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기의 체중이 표준치에 미치지 못하면 몸이 건강치 못하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죽이고,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7세가 되면 엄마로부터 떼어내 공공 훈련장에서 채찍으로 신체의 강인성을 점검하고, 일부러 굶주리게 만들어 도둑질로 연명하는 방법을 국가차원에서 강제적으로 교육한 나라가 있었다. 누구나 경악할 일이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스파르타는 그러한 독특한 교육방식을 가졌다. 자유, 개성, 독자성을 강조하고 민주의식, 평등, 칭찬을 바탕으로 하는 인근 경쟁 도시국가 아테네의 인본주의적 전인교육과는 정반대의 방법이다.
스파르타 교육의 목적은 시민을 용감한 군인으로 만들어 국가에 절대 충성 복종하는 전쟁의 도구로 만드는 것이었다. 외부 침략에 대비하고 자국 내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피정복민의 반란 가능성을 압도하기 위해 철저한 군국주의 교육으로 일관했다.
이래서 ‘스파르타식 교육’이라 하면 엄격하고, 명령적이고, 상하관계가 뚜렷하며, 잘못에 대해서는 철저히 처벌하는 무시무시한 교육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런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켜 시험점수를 단기간에 올려주는 학원이 한국에서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다. “독하게 공부하라”는 명령 아래 ‘독사반’이라는,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반을 편성하고, “고시 공부하듯 영어 교과서를 암기해야 한다”는 ‘고시원’이라는 반을 만들어 수강생들의 숨통을 조인다.
그 곳에서는 수업을 빼먹거나, 수업 중 딴전을 피우는 등 학습태도가 불량하면 벌금을 내야하고, 시험성적이 뒤떨어지면 틀린 문제 수만큼 등과 손바닥을 사정없이 두드려 맞는 체벌이 가해진다. “하루 13시간 공부, 매일 200개 영어 단어 암기, 쓰러질 정도로 해야 점수가 오른다”는 독려를 등에 업고 강행군을 한다.
스파르타식 점수 따기 훈련장에 몰려드는 수강생들의 공통점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 시험을 앞두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점수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남이 강압적으로 시켜서라도 점수만 올라가면 하겠다” 혹은 “누가 내 생활을 잡아주면 훨씬 나을 듯해서 한다”라는 태도다. 그리고 “누가 나를 공부하게 만들어주고 붙들어주는 시간만큼은 불안감이 덜하다”라고 고백한다.
인간 누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자주성과 독창성이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개발해 내지 못하면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은 ‘노예근성’이다. 배움에서의 노예근성이란 가르치는 자의 사고, 가치관, 방법 등을 무조건 추종하여 자신의 의지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노예근성을 처음부터 가진 학생은 없다. 다만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무리정신’(Herd Mentality)에 쫓겨 하루라도 빨리 공부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점수를 올려야 하는 욕심에 남이 시키는 대로, 귀에 솔깃한 편법에 의존하는 것이 시작이다. 한번 노예근성에 빠지면 나름대로 자신에 맞는 학습 방법을 찾는 것이 귀찮아지고 배움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갖는 것은 이상주의자들의 사치로 생각한다.
또한 주어진 자주성과 독창성을 찾아낸다 해도 잠시 뿐이다. “남들은 다 하는데…”하는 불안과 초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주는 혹독한 노예생활을 다시 선택한다.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말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교육에서 현실화 된 것이다.
동기부여가 강압적으로 주어지고,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재능을 어릴 때부터 꺾어버린 곳에서는 창의성이 자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외부 압력에 밀려서 형성된 학습 동기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시험점수는 올려줄 지 모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를 개발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 교육정신에 영향을 받은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와 20세기 일본의 군국주의를 보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자율성을 추구하는 민주정신 앞에 모두 무릎을 꿇지 않았는가.
다니엘 홍 / 교육전문가 C2 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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