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대 인근에서 만난 바비킴(본명 김도균ㆍ37)은 두 볼이 불긋불긋했다. 지난밤 음주의 흔적이 아니라, 화장품 트러블 때문이란다. 대중 앞에 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메이크업도 잦아진 탓이리라.
이름 석자에 따라붙는 노래 개수도 늘었지만, 좀처럼 달라진 구석이 없다. 주당답게 술집도 아지트만 찾고, 10여 년 전 악기를 그대로 사용하며, 음악을 제외한 모든 일에 게으른 편이다. ‘기계치’여서 연예인들 사이에 인기라는 트위터도 할 줄 모른다. 스스로 ‘구식’이란다.
최근 발매한 3집 ‘하트&솔(Heart & Soul)’ 재킷 속지에 그가 끼적거린 낙서는 제자리인 내면을 설명하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오늘 어제) 똑같아! 신발만 좀 비싸졌을 뿐...’.
그러나 그의 음악이 제자리걸음만 치지는 않는다. 3집은 1집 ‘고래의 꿈’ 때보다 톤이 밝아졌다. 또 지난해 낸 스페셜 음반이 외부 작곡가가 쓴 발라드곡을 주로 채웠다면, 이번에는 본연의 자리인 싱어송라이터로 돌아와 R&B, 힙합, 포크,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녹여냈다.
"스페셜 음반 활동 중에 3집을 작업해 발라드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전 음반보다 음악이 밝아졌죠. 제 장난감(음악)을 갖고 노는 시간이 온 거니까, 하고 싶은 장르를 쏟아부었어요. 음악 작업은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그냥 힘들기만 하면 아마 못하겠죠."
바비킴이 ‘솔(Soul)’을 주재료로 뭉치고 두드려 빚어낸 장난감들은 버튼을 누르자 그의 삶 속 이야기들로 넘친다. 영어 단어에 액센트를 주듯 강약을 조절하며 툭툭 내뱉은 구수한 노랫말이 멜로디 위를 미끄러진다.
"자유롭고 싶어 멀리,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를 탈 때가 좋다"고 말한 그의 음반 첫 트랙 제목은 ‘프리(Free)’다. 마지막 트랙 ‘오! 나의 인생’에서는 ‘인생은 때로는 힘들고 기쁘니 꽃처럼 피고 지며 살아간다’는 삶에 대한 평범한 관조가 느껴진다.
그 사이 트랙들은 사랑과 이별, 남자의 우정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갔다.
표현에 서툴러 여자와 이별한 자기 모습이 떠올라 쓴 타이틀곡 ‘남자답게’는 라틴 리듬과 브라스 사운드가 흥건하다.
그가 ‘마이 브라더’라고 칭한 강산에가 피처링한 ‘친구여’는 폴카, 록, 스카 리듬이 어우러졌다. 마치 두 남자가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듯, 두 목소리가 흥에 취했다.
여자 친구가 자기 친구와 바람난 경험담을 담은 ‘떠나야만 하는 이유’는 사운드가 예술로 완성돼 스스로 ‘천재’라며 대견해 한 곡이라고 멋쩍어 한다.
음반에 인생의 순간들을 담았다는 바비킴에게 "잘 살아왔느냐"고 묻자 큰 웃음부터 터뜨린다.
"반반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 미국에서 살며 놀림을 받아 눈치 보며 자랐죠. 이쪽, 저쪽도 아닌 심리 상태에서 살았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죠. 하지만 여러 문화를 접한 건 음악을 하는 저에게는 플러스인 것 같아요.
MBC 관현악단 출신의 유명 색소폰 연주자였다가 이내 빛을 잃은 아버지의 음악 인생과는 닮은 듯 다르다.
그는 "아버지는 노력으로 20대부터 음악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어떤 오해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잘 풀리지 않았다"며 "하지만 나는 무명이 길었지만 뒤늦게 주목받았고 지금은 안정적으로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아버지를 보며 욕심부리지 말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내일이 두려워 자주 화를 냈다는 그는 공황증에 시달린 적도 있지만 이제 고른 숨을 쉴 정도로 살 만하다고 했다. ‘비관주의자’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내일이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덕택에 3집의 색깔이 밝아진 듯도 하다.
음악으로 풀어낸 그의 인생 고백은 TV보다 공연 무대에서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는 방송에 잘 출연하지 않는 가수로 꼽힌다. 지난해 휘성, 김범수 등과 합동 공연을 연 데 이어 현재 전국투어도 펼치고 있다.
"음악 프로그램 빼고는 의도적으로 방송 활동을 안 했어요. 하지만 가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나치게 저를 보여줄까 봐…. 음악의 이미지와 달리 제가 장난기가 좀 많거든요. 하하."
인터뷰 자리에 함께 있던 소속사 직원들이 바비킴은 겁이 많지만 소신 있고 투명한 사람이라고 한마디씩 거든다. 그러자 바비킴의 두 볼이 더 붉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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