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르다. 투명하게 맑아서 그 곳으로 한없이 달려가면 해와 달과 별들도 만날 듯하다. 아니 은빛 은하수도 무한대의 푸른 우주도 그 곳에 있겠지. 푸른 하늘, 푸른 자연의 숨결이 오늘 LA에 와있다.
“하늘이 날 에워싸고 / 씨나 뿌리고 살아라 한다. / 밭이나 갈고 살아라 한다. //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 아들 낳고 딸 낳고 /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 들 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 산이 날 에워싸고 /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 구름처럼 살아라 한다. / 바람처럼 살아라 한다”<박목월 ‘하늘이 날 에워싸고’ 전문>
그러나 고개를 눈높이로 내리면, 전자파와 온실개스로 에워 쌓인 지구촌에서는 각국의 이해타산의 불균형으로 분쟁은 끝이지 않고, 생존을 위해 고속으로 치달리는 21세기의 글로벌 시대에 박목월의 시는 현실감이 떨어진 잠재의식의 그리움일지라도 마음으로는 맨발로 흙을 밟는 아득한 고향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몇 년 전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딸집을 방문했었다. 사돈댁의 초청으로 저녁식사를 하며 여러 대화를 나누던 중, 딸의 시부모는 지구의 심각한 오염을 걱정하며 두 분 다 병원에 자전거로 출퇴근한다고 했다. 날더러도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전거 타기를 권했다.
수집한 현대화들로 예술의 미를 감상하며 바닷가 집에서 살고 있는 그들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다니… 코앞의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과 미국의 스피디한 생활의 사고로는 그들의 친자연적 한가한 삶을 이해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렇게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는 덴마크는 현재 유럽에서 자전거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나라이다.
들꽃이 흐드러지게 핀 비포장의 시골길을 들바람에 머리를 날리며 아무 걱정도 없이 자연과 동화되어 달려가면 스모그에 찌든 메마른 가슴에 푸른 꽃이 피는 걸까? 소설가 김훈씨도 그의 자서를 보면 자전거로 시골길을 사색하면서 달리고, 달리면서 사색하는 현실의 실사적인 구상으로 작품을 쓴다고 어느 글에서 말했다.
카드 진열대 앞에 오래 서 있던 청년이 카드를 여러 장 골라왔다. 나는 자동적으로 종이 백에 모두 담아주니, 그가 백에서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종이 백을 내밀며 ‘Save tree’ 하곤 나간다. 이 청년도 가슴에 ‘쿨’한 자연을 품고 있는 걸까?
지구촌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홍수가 나고 태풍이 불며 쓰나미가 몰려오고, 메마른 산에서는 산불이 번지며 집을 잃은 난민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까운 장래에 지구의 온난화로 남극과 북극의 얼음산이 다 녹아 없어지고 생태계의 변화로 북극에 살던 백곰이 멸종되리라는 보고도 있다.
‘동물의 왕국’이란 영화에서 보았던, 자연의 이상변화로 두려운 환경에서 어쩌지 못하던 어린 동물들의 처연한 모습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생명은 자연이라고, 살아있는 자연을 아끼며 사랑하라고 ‘동물의 왕국’은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마켓에 가면 산더미로 쌓인 과일과 채소, 고깃간의 온 벽에 진열된 붉은색 고기, 그뿐 아니라 종이백과 플래스틱백을 공짜로 주는 아낄 줄 모르는 생활이 아메리카의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샤핑백을 팔고 있다. 재활용품을 모으는 커다란 통엔 주민들이 가져온 플래스틱 백이나 병들이 담겨 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미국의 경제 철학은 그 의의와 효과가 퇴색되고 시효는 끝난 것 같다.
최초에는 인간이 문명을 만들었지만, 오늘에는 무한히 발전된 그 문명이 인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그 역리현상으로 문명의 횡포와 지배를 되돌려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의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자원이 고갈되어 가고,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들끓고 있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우리 삶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친자연적 삶으로 건강하게 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Save Earth!
김인자
시인·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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