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은 나의 손녀다. 이제 겨우 2살을 넘기고 3살의 10월을 향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어린아이다.
나의 세대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하루하루의 생활을 이어가는데 허둥대느라 자식들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 볼 시간적, 정신적인 여유가 없이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손자, 손녀를 보는 나이가 되고 보니 한결 여유가 생겨 거의 매일 손녀를 옆에서 바라볼 수가 있게 되었다.
나는 캐서린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옆에서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 생명의 신비함이다. 어머니 배속에서 10개월 지낸 후 세상에 나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 태어나서 6개월까지는 단 1초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이며 운동을 한다. 그리고 우유를 먹고 나면 잠을 잔다. 하루의 일과가 운동, 우유먹기, 그리고 잠이다. 아마도 일생에서 운동량이 가장 많은 시기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러한지 성장의 속도가 대단히 빠른 것 같다. 한살이 지나면서 걷기 시작함과 동시 말을 하기 시작하고 1년 반이 되니까 단어를 연결하여 말을 이어가는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살이 되니까 제법 긴 문장을 구사하면서 자기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을 한다.
둘째는 지능의 발달과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가 하는 것을 느낀다. 주말을 자기 집에서 보내고 주중에 할머니 집에 오면 육체적인 성숙보다 지능의 성숙함을 더 느끼게 된다. 더욱이 2살 때부터 일주일에 2번 학교에 다녀오는데 학교를 다녀오면 더욱 성숙함을 느낀다. 자기의 주장이 강하여지고 그리고 자기의 개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싫은 것과 좋은 것을 분명히 하며 또한 자기가 하고 싶은 것과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과시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부모의 생활자세와 어린아이의 생활태도와의 상관관계이다. 영국의 작가인 존 버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린아이에게는 우연이란 게 없다. 그들의 모든 행위는 다른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 바로 아이는 어른의 거울,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부모가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 곳 어린아이의 언행이다.
넷째는 어린아이의 자신감이다. 처음에는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오르고 내렸지만 어느새 다리에 힘이 생겼는지 이제는 혼자서 보조대를 잡고 오르고 내려가려고 한다. 어쩌다 혼자 계단을 올라가면 입가에 웃음을 띄우면서 “나 해냈어”( I did, I did)하면서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며칠 전에는 자기 침대에 넣어 놓고 음악을 틀어주고서는 아내와 더불어 리빙룸에서 TV를 보는데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두면 잠을 자겠지 하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TV만 보았다. 한참동안 조용했다. 그런데 깜짝 놀랐다. 소파 옆에 캐서린이 학교에서 가져온 종이 왕관모자를 쓰고 서있지 않는가. 싱긋이 웃으며 I did, I did 하면서 좋아한다. 어느새 키가 커서 자기 침대를 넘어 걸어 나온 것이다. 자신감이 어린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게 하는 순간이다.
어린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이다. 사랑을 통하여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나서 아이의 적성과 취미에 따라 학업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즉 인성이 지성을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각자 다른 유전인자를 가지고 이 세상에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외모, 개성, 취향도 다 다른 모양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보람있고 그리고 행복한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류학교라야만 된다, 출세를 하여야만 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이요 허영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나의 아이만은 아니다 하는 극단적인 판단은 가능하면 삼가는 것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여 본다. 캐서린을 통하여 젊은 시절 나는 나의 아이들을 얼마나 훌륭하게 키웠는가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도진호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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