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포럼 2009’ 내달 5일까지…독립영화 살아야
한국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영화의 뿌리인 독립영화가 살아야 합니다.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인 이송희일(39) 감독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독립영화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인디포럼작가회의는 ‘인디포럼 2009’를 주관하는 단체다.
29일부터 내달 5일까지 8일간의 일정에 돌입하는 ‘인디포럼 2009’의 운영을 책임지는 이송희일 의장은 ‘워낭소리’와 ‘똥파리’ 덕분에 독립영화가 잘된다고 언론에서 말하는데 이는 일정 부분 부풀려진 것이라며 그런 환상에서 깨어나자는 뜻에서 ‘주먹 쥐고 일어서’를 영화제의 슬로건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송희일 의장과의 일문일답.
-독립영화 잔치인 인디포럼이 벌써 14회째를 맞았다. 소회는.
▲그동안 부침도 많았다. 한 때 미학적 측면에 방점을 찍은 영화들을 선호했고,또 몇 년은 정치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을 상영하기도 했다. 독립영화가 고민하던 지점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던 실험이었다.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들은 어떤 성향인가.
▲정치적 색깔이 비교적 줄어든 대신 개인 내면이나 연애, 사적인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를 프로그램에 많이 넣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정치적인 의미를 탈색하진 않았다. 개인의 문제 속에 사회의 이야기를 섞었다. 우리는 프로파간다(선전)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워낭소리’ 등 한국 독립영화가 잘 되고 있는데.
▲올해 독립영화의 흥행성적이 좋아 보인다. ‘워낭소리’는 300만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관객을 동원했고, 12만명이 조금 넘은 ‘똥파리’도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 독립영화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은 줄었고, 심지어 인디스페이스와 같은 독립영화전용관조차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독립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이게도 독립영화계가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10년간 싸워서 획득해온 다양한 정부 지원책들이 사라지고 있다. 공든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올해 슬로건이 ‘주먹쥐고 일어서’인데, 어떤 의미인가.
▲몽상에 젖지 말자는 뜻이다. 독립영화인 ‘워낭소리’와 ‘똥파리’가 잘됐다고 독립영화가 잘된다는 환상에 빠지지 말자는 것이다. 원래 슬로건은 ‘침 닦고 일어나’였다. 잠에서 깨어나자는 의미인데, 대회 슬로건으로 쓰긴 조금 그래서 ‘주먹 쥐고일어서’로 바꾼 것이다.(웃음)
-촛불시위 1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도 연다.
▲지난 2007년부터 독립영화 정신을 응축해서 잘 구현한 인물이나 단체 사건 등에 대해 ‘올해의 얼굴상’을 뽑는다. 올해 수상작은 진보신당의 ‘칼라 TV’가 선정됐다. 원래 독립영화는 1980년대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나타난 ‘비디오 액티비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출발 자체가 미학보다는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칼라 TV’는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전선을 보여줬다. 영화 감독들이 작품의 완성도나 독립영화 시장규모 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칼라 TV’는 격렬한 액티비즘을 보여줬다. 솔직히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부끄러웠다. 독립영화가 현실에 밀착해야 한다는 점에서 촛불 관련 토론회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독립영화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독립영화란 독립영화가 무엇인가, 즉, 독립영화의 정신을 계속 생각하면서 그과정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독립영화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상업성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꾸준히 관객들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메이저 제작사, 즉, 영화계 내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영화제가 좀 더 성장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한가.
▲일단 버티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3-4개 극장에서 꾸준히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돈이 없어 초청한 감독에게 숙소도 제공하지 못하는 처지다. 5천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모든 걸 처리해야 하니 쉽지는 않다.
-독립영화가 지향하는 길은 무엇인가.
▲모든 독립영화가 ‘워낭소리’를 꿈꾸지 않는다. 200만~300만의 관객동원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감독 대부분은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을 정도의 흥행만 돼도 만족한다. 감독들이 더욱 집중하는 건 관객들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인가다. 소통의 구조다. 현재 우리 삶은 신자유주의에 포획돼 있다. 자기 삶을 돌아볼여유가 없는데 어떻게 머리 아픈 독립영화를 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좀 더 여유로워질 때 더 많은 관객이 독립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독립영화의 힘은 무엇인가.
▲한 때 잘 나가던 홍콩영화계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일은 독립영화를 활성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니 활성화는 고사하고 그 뿌리를 없앴다. 액션영화만 찍다 보니 결국 영화 소재의 다양성 측면이 결여됐고, 영화의 가치도 떨어졌다. 한국 영화계도 그런 상태에 놓여 있다. 조금 잘 나간다고 조폭영화와 같은 오락물만 양산했다. 무언가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장편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독립영화의 장점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영화의 뿌리인 독립영화가 살아야한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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