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생산에 여념이 없는 중국 방직 공장의 여공들. 식품에서 완구에 이르기까지 일부 중국산 제품들에서 독극물들이 검출돼 전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학교식품에서도 독극물 검출… 학부모들 난동
중복된 규제시스템, 사고 나면 서로 책임전가
가짜 비료가 수확을 망친다. 선반위의 계란은 곯아 악취가 난다. 진열돼 있는 꿀도 가짜다. 사실은 화학제의 포도당이다. 포장된 육류에서 위험한 박테리아가 발견됐다. 수출에 커다란 지장이 생긴 것이다. 중국에서 또 한 차례 식품 등 제품안전 비리가 터진 것인가. 아니다. 100여 년 전, 정확히 말해 101년 전 미국 얘기다. 이 같은 제품의 질 문제가 연방정부로 하여금 의약품과 식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게 했다. 당시 시오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이 식품의약국(FDA) 창립 법에 서명을 한 것이다.
한 세기 전 미국 경제가 산업화를 겪을 때처럼 중국 경제가 열정적인, 때로는 해적 같이 행동하는 기업가군에 의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치명적인 가짜 상품이 휩쓰는 고통을 겪었다. 무기력하고 부패한 검사관들로 인해 규제가 엉망이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경우 이는 그러나 과거사다. 문제는 오늘날 중국이다. 독성분이 든 의약품, 오염된 조개류, 가짜 페트 푸드, 흠투성이의 타이어 등을 수출하다가 적발된 중국의 공장들이 과연 최근의 일련의 스캔들을 거울삼아 더 이상 ‘중국제품’의 명성에 대미지가 가지 않도록 자정노력을 기울일까 하는 것이다.
그 답은, 중국의 규제시스템에 정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일단은 ‘예스’다. ‘상당히 조심스런 예스’라는 한 가지 단서와 함께. 그것도 베이징 당국이 보다 새로운 제품규제에 임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중국의 수출고는 지난해 1조 달러를 마크했다. 가짜 상품, 조악한 상품 등은 전체 수출품 중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근 잇단 일련의 제품안전 비리는 중국경제의 건강치 못한 저류를 반영하고 있다.
쌀로 만든 곡주를 마시고 중국에서 수 십 명이 죽었다. 말이 쌀로 빚은 곡주였고 사실은 공업용 알코홀로 만든 술이었다. 중국산 마카로니 국수에서 암을 유발하는 성분이 발견됐다. 켄터키 프라이드치킨과 하인즈가 사용하는 중국산 양념재료, ‘수단 레드’에서도 암 유발 성분이 검출됐다.
수 백 명의 학부모들이 철로를 봉쇄하고 나섰다. 학교 식당에서 제공하는 식품에서 독성분이 나온 것이다, 문제는 당국의 대응책으로, 미적지근한 당국의 태도에 성난 학부모들이 일대 소동을 벌인 것이다. 2003년 중국 요녕성에서 발생한 사태다.
아마도 가장 센세이셔널한 사태는 2004년에 중국 중부 안휘성에서 발생한 가짜 육아용 우유 사건일 것이다. 이 지역의 한 공장은 가짜 육아용 우유를 생산해 팔았다. 그 제품에는 단백질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그 우유를 먹은 50여명의 영아가 영양실조로 숨졌다.
영아들은 얼굴과 손이 붓는 증세를 보였다. 때문에 일부 부모와 의사들은 한때 과식으로 인한 증세로 오인하기까지 했다. 사실은 뇌 대미지에서 온 증세였다.
이 사건 이후 베이징 당국의 규제강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극히 제한된 것이었다. 식품과 의약품 규제에 17개 정부부서가 책임이 있다. 중복도 보통 중복이 아니다. 보건성, 농업성, 산업및 상업청 등 관계 부서마다 약품과 식품 규제 권한을 주장한다.
이유는 뭘까. 재원확보를 위해서다. 예산이라고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약품과 식품 생산에 따른 각종 인허가 요금 징수와 위반 시 벌금부과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경쟁이 이 같은 행정 중복의 중복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뇌물이다.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뇌물수수가 가능하다. 각 부서간의 경쟁은 따라서 전쟁을 방불케 한다는 게 외국인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막상 일이 터졌을 때 책임지는 부서가 없다. 부서 간에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런 문제들을 감안해 새로 만든 부서가 중국판 FDA다. 그러나 부서간의 인파이팅으로 중국판 FDA는 그 기능을 잃었다.
초대 중국 국가식품 약품 간독관리국 감독이었던 쳉 시아오위는 자리에서 밀려났다. 그리고 얼마 후 뇌물수수 및 직무태만 죄로 기소돼 전격적으로 처형됐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을 완전 신뢰할 수 있을 그 날은 언제쯤이나 될까.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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