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륭웅(공학박사)
YS정부 시절 정부기관이 주도하여 많은 사람들의 비밀스런 얘기를 엿들었다고 한다. YS 이후 그런 비열한 짓들이 더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없다고는 하지만 정부와 정부기관이 한 말 중에 일관되고 진실된 것이 얼마나 있엇던가.
세계의 200여 국가 중에서 국가가 개인의 얘기를 국민 세금을 받아먹는 국민을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엿듣고 그것을 미끼로 벼라별 나쁜 짓을 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원래 남을 엿듣는다는 것은 인간 행위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행위이다. 그런데, 그것도 국가가 했다? 있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다. 그것이 우리의 조국이라니...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어찌될까. 9.11 사건 보다 더한 충격으로 사회 전체가 뒤집어질 것이다.
근 30년 전 미 상원의원이었던 게리 하트씨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기 위해 유세를 다녔었다. 그런데 어떤 여자와 어떤 곳을 다닌 것이 알려져 그 즉시 정계는 물론 인간계도 은퇴하여 아예 사라져 버렸다. 무슨 재단도 안 만들고... 그 때 나는 “과연” 했었다.
이번 사건으로 아직까지는 이번에 공개된 도청 테이프 내용의 주인공인 홍석현 주미 한국대사가 사임을 표명한 정도이다. 한 개인에 대해선 더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문제는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제대로 된 인물이라면 막중한 직책에 있는 사람으로서 즉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그만 두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과거 본인이 취한 ‘폼’을 좀 더 폼답게 살리는 길이 아니었을까? 본인은 한때 ‘사회의 공기’라고 할 수 있는 중앙일보 사장까지 지냈다.
대인과 소인의 차이는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X파일 사건을 보며 나는 전연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 더한 간사하고 치사한 일들이 추잡한 인간들에 의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이번 사건의 핵심은 X파일의 내용을 알리느냐, 마느냐이다. 검찰은 통신비밀 보호법(통비법)을 들먹이며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알리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검찰, 그것도 대한민국 검찰이 언제부터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그리도 관심이 많았는지 묻고 싶다. 언젠가는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아 죽이더니, 그럼 그 때엔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엿들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단 말인가. 바퀴벌레가 웃을 일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X파일의 완전 공개를 원한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국민들은 당신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무슨 흉악한 짓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그래야 나쁜 것은 고쳐 국가가 점점 개선되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법은 국민 위에 있을 수 없다. 과거의 판례가 아니더라도 이번 사건의 내용은 명명백백히 내용 모두가 공개되어 처벌할 것은 처벌하여야 한다.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또 구차한 법리 논쟁을 내세워 검찰이 X파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X파일의 내용은 부정, 부패, 도둑질, 나쁜짓 등등일 것이다. 내용의 당사자는 모두 인간 말종들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될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그런 치사하고 간사하며 비열하고 더러운 음모들을 꾀한 인간들의 사생활을 무엇 때문에 보호해야만 하는가. 마치 옛날 자유당 시절, 희대
의 난봉꾼이었던 박인수가 한 말이 생각난다. “보호받을 가치가 없는 정조는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이번 사건이 터진 후 나도 다른 동포들처럼 너무도 부끄러워 이곳 미국신문을 줄곧 보았다. 기사가 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8월 1일 현재까지 아직 별다른 보도는 보지 못했다.언젠가는 김우중씨가 500억달러의 빚을 지고 해외로 도피한 기사가 뉴욕타임스 사설에 나서 우
리를 괴롭게 하더니 이젠 아예 국가가 앞장서서 우리 동포들에게 먹칠을 하고 있다.과거를 반성치 못하는 민족은 그런 과오를 반복한다고 역사는 가르친다. 이번 X파일 사건을 계기로 한국이 좀 부끄럽지 않은 나라로 다시 태어났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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