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그는 현재 스위스의 자택에 구금된 상태)의 스릴러 ‘대필 작가’(The Ghost Writer)에서 전 영국 수상의 전기를 대필해 주는 작가로 나온 영국 배우 이완 맥그레고(39)와의 인터뷰가 지난 3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로버트 해리스의 소설 ‘유령’(The Ghost)이 원작인 영화는 대필작가(고스트라고만 불린다)가 전 수상(피어스 브로스난)의 전기 집필 차 그의 배후를 조사하다가 음모와 기만에 휩쓸려 들면서 생명을 위협받게 되는 히치콕 스타일의 스릴러다. 간단한 셔츠 차림의 맥그레고는 질문에 솔직하고 활기차게 대답했는데 중심이 바로 선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친근감이 가는 배우였다.
▲당신은 고스트를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가.
-난 각본을 읽었을 때 고스트를 확실히 보았다. 그래서 그를 각본에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삶과 상황으로부터 아무 인상이나 느낌도 받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일종의 삶의 실패자다. 그는 냄새 나는 사람들의 글을 대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스트는 계속해 타인의 추적을 받는데 당신은 실생활에서 파파라치의 추적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매일 같이 그들의 추적을 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파티나 세트에서 나올 때면 그들이 내 뒤를 쫓아다닌다. 그들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특공대와도 같은 전술을 써야 한다. 지난주에 촬영 차 스페인에 가서 하루 쉬는 동안 가우디가 설계한 성당을 보기 위해 나갔다가 파파라치들의 추적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길에서 근무를 하는 경찰에게 가서 내 사정 얘기를 했더니 경찰이 파파라치들의 차를 정지시켜 그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영화의 끝은 당초 각본에 쓴 것과 다르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어느 날 폴란스키가 내게 다가와 끝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말했다. 각본에는 고스트가 출판기념 파티에서 나와 런던의 군중 속으로 유령처럼 사라지는 것으로 돼 있는데 폴란스키는 그것을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바꿨다. 정말 멋있는 끝이다. 그것은 단 한 번의 촬영으로 끝났다. 폴란스키는 훌륭한 얘기꾼이자 감독이다. 그는 부동의 카메라 앞에서 모든 것을 안무해 내 이 기찬 끝 장면을 만들어냈다.
▲폴란스키와 다른 감독의 차이는 무엇인가.
-개개인은 모두 다르다. 궁극적으로는 개성과 기호의 문제다. 그는 훌륭한 예술적 감독이면서 또 기술적으로도 뛰어나다. 그가 전설적 감독으로 존경을 받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는 완벽주의자로 그의 배우에 대한 감독은 철두철미하다. 그는 인정사정이 없으며 또 강인하다. 그는 세트에서의 모든 것을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위해 몰고 간다. 너무나 철저해 날씨가 나쁜 날에 찍는 한 장면이 끝나고 후에 같은 날씨의 다른 장면을 찍을 때 날씨가 전처럼 나쁘지가 않으면 일정을 바꾸어가면서 기다린다. 다른 감독 같았으면 기술적으로 처리했을 것이다. 그는 또 내 연기를 완전히 자기 손 안에 감아쥐고 있었다. 내 역의 일부분은 그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내가 언제나 진실을 찾으면서 연기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허락했다.
▲그가 연기 지도할 때 실제로 시범을 하는가.
-가끔 한다. 그는 실제로 보여 연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폴란스키는 이 역을 위해 처음부터 당신 하나만을 선택했는가.
-모르겠다. 내게 각본이 전달돼 읽었고 런던의 내 에이전트가 전화로 내게 폴란스키가 나를 원한다고 알려 왔다. 전연 뜻밖의 일로 난 늘 폴란스키를 매우 존경해 왔기 때문에 내가 감히 그와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었다.
▲이 영화는 내용상의 실제 무대인 미 매사추세츠주에서 찍지 않고 독일에서 찍었는데 당신은 연기할 때 내용과 똑같은 장소가 주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배우인 나로선 장소의 선택권이 없다. 폴란스키가 미국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독일에서 찍었는데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뉴욕 장면을 밴쿠버서 찍고 또 ‘블랙호크 다운’은 실제 무대가 소말리아이지만 남아공에서 찍었다. 어디서 찍든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곧 개봉될 2편의 동성애 영화 ‘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와 ‘비기너스’ 등에 나왔는데 당신의 10대 딸(3녀 중 장녀인 14세난 클라라 마틸드)에게 동성애에 관해 어떻게 가르치는가.
