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애틀랜타를 찾는 이들은 많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계 포워딩(Forwarding: 운송업무를 화주를 대신해 처리하는 일)회사로는 중견기업에 속하는 KCC(Korean Consolidation Company)의 미국 애틀랜타 지점장 안상현(35)씨.
그는 한국 본사로부터 지점 설립 및 운영 등의 업무를 지시 받고 작년 4월에 애틀랜타로 파견 나온 이래
한인인구가 점차 증가하는 이곳의 로컬마켓 물량과 앨라배마와 조지아에 있는 자동차 관련회사들의 물동량을 주요타깃으로 비즈니스 활성화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안씨는 향후 한국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이곳 애틀랜타에 계속 머물러 살 작정이다.
“현재 한국은 경제적이나 정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잖아요. 거기다가 아내도 미국을 좋아합니다. 개인 프라이버스도 잘 존중되고 직장생활 하는데 있어서 한국에 비해 더 자유롭고 업무를 훨씬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점들이 좋답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생각해봐도 그래요. 한국에서 제가 살던 분당의 경우 자녀 한 명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사설학원을 보내려면 한 달에 약 1백만 원은 들여야 하거든요. 이에 비해 이곳 애틀랜타는 교육을 비롯한 거의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는 낫다는 판단이 드니까 굳이 한국으로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특히 애틀랜타는 자영업자가 아닌 저 같은 월급쟁이들이 빨리 정착해 살기 적당한 도시라고 판단됩니다. 부동산 가격에 생활비도 타 주에 비해 싸잖습니까. ”
안 지점장에 따르면 앨라배마 현대자동차와 조지아 기아차 생산공장, 그리고 자동차 부품 업체 및 물류업체 등 이미 동남부로 진출한 30여 개의 한국기업 미국지사에서 안 지점장 같이 한국에서 장기출장 나온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와 함께 대게 짧게는 1달에서 길게는 3~4년 동안 이곳 동남부지역에 머무는 이들 중 어린 자녀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일념으로 한국 귀국을 포기하고 아예 미국에 정착하려고 결심하거나 계획하는 이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을 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문제는 한인사회 규모다
“현재 이곳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크레딧 카드 빚을 질 일은 없으니까 좋아요. 집세가 너무 비싸 매일 분주하게 쫓기는 듯한 LA의 도시생활이 싫었거든요. 그곳에 있을 때 다니던 직장에서 받던 월급이 너무 적어 매일 빚이 늘어가는 적자생활을 해야만 했었어요. 그야말로 극빈자 처지였죠. 5살과 2살 된 두 아들 모두가 정부에서 주는 우유를 먹고 자랐습니다.”
지역일간지인 Atlanta Journal Constitution, AJC)에서 사진기자로 있는 신효섭(38)씨는LA한인타운에서 살다가 작년 9월에 가족을 이끌고 애틀랜타로 이주해왔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LA에 있는 한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있었어요. 신문사에서 집까지 차 운전으로 평균 5분 이 채 안 걸리는 거래인데 퇴근 후 집 근처까지 다 와서 주차공간을 찾다가 한번은 50분 이상을 길바닥에서 허비한적이 있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아깝던지. 짜증도 장난 아니었고요. 거기다가 도로들이 좁아 교통체증도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언제고 기회만 되면 LA를 떠나 살아야겠다고 결심한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새 직장을 찾던 중 애틀랜타까지 오게 됐지만 여러모로 정말 잘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틀랜타로 오기로 판단한 것이 매우 잘한 결정이라고 믿고 있는 신씨도 이곳 지역에 대한 불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까지나 월급쟁이로만 살수는 없는 거잖아요. 언젠가 여건이 되면 개인 비즈니스도 해야 되겠죠. 그런데 애틀랜타에서는 아무래도 한인만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안 된다는 판단입니다. 주류사회로 지경을 넓히고 적극적인 공략을 펼쳐야 할 것 같아요. 한인사회가 소문에 비해서는 사이즈가 대도시만큼 크지 안잖아요.”
2007년 6월30일에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이 자체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지아 거주 한인인구는 총 5만7,600명이다.
이는 2000년 미 센서스가 발표한 2만8,745명에 비해 무려 200%증가한 수치다.
또한 거주자격 별로 보면 이중 시민권자는 2만8,400명, 영주권자 2만3,900명, 일반체류자 4,600명, 그리고 유학생은 700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자영업자는 전체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회사원은 35%, 전문직은 10%, 학생 1%, 그리고 기타가 9%에 달했다.
이 같은 한인인구의 증가세는 올해에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연방센서스가 지난 10일 발표한 대도시인구증감자료 분석결과 한인들이 가장 많이 밀집해 거주하는 귀넷카운티 스와니시 인구가 지난 2년 사이 70%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한인들이 많은 지역으로 알려진 둘루스의 경우에도 2년 새 12.90%증가한 2만5,953명을 기록했다.
