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의 한인 젊은이들은 뭘하고 놀까? 애틀랜타에는 서울의 홍대앞 같은 젊음의 해방구가 있을까? 한인 젊은이들을 따라 가봤다. 젊은이의 문화는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젊은이들의 1번가라고 부를만한 집결지는 없었다. 젊은이들은 마땅히 갈만한데가 없다며 입을 모은다. 그러나 클럽으로, 카페로, 펍으로 청춘의 열기가 모여들고 있다.
# 1 So hot! 클럽의 유혹
여름의 낮은 그들에게 너무나 길다. 늦은 시간이 돼서야 어둠이 찾아왔다. 이제 또다른 시작이다. 날이 밝을 때에 보이지 않던 클럽들이 불을 밝힌다. 클럽이라는 간판이 없어도 길게 늘어선 젊은이들의 줄을 보면 단 번에 이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다.
“왜 클럽이냐고요? Just, so hot (그냥, 대박이죠)” 직장인 이모(26)씨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클럽에 오는 것을 즐긴다. “주말이면 아시안 나이트가 열리게 돼요. 주로 2개 클럽이 번갈아 가면서 열리는데, 손님 중 30%는 한국인이라고 보면 돼요.” 이 곳은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아시안들에게 손짓한다.
약수터에서 숭늉 찾기만큼 힘든 애틀랜타 주변 놀거리 중에서도 눈에 띄게 붐비는 곳이 바로 이 클럽이다. 정돈된 소음과 일사분란한 조명으로 중무장한 실내가 기다리는 곳. 그래서 이들은 자정이 넘어서도 꼬리를 물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클럽은 벨벳 룸과 피버. 이 곳들은 한인 젊은이들이 가장 즐겨찾는 곳이다. 드레스 코드에 맞춰 적당히 차려 입으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다.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 곳을 찾은 사람들만큼 개성만점. 마시고 춤추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또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간다. 오후 1시의 애틀랜타보다 새벽 1시의 클럽 안이 훨씬 더 뜨겁다.
토요일에 클럽 벨벳 룸에서 만난 대학생 장모(24) 씨는 토요일 자정 전까지 여성에게 주어지는 무료입장의 특권을 받고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클럽 안의 수많은 사내들을 보면 이 무료입장은 그들에게 더 큰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이 클럽은 수많은 미국 팝 스타들이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5일에 파티를 연 최고의 팝가수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과 리아나(Rhianna) 커플은 애틀랜타 젊은이들을 모두 이 곳으로 집결시켰다. 수많은 땀들이 공중분해되어 라이터 불조차 들어설 공간을 주지 않았다. 이런 이벤트들은 생각보다 자주 열려, 이 곳의 유명세를 높인다.
“클럽은 한번 흥미를 잃으면 순식간에 열기가 식는거 같아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사람을 자주 만난다면 갈 필요가 더이상 없죠. 그럼 다른 곳을 찾는거에요.”
이 씨는 새로운 사람과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하다가 클럽이 문을 닫는 새벽 2시가 돼서야 택시에 올라탔다.
#2 수다는 커피향을 타고…오후의 카페
뜨겁던 태양이 자리를 비켜줄 때 쯤 카페는 색다른 공간이 된다. 유학생 임송하(23)씨는 베이커리 카페인 하얀 풍차에서 대화를 즐긴다. “친구들과 수다나 영화보기는 빼놓을 수 없는 여가생활이에요” 그녀는 살짝 웃었다. “수다를 떨기에는 좁고 지저분한 미국식 테이크아웃 커피점보다 편안하고 깔끔한 이런 곳이 좋죠”
현재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는 마음, 모차르트, 하얀풍차 등을 비롯해 애틀랜타 지역에 6곳. 이 곳들은 모두 직접 빵을 굽고 커피를 제조하며 베이커리와 커피샵을 함께 하는 형식이다. 뉴요커들에겐 스타벅스가 제격이겠으나,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나누기엔 한국식 다방이 입맛에 착 들어맞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카페들은 수다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빵 굽는 향과 커피 향이 이렇게 잘 맞는 궁합인지 미국인들은 몰랐을 거다. 거기에 자연적이면서도 우리 집 응접실보다 편하게 생긴 인테리어는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끌어내준다. 바로 이런 것이 미국의 테이크아웃 전문점과 가장 큰 차이이자 강점이다.
“여기는 무선 인터넷이 돼서 좋아요. 그래서 혼자서도 가끔 와요, 랩탑 들고서.”