-난 가르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믿는 것을 자식들에게 전달할 뿐이다. LA(그는 2년 전부터 이곳서 살고 있다)에서 내 딸들은 동성애에 대해 영국보다 훨씬 관대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내 맏딸의 학급에는 동성애 소녀가 있는데 영국 같았으면 자기가 동서애자라고 나서기를 주저했을 것이다. 내 딸은 동성애자인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진보라고 생각한다.
▲피어스 브로스난과 일한 경험은.
-나는 늘 그의 영화를 보기를 즐겨하면서 우리가 언제나 함께 일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말 행복했다. 피어스는 영화 촬영 중간쯤에 현장에 왔는데 까다롭고 꼼꼼한 폴란스키가 장시간 치밀한 준비를 하는 동안 한 마디 불평도 없이 기다렸다. 그는 참으로 상냥하고 사랑스런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좋은 남자, 다정한 남자라고 칭찬하는 소리만 들었다. 함께 일하기가 아주 편한 신사이자 훌륭한 배우다.
▲당신은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무엇이 당신을 불행케 만들며 또 거기서 어떻게 회복하는가.
-자주 가족과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배우란 매우 고독한 사업이다. 지난해 경우 난 ‘아멜리아’ 등 모두 4편의 영화에 나오느라 거의 1년간을 밖으로 다녔다. 그리고 곧바로 4개월이 소요되는 이 영화를 찍느라 베를린에 도착해 내 집도 아닌 남의 아파트에 묵어야 했다. 정말로 잔인한 경험이었다. 그럴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란 일에 파고드는 것이다. 연기로 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LA서 영화를 찍을 때면 아침에 내 아이들과 아내를 떠났다가 밤에 그들에게 돌아올 수가 있으니 그 때가 가장 행복할 때다.
▲영국의 역대 수상들 중 토니 블레어(소설의 전 수상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을 모델로 했다는 설)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정치와 정치인에겐 관심이 없다. 단지 블레어가 영국을 이라크전으로 몰고 들어간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국민들 앞에서 증언을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최고의 관리라 할지라도 법 위에 있을 수는 없으며 또 그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아마도 그런 일이 미국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부시가 청문을 당하는 것을 볼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있어야 한다.
▲고향인 스코틀랜드엔 자주 가는가.
-나의 부모와 형제와 조모가 모두 고향인 클리프에 살고 있어서 매년 여름에 어떻게 해서든 계획을 마련해 간다.
▲폴란스키의 영화를 언제부터 봤는가.
-아이 때 본 ‘겁 없는 흡혈귀 킬러’를 잘 기억한다. ‘차이나타운’ ‘로즈메리의 아기’ 그리고 ‘맥베스’ 같은 영화들과 아주 친한 편이다. 특히 연극배우이기도 한 나에게는 ‘맥베스’가 아주 중요하다. 나는 그것이 가장 훌륭한 셰익스피어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 어렸을 때 본 폴란스키의 단편 ‘두 남자와 옷장’을 늘 기억하고 있다.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다. 이번에 폴란스키의 영화에 나오면서 과거에 본 것과 또 안 본 그의 영화들을 여러 편 봤다. ‘물속의 칼’ ‘혐오’ ‘올리버 트위스트’ 및 ‘피아니스트’ 등 여러 편을 봤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그가 매우 중요한 영화인이라는 것과 그는 여전히 비전을 갖고 있어서 역사에 남을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그의 비전은 세월과 함께 예술적으로 성장하고 또 진화하고 변하겠지만 그는 자신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그의 카메라는 매우 독특하다. 그는 절대로 롱렌즈를 쓰지 않는다. 언제나 35mm 광각렌즈를 쓴다. 그래서 카메라가 언제나 얼굴 바로 앞에 있고 클로스업이 많다. 폴란스키에게 왜 롱렌즈를 안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모든 것을 우리가 세상을 보는 것처럼 묘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완 맥그레고에게 연기를 지도하는 로만 폴란스키(왼쪽).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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