이번 발표에서 한인인구에 관해서만 특별히 분류돼 다뤄진 자료는 없었지만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귀넷카운티의 주요 도시들의 인구가 조지아주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한인인구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다만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의 한인사회의 경우 타민족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고객대상을 한인자체만으로 삼고 비즈니스를 운영해도 모두 소화될 만큼 규모가 충분한 반면 애틀랜타는 아직까지는 자체적으로 소화할 만큼의 인구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이르다
“전 애틀랜타에서 오래 살 생각이 전혀 없어요. 언제고 이때다 싶으면 미련 없이 LA로 이주할 작정입니다. 30년 이상 의류분야에서의 사업경력을 가진 제 개인적 견해로는 애틀랜타는 사업적 매력이 그다지 없다고 판단돼요. 거기다기 꽃가루도 심하고. 여기는 단지 물가와 집값이 싸다는 장점 외엔 없어요. 자바시장 같이 동종업종이 함께 모여있는 있는 LA지역이 뭐니뭐니해도 개인사업하기 좋은 곳이죠.”
스와니 지역에 집을 렌트해 생활하는 김상연(49)씨는 한국에서 20살이던 1977년에 부모를 따라 남미 아르헨티나로 이민간 이래 30년 넘게 청바지 도매점과 소매점을 여럿 운영해오고 있는 의류사업가로, 작년 1월에 가족과 함께 애틀랜타를 첫 방문했다.
“아르헨티나는 주민폭동이 잦고 10년에 한번 꼴로 달러파동 등 대규모 소요사태도 많은, 관료들에게 뇌물을 줘야만 장사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가 부패하고 정치도 불안한 그런 나라예요. 어쨌든 최근까지는 그런대로 견디며 살아왔는데 이젠 아니다 싶어 모든 면에서 안전한 미국으로 오게 됐죠. 물론 그곳에 벌려놓은 사업체는 팔지 않고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실 애틀랜타는 김씨가 정착해 살려고 찾은 곳은 아니다. 단지 처형이 여기에 살고 있어 아내를 생각하는 맘으로 들렸다.
몇 개의 대도시를 돌아보고 그 중 맘에 드는 곳을 최종 정착지로 결정하기 직전에 잠시 머리도 식힐 겸 가벼운 맘으로 들른 기차여행 중 이름 모를 ‘작은 간이역’같이 말 그대로 잠시 방문한 곳일 뿐이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서의 생활이 1년 반쯤 지난 요즘 들어 김씨는 당초에 가졌던 계획을 조금 수정할 마음을 먹고 있다.
“제게는 대학 1학년생인 큰딸과 고등학생인 둘째와 셋째 딸, 그리고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등 네 명의 자녀가 있는데 큰딸을 제외하곤 애들이 다들 이곳 애틀랜타를 무척 좋아해요. 나무가 많고 공기도 좋고 특히 아르헨티나에 비해 인종차별이 심하지 않다는 군요.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런가
나도 이곳이 점점 좋아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기사 애틀랜타에서는 무슨 사업을 해도 대도시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부담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기는 하네요. 운영을 잘못해 망해도 금전적 손해가 크지 안잖아요. 중국에서 양말이나 속옷 같은 아이템을 수입해 판매하는 장사를 한번쯤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문득문득 듭니다. 물론 처음에도 말씀 드렸듯이 언젠가는 LA로 가서 본격적인 사업을 하며 살기로 한 결심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혹시 이 같은 마음마저 변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예요.”
이달 초에 발표된 미 연방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텍사스 휴스턴이 지난 1년 새 인구증가가 가장 많았던 도시로, 총 3만8,932명을 기록했다. 애틀랜타시는 피닉스, 샌 앤토니오, 포트워스, 뉴올리언스에 이은 미 전체에서 7번째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한 도시에 올랐다.
애틀랜타로 몰리던 인구가 점차 휴스턴 쪽으로 재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여진다.
점차 대도시로 변모 중인 애틀랜타
“앞으로 4~5년 후에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데 은퇴 후에는 다시 오레곤으로 되돌아갈까 합니다. 애틀랜타는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특히 젊은이들에게 일하기 좋은 도시잖아요. 은퇴하고 쉬기 좋은 도시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동차 안전 제어장치를 개발 및 생산하는 미국회사인 애틀랜타에 소재한 일레시스(Elesys North America)에서 중역간부인 생산기술부 총괄매니저로 있는 하정용(51)씨.
그는 오레곤주에서 20여년 간을 살다가 작년 3월에 현재의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애틀랜타로 오게 된 경우다.
아내와 고등학교 아들은 아직 오레곤에 있지만 가능하면 내년까지는 애틀랜타에서 다 함께 살 작정이다.
“오레곤에 있는 미국기업에서 일하던 중 작년 초에 현재의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당시에는 솔직히 애틀랜타로 갈까 말까 주저했었어요. 오레곤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리상으로 너무 멀다는 느낌이 들었던거죠. 하지만 결국 애틀랜타로 오길 잘했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 깨닫고 있습니다.
회사가 지난 2003년 본격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한 당시에 비해 현재의 매출과 직원수를 포함한 회사규모 등이 무려 2배 이상 넘게 성장했어요. 정말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틀랜타가 시골로만 생각됐는데 실제로 보면 점점 대도시의 면모를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주정부가 해외 기업들의 유치를 위해 각종 프로모션과 감세제도를 제공한 이래 하루가 다르게 조지아가 놀랍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지아는 대도시로의 요건 중 하나인 인프라까지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조만간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의심치 않습니다.”
<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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