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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날씨가 더워지면 불쾌지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쉽게 화를 내고, 가볍게 지나가야 할 일들도 민감해질 수 있는 때가 여름이다. 불쾌지수가 높게되면 자신이 무기력해지게 된다. 단지 육체적인 피곤뿐 만 아니라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또한 이해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인데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러기에 날이 더울수록 서로가 조심해서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을 시원하게 해주어야 한다.
더운 몸은 냉수나 청량음료나 아니면 냉면을 먹어서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의 더위는 그런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다.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느니라”(잠언25:13)
충성된 사자가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한다고 했다. 주인의 마음이 시원하게 되려면 종이 주인의 뜻을 헤아려 그대로 하면 될 것이다. 옛날 노예제도 시절에 종의 신분은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당시의 종은 인격이 아니라 상품이었다. 그런데 종이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종이 어떻게 자기의 직분을 다했는지 가히 짐작할 만 하다.
사람은 관계로 살고 관계로 죽는다. 주인과 종, 요즘으로 말하면 주인과 종업원, 사장과 사원,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등 여러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 관계가 어떤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던 간에 결국 충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군인이 국가에 충성하는 것만이 충성은 아니다. 충성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최선을 다할 때 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신앙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라고 할 때 그 믿음은 충성이라는 단어와 같은 말이다. 쉬운 예로 영어로 믿음은 ‘Faith’인데,
충성이라는 단어가 ‘Faithful’이다.
충성이라는 말을 여러 말로 해석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충성은 듣는 데서부터 시작이 된다. 듣지 아니하고서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듣는 일이다. 성경의 말씀을 다시 인용하자면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라고 말씀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의 얼굴에서 귀는 입보다 높은데 위치해 있고 귀는 둘인데 입은 하나 뿐이다. 그만큼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은 때로는 공격적일 때가 많다. 내가 먼저 말해야 하고, 상대방의 기를 꺾어 놓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을 시원하게 하려면 공격적이기보다는 수비형이어야 한다. 공격적일 때 남의 말을 듣기보다는 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방은 더 상처나 오해를 받게 된다.
법정에서 판사 4명을 죽이고 달아난 살인범 브라이언 니콜라스(Brian Nicholas)가 혼자 사는 여인 애쉴리 스미스(Asheley Smith)의 집에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그 때 애쉴리는 7시간 동안 브라이언을 설득하고, 결국은 자수하게 만들었다. 그 여인은 자신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가를 설명하며 그를 이해하려고 했다. 결국 그 여인은 살인범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그의 마음을 시원케 하고, 그 소식을 듣는 사람들을 시원케 하였다.
과부 심정 과부가 알고, 홀아비 심정 홀아비가 안다고 했다. 남을 위로한다는 영어 단어가 ‘console’이라는 단어인데 알고 보면 ‘함께 고독해진다’는 말이다. 내가 남의 심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의 마음을 시원케 해 줄 수 없다.
우리는 너무 많은 관계 속에서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산다. 내 관점으로 비판하고, 정죄한다. 그래서 나도 덥고, 상대방도 덥게 산다. 그러나 한번쯤은 돌려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발을 바꿔 신어야 한다. 그래야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다. 명령을 하는 입장에서, 명령을 듣는 입장으로, 요구하는 위치에서 요구를 들어주는 위치로 바꿔보아야 한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남을 시원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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