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미니앨범 ‘이런 여자’로 돌아온 이수영
잠적? 앨범 준비도 하고 ‘살려 달라고’ 기도했죠
’첫사랑 그 아이’ 노래는 17세 때 내 사랑 얘기
패티김 선생님처럼 이름 건 디너쇼하는게 꿈
이수영의 노래는 라벤더 향이다. 라벤더 향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의 노래는 라벤더 향처럼 지친 마음을 어루만진다. 실제로 이수영은 라벤더 향을 켜놓고 음악 작업을 한다.
이수영과 1년 2개월 만에 마주 했다. 그는 발목을 잡았던 소속사 이적 문제와 마음을 괴롭히던 우울증을 이겨내면서 한층 성숙해졌다. 시련을 통해 감성이 더욱 깊어지고, 아픔을 통해 의지는 강해졌다. 그가 부르는 노래도 듣는 이를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시집 못 가는 참한 언니의 마음을 아는 여기자(이재원기자ㆍ이하 이)와 서른 살 여성의 심리가 궁금한 남기자 (김성한기자ㆍ이하 김)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미니앨범 <이런 여자>로 돌아온 이수영과 와인 잔을 기울였다.
# 우울증 극복
▲잠적설이 돌 정도로 바깥 출입이 없었어요.(김)
=집에 틀어박혀 있었죠. 앨범 준비를 하면서 지냈어요. 아!(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100일 기도를 했어요. 제가 사는 분당에서 교회가 있는 화곡동까지 매일 밤을 오가면서 기도했어요.
▲짧은 거리가 아닌데, 어떤 기도를 하셨나요.(김)
=기도 제목은 ‘살려주세요’였죠. 주변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기도했죠.
▲소속사 문제를 말씀하시는 거죠?(이)
=네, 3년이 됐어요. 제가 첫 회사를 나오면서 저도 모르는 문제들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 문제가 항상 제 등에 업혀 있었던 거죠. (장난스러운 말투로 어깨를 움직이며)어깨가 빠질 것 같이 무겁더라고요.
▲어떤 문제였나요.(김)
=다들 아시겠지만 돈 문제가 남아 있었죠. 제가 외골수 같은 면이 있어서 누군가를 믿으면 제어할 수가 없어요. 주위 사람 중에서 모든 일을 다 해줄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많았죠. 막상 돈이 눈 앞에 보이면 돌변하는 게 사람이더라고요.
▲’살려달라’는 기도 제목이 인상적이네요.(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건 지난해 8집이 나왔을 때죠. 그 때는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우울증이 심했어요. 그 뒤에는 제 몸에 우울증 인자를 항상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걸 조절하는 요령을 배웠죠. 이번 앨범을 낼 때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어요. 매일 새벽같이 나와서 앨범을 준비했죠.
▲그런 일을 겪으면서 달라진 게 있다면….(김)
=어찌나 열심히 기도를 했던지 목소리가 변했어요.(웃음) 병원에 가봤더니 성대 결절 초기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녹음할 때도 목소리가 또 변하더라고요. 다행히 목소리에 힘이 생긴 것 같어요. 시련을 견디니 선물을 주시는구나 생각했어요.
# 성형수술 견적 내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어떤 사랑을 했는지 궁금해요.(이)
=한 두 번 해봤죠. 그 중에는 연예인도 한 명 있었어요. 그 아이는 8차원 정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감당이 안됐죠.
▲이번 앨범에 첫사랑 이야기를 가사로 넣었어요.(이)
=<첫사랑 그 아이>라는 노래죠. 열일곱 살 때 있었던 일이에요. 그 친구는 소위 말하는 ‘날라리’ 학생이었어요. 계속 편지도 주고 받고 말도 걸어왔죠. 처음에는 경계하고 멀리 했는데 그 ‘날라리’ 녀석이 진심을 갖고 다가온다는 게 느껴졌어요. 언젠가는 자작 시집 3권을 선물로 주더라고요.
▲로맨틱한데요.(이)
=그렇죠. 전 그 시집을 그대로 베껴서 다시 보내주는 걸로 마음을 대신했죠. 그 친구가 갑자기 전학을 가면서 연락이 끊겼어요.
