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쟁’이라고 당시 알려졌던 1차 세계대전은 ‘베르사이유’(Versailles) 조약이 서명됨으로써 1919년 6월28일 종료되었다. 그러나 사실 전쟁 그 자체는 연합군과 독일군 사이에 이미 7개월 전인 1918년 11월11일 11시에 임시 휴전에 들어감으로써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사가들은 1918년 11월11일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로 보고 있다. 그 당시 윌슨 대통령이 1919년 11월11일을 첫 휴전 기념일로 포고하였다. 연방 국회는 1938년에 들어서 11월11일을 국정 공휴일로 제정했다.
이 휴전협정 기념일은 세계 평화와 1차 대전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데 주목적을 두고 있었다가 1954년 83차 연방의회에서 퇴역군인들의 건의에 따라 ‘휴전’이라는 단어 대신 ‘베테런스’라는 용어로 대치했다. 그리고 11월11일을 모든 전쟁에 참여한 미국 병사를 기념하는 날로 하는 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오늘날의 ‘베테런스 데이’가 유래되었다.
이날은 많은 도시에서 기념행사를 갖는다. 어바인시에서도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시청 앞 ‘빌 바버 해병 기념공원’에서 엄숙하게 기념식을 가졌다.
이 공원은 고 ‘빌 바버’ 해병 대령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곳이다. 그분의 생전에 이같은 이름의 공원이 만들어졌는데 바버 대령은 특히 한국 전쟁에 참전해서 혁혁한 공을 쌓고 부상까지 입어 미국군의 최고 훈장인 ‘퍼플 하트’까지 받은 어바인의 자랑스러운 해병이다. 엘토로 해병대 기지 폐쇄에 따라 해병대의 공로를 다른 방식으로 기릴 필요가 대두되었고 이같은 뜻에서 ‘빌 바버 해병 기념공원’이 탄생한 것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는데 공원 명명 등을 통해 국가를 위해 궁극적 헌신을 한 군인들을 기념하는 일은 대단히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공원에서는 매년 ‘메모리얼 데이’와 ‘베테런스 데이’에 엄숙한 기념식이 거행되는데 이 기념식에는 참전 용사뿐만 아니라 현직 병사들과 많은 일반시민들이 함께 참석한다. 기념식에서는 은퇴한 장병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훈장들과 유물들이 본인들과 함께 소개되고 전시돼 미국 전쟁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11일 기념식에서 어바인시 경찰 ‘칼러 가드’는 어바인시가 자매결연 관계를 맺고 있는 미 해병 11대대의 ‘칼러 가드’와 함께 합동으로 국기 입장식을 가짐으로써 기념식 행사장 분위기를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2차 대전에 참전했던 여성 준위가 여성으로서의 당시의 참전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했으며 은퇴한 공군 장성은 ‘베테런스 데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미국이 누리는 지금의 모든 자유와 부와 행복은 정치가도 아닌, 학자도 아닌, 신문기자도 아닌, 경제인도 아닌, 바로 목숨까지 희생해 가면서 미국을 지킨 참전 용사들의 덕분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갔다.
목숨을 버리는 것보다 더 큰 희생은 없지 않은가. 오늘의 미국은 수많은 참전 용사들이 뿌린 피 위에 세워져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정부가 필요할 때 징집권은 행사할 수 있으나 아직도 그 많은 미군 병력의 대부분이 자원자로 충당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은 어마어마한 자원 병사들의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발적인 군 입대는 그 자발성 때문에 군의 체질을 강화해 주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날 기념식에 참여한 모든 베테런들은 자부심이 대단했고 일반시민들은 그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모습들이었다.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올 ‘베테런스 데이’였다.
최석호 / 어바인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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