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데뷔해 가수로도 활동 중인 이정현(30)이 무대에 오를 때 주는 느낌은 강렬함이다.
노래, 패션, 퍼포먼스 등에서 주장하는 이미지가 뚜렷하다. 이 세가지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기에 그의 무대는 청각보다 시각을 더 자극시킨다. 때문에 그는 가창력에 대한 평가보다 새로운 콘셉트의 아이디어로 더 큰 박수를 받는다.
히트곡 ‘바꿔’ 때는 지느러미 의상의 인어, ‘아리아리’ 때는 원시인 복장의 ‘야생녀’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고 최근 발표한 7집 ‘이정현 007th’에서는 단발머리의 킬러로 등장했다. 마치 영화 ‘레옹’의 마틸다처럼 가녀린 당당함이 느껴진다. 배우가 캐릭터를 맡듯이 음반을 발표할 때도 자신의 배역을 설정하는 듯하다.
그의 이러한 시도를 미국 유명 음반사 인터스코프레코드의 지미 아이오빈 회장이 알아봤다. 이 음반사 소속 가수인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 때 게스트로 세울 한국 가수를 찾던 중 이정현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를 낙점했다.
파격적인 패션과 행동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레이디 가가도 이정현의 무대를 본 후 "너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다고 한다. 덕택에 이정현은 이 음반사와 미국 진출을 논의 중이다.
그로 인해 이정현은 신보를 낼 때마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클 터.
"전 계획적이기보다 하고 싶으면 추진하는 성격이에요.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떠오르는데 지난해부터 킬러로 나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죠. 7집에서 복잡한 멜로디를 버렸기에 이미지도 추상적인 캐릭터를 배제하고 타이틀곡에 맞는 킬러를 정한거죠. 미국 가서 총 모양의 소품도 구입하는 등 준비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7집 타이틀곡 ‘수상한 남자’는 강렬한 리듬의 신스 팝으로 노랫말이 킬러라는 콘셉트와 맞아떨어진다.
‘죽도록 날 사랑하더니 지켜주더니, 바람을 피니’라는 가사처럼 바람 피우는 남자 친구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경고했다.
그는 "모든 여자들이 한번쯤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기에 노랫말이 공감될 것"이라며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작곡가들도 늘 나에게 강한 느낌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록곡인 ‘이니미니마니모’, ‘아바타’ 등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강한 트렌디한 곡이다. 그러나 정작 음반에서 귀를 자극하는 트랙은 발라드곡 ‘연(緣)’이다.
"저도 발라드를 좋아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댄스곡이 재미있어요. 사람들이 제 무대를 통해 뭔가를 보고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걸 제가 즐겨요. 발라드로 활동하면 조금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요."
댄스곡으로 승부하는 만큼 퍼포먼스를 앞세운 10-20대 아이돌 후배들과 경쟁하는 것이 신경쓰일 법도 하다. 그는 이 말에 ‘까르르’ 웃음부터 터뜨렸다.
그는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날 보더니 동안이라고 놀라더라"며 "후배들이 찾아와서 인사하는데 너무 예쁜 친구들이 많다. 1년 새 비스트 등 여러 신인그룹이 나왔더라. 후배들이 많아졌으니 경쟁보다는 선배로서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요즘 아이돌 가수들에겐 일반적인 행보지만 그는 이미 앞서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연기와 노래를 병행했다. 중국 가수들이 그의 히트곡 ‘와’ ‘바꿔’ ‘아리아리’ 등을 번안해 부른 덕택에 중국어권에서 그의 인지도는 높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천 카이거(陳凱歌) 및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영화 스태프와 중국 CCTV 드라마 ‘공자’를 촬영했다. 중국에서 ‘리젠시엔’으로 불리는 그는 공자의 첫사랑인 위나라 황후로 출연했다.
"끝이 안 보이는 어마어마한 세트에 압도됐어요. 2주간 밤을 새며 제 분량만 모아 찍었는데 영상미가 예술이더라고요. 제가 연기한 위나라 황후는 정치에도 참여하지만 남자를 유혹하는데도 능한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중국 대작 드라마 시나리오가 계속 들어오는데 가을께 국내에서 영화를 찍고 싶어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에요."
16세 때인 19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으로 데뷔했고 1999년부터 가수로도 활동했으니 연예계 생활 14년. 어느덧 나이도 30대가 됐다. 결혼도 생각해야 할 나이다. 그가 3년 넘게 만난 남자 친구는 홍콩에 있다.
최근 장동건과 고소영의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 ‘의외의 친분’으로 관심을 모은 그는 "고소영 언니는 내가 힘들 때 조언해 주는 선배"라며 "결혼하는 두 분이 행복해 보여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멀리 떨어져 있는 남자 친구와는 두달에 한번씩 만나는데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일이 좋아진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행복하고 잠도 잘오고 엔돌핀이 솟는다. 일을 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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