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 앞에 선 얼레인 마리두에냐. 그는 자신이 억울하게 당국에 체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시카고·워싱턴 DC등
벌금부과·감시카메라·전담반 신설등 적극 단속 나서
뉴욕서 유명 ‘그래피티 예술가’체포… 판결에 관심 집중
‘새로운 형태의 예술인가 아니면 도심의 미관을 해치는 공해인가’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그래피티(낙서). 그래피티로 대도시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피티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확산되자 시정부들도 단속과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속의 고삐를 꽉 조이고 있는 시카고의 경우 올 한해만도 그래피티가 17만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년전 10만건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자 시카고시는 청소년들이 그래피티를 하다 적발될 경우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워싱턴 DC도 그래피티가 기승을 부리자 시장이 나서 사유건물일지라도 건물주 동의 없이 당국이 그래피티를 지울 수 있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그래피티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시도 있으며 미성년자들에 대한 스프레이 페인트 판매를 규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뉴욕의 유명한 그래피티 예술가 체포를 계기로 이 문제가 다시 한번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시는 1980년대 뉴욕 지하철 전동차들에 ‘KET’라는 인식표시로 그래피티를 그려 전설적인 명성을 얻은 얼레인 마리두에냐(37)를 지난해 10월 그의 집에서 체포했다. 고교시절 그래피티로 당국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마리두에냐는 그 후 대학에 진학해 미술을 공부하고 대학강사와 의류 디자이너, 그리고 컨설턴트 등으로 다른 행로를 걸어 온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뉴욕 전동차들에 다시 ‘KET’라는 표식을 한 그래피티들이 등장하자 당국은 그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전격 체포한 것이다. 당국은 증거로 그의 집에서 컴퓨터들과 카메라들, 그리고 3,000통의 스프레이 페인트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최근 그려진 그래피티들을 찍은 사진들도 발견됐다.
현재 14개의 중범 혐의로 기소돼 있는 마리두에냐는 그러나 “억울하다”며 완강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은 전동차 조차장 근처도 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당국이 문제 삼는 ‘KET’ 그래피티는 모던한 자신의 스타일과 달리 구식 스타일라는 것이다. 또 사진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메일로 보내 준 것들이라고 항변한다. 한눈에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 볼 수 있는데 무슨 소리냐는 것인데 그의 동료들과 그래피티 옹호자들도 “마리두에냐는 이미 명성을 얻었기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 할 이유가 없다”며 무죄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다르다. 그를 기소한 검사는 “‘KET’는 그동안의 상업적 활동으로 미약해진 자신의 악명을 되살리고 싶었던 충동에서 다시 그래피티 행각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미 ‘KET’ 표식이 같은 사람의 것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이 전문가들에 의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뉴욕의 지하철 전동차 그래피티는 197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소년들이 스타일리시한 인식표시와 함께 전동차들에 그래피티를 남겼으며 전동차들은 그래피티를 몸에 두르고 달렸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뉴욕 교통국이 그래피티가 그려진 전동차들의 운행을 중단시키자 그래피티는 교각, 상점, 트럭, 쓰레기통, 나무 등 새로운 캔버스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뉴욕시는 온통 그래피티 천국이 돼 버렸다.
지난해 뉴욕시에서 그래피티와 관련한 체포는 14% 늘었으며 올해는 44%나 증가했다. 뉴욕 경찰국은 특별단속반을 운영하는 등 단속에 나서고 있는데 법원도 그래피티범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 추세이다.
단속을 주장해온 한 시의원은 “이제 그들은 감방 벽에나 그래피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실형 선고 추세를 반겼다.
< 그래피티 왜 확산되나 >
흔적 남기고 싶어하는 본성의 산물
랩 뮤직 비디오 등 팝 문화도 원인
그렇다면 왜 그래피티는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공공 혹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표면에 승인없이 개인적으로 흔적을 남기는 행위”로 정의되는 그래피티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것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노먼 메일러 같은 작가는 그래피티를 대단히 좋아했으나 전 뉴욕시장 에드 카치는 이를 혐오해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피티로 인한 재산파손 컨설턴트인 팀 세파트는 “그래피티는 여러 요소들이 혼합된 산물”이라고 규정하고 팝 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래피티 또한 확산되는 추세이며 특히 랩뮤직에 많이 등장하는 그래피티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래피티 역사를 연구하는 휴고 마티네즈는 다른 진단을 내린다. “그래피티 단속이 되면서 오히려 그래피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억압이 오히려 공격적 행동을 유발하고 있다는 심리학적 분석인 것이다.
그러나 세파트의 지적처럼 그래피티가 젊은이들의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뉴욕 당국에 체포된 ‘KET’ 역시 그래피티 일선에서 물러난 후 젊은이용 의류 제조회사 등 업체들의 컨설턴트로 일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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