄이라고 하는 것인가 /뿌듯한 가슴이 저려온다.
7월 /머나먼 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그 틈새로 반짝이는 태양빛을 피하다 보면 /어느새 정글의 동굴에 서성거리고 /7월의 태양을 통째로 삼키며 삶을 토해내는 당당한 나무들로부터 /생명의 참된 얼굴을 보게된다.
10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스산한 바람에 시간이 몰려오고 /밤새 오색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부산하다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선 내가 부끄러워진다.
12월 /앙상한 가지가 처연하여서인지 /함박눈은 메마른 나무가지들을 포근히 덮어 주면서 /또 다른 시작을 기다리게 한다 /어쩌다 얼음비가 내리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붙잡고 /천국의 계단으로 안내한다 /아름다운 시작을 위한 천국의 문이 있음을 알려준다.
GW 파크웨이. 내가 구경한 세계 어느 곳보다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맥클린에 살 때 약 10여 년간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면서 이 길을 다녔다. 이 길을 오고 가면서 천국의 계단을 마음껏 감상할 수가 있었고 어쩌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이 길을 달리면서 중간중간에 있는 휴식처에 들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나를 잊은 적도 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고달픈 이민생활에 대한 위로와 시작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져보기도 하였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지역에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무런 부담을 주지 않는 천국의 계단이 있다는 것은 우리들이 얼마만큼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가를 말하여 주는 것이리라.
계절이 변화를 일으키듯 우리들의 삶 또한 변화를 일으킨다. 끝은 시작에서부터 시작한다. 끝에 서서 시작을 바라보고 그 시작이 자신이 설 끝으로 올바르게 오는 길인가를 생각하여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것도 천국의 계단에 서서.
도진호 /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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