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바람기가 말썽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 왕과 바세바의 간통이다. 이로 인해 다윗은 바세바의 남편 우리야를 격전지에 배치하여 죽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신의 노여움을 사 다윗과 바세바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일주일도 못 넘기고 죽었다. 다윗은 신전에 나가 통곡하며 참회했다. 신의 용서를 받은 후 바세바가 또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이스라엘의 황금기를 열어놓은 솔로몬 왕이다.
사실 바세바를 유혹한 것은 다윗이었다. 그런데도 예술가들은 바세바를 요염한 악녀로, 다윗은 참회를 하고 다시 태어난 지도자로 그려왔다. 바세바에 관한 유명한 그림은 여러 개인데 모두 그녀를 삐딱하게 표현하고 있다. 남자는 바람 피워도 용서받을 수 있지만 여성은 벌 받아야 한다는 중세기의 남성중심 사회풍조 때문이다.
오직 네델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만이 ‘욕탕의 바세바’라는 작품에서 그녀가 다윗의 편지를 읽으며 고민하는 심각한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예술가의 몫이다. 렘브란트는 자신이 아내 몰래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간통을 불륜이 아니라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인간의 번민과정으로 해석한 것 같다.
‘주홍글씨’는 옛날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간통죄가 없어졌다. 누가 간통하든 말든 관심도 없다. 그런데 정치인의 간통만은 이상할 정도로 문제 삼아 항상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선까지 치닫는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마크 샌포드와 네바다 연방상원의원 존 엔자인의 섹스 스캔들이 이같은 케이스다. 한국에서는 돈이 정치인의 블랙홀인데 미국에서는 섹스다. 한국에서 공직자가 바람 피웠다고 장관이나 국회의원,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는 뉴스를 읽은 기억이 없다. 미국에서는 왜 그럴까.
‘바람 피운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속인다’는 개념과 직결되어 있다. 그래서 간통을 Infidelity, Adultery라고 하지만 Cheating이라고도 표현한다. 부인과 가족을 속이는 사람이 무슨 짓을 못하랴. 이런 사람은 공직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이다. 정직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엔진이며 근본적인 도덕개념이다. 더구나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위선자형 정치인이다. 그런데 샌포드 주지사와 엔자인 상원의원이 평소 가족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해온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위선자 이미지를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인물난을 겪고 있는 공화당에서 다음 대선후보로 꼽히던 인물들이다.
미국정계에서 섹스 스캔들에 말려들었을 경우 세 가지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 첫째 빨리 그리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용서를 빌 것. 이는 뭉기적거리다가 망신당한 게리 하트가 남긴 교훈이다. 둘째 스캔들에 공금사용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것, 셋째 변명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 것 등이다. 위의 사항을 지키면 정치적인 생명이 끊어지지 않고 다시 재기할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주민들의 용서를 비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간통죄를 저지른 다윗 왕이 신의 용서를 받은 후 다시 태어나 이스라엘에 헌신한 것을 예로 든 사실은 자신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면 분골쇄신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실수한 다음 수습하는 자세가 어떤 그림이냐에 따라 매장 되느냐 다시 살아나느냐가 좌우된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꽃밭에 들어가지 말라. 뱀에게 물리기 쉽다”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꽃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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