▲그게 끝인가요.(김)
=제가 가수로 데뷔하고 회사로 소포가 하나 왔어요. 그 아이가 쓴 소설 한편이 담겨 있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제 본명인 ‘지연’이였고요. 물론 내용은 가상의 이야기죠. 솔직히 제가 연예인이 됐으니 잘 해보려는 마음이 들었을 법도 한데, 연락처를 안 남겼어요. 어릴 적 순수하게 좋아했던 마음을 그냥 간직하려고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더 고마웠죠.
▲작년에는 친하게 지내던 동갑내기 연예인들이 결혼을 많이 했어요. 부럽지 않던 가요.(이)
=남자 친구보다 남편이라는 감정은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박)경림이나 (서)민정이 둘 다 라면도 못 끓이던 아이들이 요리를 어쩜 그렇게 잘할까요.
▲데뷔 이후 성형 수술을 생각한 적은 없나요.(김)
=지난해 8집 낼 때 주변에서 권유를 했죠. 병원에 가서 예약까지 했어요. 소위 말하는 견적을 냈더니 코를 만지고 턱까지 손을 보라고 하더라고요.
▲성형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김)
=일단 달라진 모습으로 나오면 화제가 되잖아요. 상담을 했던 의사도 앞으로 음악을 30년 이상 하실 거면 지금쯤 모습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하셨죠. 외모의 ‘신선도’가 떨어질 때라는 말씀이셨어요. 사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안 하셨네요.(김)
=(박)경림이 얼굴에 ‘각’이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건 (박)경림이 얼굴이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절 좋아해 주신 데에는 평범한 외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제가 인형같이 예쁘게 변하면 다들 배신감을 느낄 것 같아요.
# 디너쇼를 위하여….
▲벌써 연예계 생활 10년이 되가네요.(김)
=겨우 버텨온 것 같아요.
▲데뷔 당시 얘기를 좀 해주세요.(김)
=제가 데뷔할 때 다들 미친 짓이라고 했어요. 여자 신인이 발라드를 한다고 하니까 모두 말렸어요. 댄스곡이 대세였거든요. 노래를 들어보고 어떤 분들은 이 노래가 잘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죠.
▲그분들은 결국 장을 지졌겠군요.(이)
=여러 사람 장을 지질뻔했죠. 하하. 잘 되니까 사람들이 별 유치한 말을 다했어요. 집이 부자라고 소문났는데, 실제는 소녀 가장이었죠. 회사 사장하고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시선도 있었는데, 사실은 매일 으르렁거리면서 싸우는 사이였죠.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해요.
▲소속사와 분쟁으로 마음의 앙금은 없나요.(김)
=원망을 많이 했죠. 도저히 그 분을 용서 못할 줄 알았어요. 시련을 겪다 보니 요즘에는 마음이 많이 열렸어요. 한편으론 감사한 분이죠. 아무 것도 아닌 저를 강하게 만들었던 분이죠.
▲직접 만나지는 않았나요.(김)
=지난해에 몸이 안 좋아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병원에 찾아갔어요. 그 강하던 분이 환자복을 입고 계신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사장님도 울고 계셨고요. 여린 분이셨구나 싶었어요. 요즘에는 가끔 연락을 주고 받아요. 많이 힘든 상황으로 들었는데 제가 할 일은 기도해 드리는 일 밖에 없죠.
▲오래 노래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김)
=디너쇼를 하는 게 꿈이에요. 패티김 선생님이 50주년 기념 공연을 하신다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어요. 보는 순간 눈물이 울컥하고 쏟아지는 거에요. 선생님 얼굴에 제 얼굴이 겹쳐진 것처럼 보였죠. 제가 어릴 때 조용필 선배님이 연말에 방송사 가요 대상을 받으시는 거 보면서 운 적도 있어요. 그 걸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죠. 언젠가 저도 디너쇼를 하는 날이 오겠죠? 그날이 올 거라 믿어요.
스포츠한국 이재원기자 jjstar@sportshankook.co.kr
스포츠한국 김성한기자 wing@sportshankook.co.kr
사진=김지곤기자 jgkim@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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