한국의 무선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송씨는 미국 생활 처음엔 스타벅스만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친구 따라 강남 갔다가 홀딱 빠져버린 그녀. 애틀랜타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이 카페들은 아이들부터 회장님들까지 모두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배고프면 갓 구운 빵을, 혼자의 시간엔 커피와 쿠키를, 수다를 떨기엔 팥빙수나 버블티가 잘 들어맞는다. 여름의 낮처럼 이 곳은 뜨겁지만 느리고 따뜻한 기운을 준다.
1년 새에 많은 카페가 입점하여 이런 베이커리 형식의 카페는 포화상태가 된 것도 같다. 하지만 여전히 틈새는 있다. 송씨는 한국에서의 수많은 디저트 가게와 독특한 카페를 그리워한다. 적어도 특색 있는 가게들이 생긴다면 한국 기억이 남아있는 그녀와 친구들은 단골 고객이 될 수 있겠다.
#3 그 펍에 가면 나도 `타짜’
한국계 회사 직장인 오모(29) 씨는 일과 후 호프집을 찾는다. 피치트리 인더스트리얼 로드에 있는 프라임 호프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장소.
“음악도 인테리어도 좋지만 무엇보다 수요일 일요일에 있는 포커 토너먼트가 가장 큰 재미죠.”
이 곳은 라스베가스에서 눈에 불을 켜고 도박에 열중하는 분위기와는 다르다. 마을 회관에 새로온 분을 맞이하고 고스톱을 치듯, 포커 테이블의 젊은이들은 본 기자에게도 손짓하며 자리를 권한다. 물론 이 곳에서 돈은 오고 가지 않는다. 사장님께서 손수 건넨 칩을 받으면 그것이 밑천이다. 단, 주의할 사항은 항상 웃으면서 옆에 앉은 경쟁자에게 농담을 건넬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요일과 일요일이 아니라면 다트게임을 하고 포켓볼을 치고 게임을 하면 된다. 이도저도 아니면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며 웃어도 되고 쿵쾅대는 음악을 들어도 되고 맥주가 내뿜는 시원한 연기를 바라보아도 된다. 평일 이른 저녁에 이 곳을 찾으면 99센트라는 착한 가격에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코리안 어메리칸들은 그래도 가끔 돈을 모아 소주를 마신다. 역시 ‘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게 진짜 술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주말에는 붐비죠. 택시 기사분들도 바쁘실 거에요.”
오 씨는 친구들과 모여서 가볍게 술을 마시고 함께 택시를 탄다. 친구들과 택시비를 모아서 내면클럽 입장료가 딱 남는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이 곳은 꼭 가야 되는 이유를 만들어준다. 계산을 하면서 평소보다 많은 팁을 냈지만, 조금 더 낼까 라는 생각을 만들어줄 정도로 친절한 종업원들 또한 반갑지 않은가.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포커를 하는 다인종 젊은이들과 소주를 마시며 즐겁게 떠드는 연인들을 보면 애틀랜타라는 곳에서의 새로운 한인 문화가 형성됨을 느낀다.
#4 애틀랜타에도 `홍대앞’이 생겼으면
하지만 아직 우리 젊은이들은 더 즐거운 곳을 찾고 있다. 여섯 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오성(26) 씨는 “한국에 갈 때마다 너무 즐거워요. 여기에 없는 재미있는 곳들이 너무 많아요.” 라고 말한다. 24시간 즐길거리가 가득한 한국에 비해 이 곳은 조용한 것이 사실. 현재 한국에는 많은 클럽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종류의 카페와 데이트 장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장소들은 쿠폰이나 할인카드를 제시하면 일정 포인트 적립 및 할인이 되어 꾸준히 회원관리가 되고, 블로그 등의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광고된다.
그러나 이 대부분은 미국에서 건너온 문화의 진화 형태이다. 스타벅스가 한국시장을 장악한 이후 크리스피 도넛, 스무디 킹 등이 고급화 전략을 사용하여 한국 젊은이들의 입맛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와 교묘하게 섞여나가고 있다.
반면, 애틀랜타의 젊은이들을 위한 한인 문화는 무엇일까. 한국식 베이커리 카페가 타인종 시장까지 발을 넓히고 있고, 칵테일 소주를 파는 한국식 호프집에서 미국 게임인 포커 토너먼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젊은이들은 계속해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 미국식 문화가 한국에서 융합되어 마케팅이 된 만큼, 한국의 것으로 미국의 한인 젊은이, 나아가 타인종에게까지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의 탄생을 기대해본다.
<선현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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