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일하는 USC 40~60대 동료중 여럿이 연로한 부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때로 본인자신의 건강문제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각한 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 직장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사례도 있다. 노부모에 대한 책임감은 인종에 관계없이 백인, 라틴, 흑인계 등 모두에게 중요한 것임을 주위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40대 초 라틴계 남자매니저가 개인적인 문제가 너무 심각해 매니저 직에서 사퇴하고 당분간 책임이 덜한 파트타임 일로 옮겨야겠다고 상의를 해왔다. 이유를 자세히 물었더니 혼자 사시는 어머니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 동안 건강문제로 여러번 입원을 했었는데 이제는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지면서 한밤중이고 새벽이고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전화를 하면 무조건 달려가야 하는 상황인데 그러다보니 수면을 제대로 취할 수가 없어서 사무실의 중대한 책임을 맡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침 8시반에 출근하는 그의 업무는 연방정부 자금을 받아 추진하는데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가 많다. 일과 부모에 대한 책임과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검토한 결과 우선은 나이드신 어머니 일부터 해결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주위에 노부모 때문에 직장을 사직하고 타주로 이사 간 동료들도 꽤 있다.
50대 초의 동양계 여자 직원은 벌써 2년간 80대 부모를 모시고 살면서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보기에도 측은하고 본인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는 게 옆에서도 보일 정도다. 80대 아버지와 어머니가 번갈아 병원에 수시로 입원하면서 그는 자신의 휴가를 전부 부모의 병원 뒷바라지하는데 쓰고 있다.
재정적인 부담도 큰 문제다. 부모들이 미국내서 일한 적이 없어 소셜시큐리티 연금도, 메디케이드도 대상이 못되는데 또 부모들은 미국정부의 웰페어는 절대 안 받겠다고 고집한다. 모아놓은 부모의 재산은 순식간에 바닥나 버리고 실버타운 비용으로만 5,000달러이상 냈다는 그는 어머니 간병인 비용, 비싼 의료보험 등을 앞으로 몇년 더 감당할 수 있을지도 큰 고민이라고 한다.
60대 백인 여성동료는 90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낮에 어머니가 혼자 집에 계시니 항상 불안해하고, 혹시 다치거나 실수로 집에 불이라도 낼까봐 매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딸과 사위가 수시로 병가휴가를 내서 병원을 모시고 다니는데 병원서 일어난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말해 주었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무척 적극적인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911에 전화를 걸어 지금 간호사와 의사들이 공모해서 본인의 장기를 꺼내서 팔려고 자신을 병원에 가두었으니 당장 경찰을 보내라고 해서 병원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한다.
지금은 우리 부모세대의 얘기지만 이것은 우리가 늙은 후 자녀들이 겪어야할 고통일 수도 있다. 의학발전으로 인간의 생명이 연장되면서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자녀들의 부담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인 커뮤니티 이민1세들의 노후대책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한국 전통문화에서는 자식들이 노후대책이었지만 현재 달라진 상황과 여건에서 자식들에게만 의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언젠가 많은 돈을 벌 것이라고 기대하며 미 주류사회에서 일반화된 은퇴연금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들이 미리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자연스레 자녀들에게 가게 된다.
우리 가족과 주위 동료들의 경험을 보면서 물론 부모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관리가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노후의 건강보험 계획과 경제적 기반을 미리 준비해 놓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것이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살아있을 때 줄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케이 송 /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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