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흡혈귀 노릇, 화장·렌즈 등 정말 괴로워”
지난 30일 개봉된 ‘트와일라이트 사가’ 시리즈 제3편 ‘이클립스’(영화평 참조)에서 인간 소녀 벨라를 사랑하는 흡혈귀 청년 에드워드로 나오는 영국 배우 로버트 패틴슨(24)과의 인터뷰가 지난 1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에 턱에 잔 수염이 난 로버트는 마치 자기가 입은 간편한 차림처럼 편안한 젊은이였다. 그는 시종 미소를 지으며 질문에 액센트가 섞인 발음으로 약간 수줍어하면서도 침착하고 상냥하게 대답했다. 개성 있는 얼굴을 한 순수한 소년과도 같아 인터뷰가 즐거웠다.
▲당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러브 스토리는 무엇인가.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다. 나의 어머니는 17세 그리고 아버지는 26세 때 결혼해 지금까지 함께 있다. 부모는 이혼이 유행이다시피 했을 때 성장했고 그들의 친구들은 모두 이혼했다. 그래서 우리 부모의 경우는 특별나다고 해도 된다. 나는 늘 절망적이요 고통스런 러브 스토리를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애영화는 고다르의 ‘퍼스트 네임 카르멘’이다. 내가 본 연애영화 중 가장 진실하고 또 영혼을 고양시켜 주는 영화 중 하나다.
▲시리즈 제4편인 ‘브레이킹 던’(Breaking Dawn)은 제1부와 2부로 나뉘어 만들어지고 빌 콘돈(‘시카고’ ‘드림걸스’)이 감독하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아직 각본을 읽지 않았다. 그러나 빌 콘돈이 감독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제4편으로 시리즈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다소 겁이 난다. 그 동안 이 시리즈는 내게 일종의 안전망 구실을 해 왔다. 한번 실수를 해도 다음에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 시리즈가 끝나면 나 혼자 길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인 스테프니 마이어스가 이번에는 지난 제1편과 2편을 만들 때보다 훨씬 많이 세트에 나왔다고 들었는데 어떤 간섭이라도 있었는가.
-스테프니는 아주 좋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영화 시리즈를 매우 좋아한다. 그는 매우 개방적인 사람으로 결코 이래라 저래라 하지를 않았다.
▲에드워드는 100세가 넘은 숫총각인데 진짜로 그런가.
-그가 숫총각인지 아닌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팬들이 그가 그렇기를 믿고자 한다는 것은 안다.
▲당신은 흡혈귀 영화 팬인가. 당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장르는 무엇인가.
-내가 특별히 흡혈귀 영화의 팬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매번 새 영화를 고를 때마다 다른 장르를 선택하는 것 같다. 나는 언제나 경제공황 시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해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그 당시를 배경으로 한 ‘천국의 날들’(테렌스 맬릭 감독, 리처드 기어 주연)이다. 난 새 영화를 만들 때면 늘 가급적 마지막 영화와 다른 것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 것이 보다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당신은 요즘 청년들과 달리 영화에서 애인의 정절을 보호해 주는 구식이요 전통적인 남자로 나오는데 실제론 어떤가. 당신의 결혼관은 무엇인가.
-난 꽤 구식이다. 난 벌써 내가 중년에 접어들고 있다고 느낀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의 정절을 보호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영화에서의 그런 행동이 자기 자녀들에게 실제로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결혼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4편에서 당신은 벨라와 결혼해 아기까지 낳는데 흡혈귀 생활에 대해 크리스튼(벨라 역의 크리스튼 스튜어트)에게 어떤 조언이라도 했는가. 당신은 아버지 역을 할 만큼 성숙했다고 믿는가.
-아버지 역을 할 생각을 한다면 겁이나 죽겠다. 난 그동안 시리즈에서 화장과 콘택트렌즈 등 여러 가지 문제로 힘들다고 투덜거려 왔다. 그럴 때마다 크리스튼은 나보고 ‘한심하다’면서 ‘해야 될 일이니 해치우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그가 흡혈귀가 되면 내가 ‘거 봐라. 이제야 흡혈귀 노릇 하기가 어떤 줄 알겠지 하고 반박해 주려고 한다. 그 노릇은 끊임없이 괴로운 일이다.
▲영화에서 벨라의 친구인 제시카(올해 ‘업 인 디 에어’로 오스카 조연상 후보)가 졸업식 연설에서 이제야말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말하는데 당신은 실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실수를 저지르면 아마도 사람들이 거 샘통이다라면서 날 짓밟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성격상으로 언더독이 되기를 좋아한다.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팔려고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 것은 위험한 일로 난 결코 그런 적이 없다. 난 벌써 수십억번의 실수를 저질렀다.
▲영화의 흥행성패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한 배우가 돈과 명성만을 위해 여름철용 블록버스터에 나왔는데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 그는 그 경험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를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중요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흥행과는 별 상관이 없다. 난 돈 때문에 배우가 된 것이 아니다. 난 욕망이 큰 사람이 아니다.
▲영화를 만들 때 계약문제 등 여러 면에서 직접 개입하는가.
-다소 개입하지만 난 좋은 팀을 둬 그들이 많은 일을 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유일한 것은 항상 끊임없이 일하는 것이다. 그밖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가.
-진짜로 생각해 보진 않았다. 그러나 개를 좋아하고 또 소리를 안 지르면 된다. 난 소리 지르는 사람은 질색이다.
▲당신은 언더독이 되기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영화에서의 당신은 완벽한 인물이다. 당신은 얼마나 불완전한 사람인가.
-처음에 트와일라이트 책을 읽었을 때 난 에드워드 역을 도저히 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 뒤로 난 영화에서 에드워드를 완벽한 언더독으로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는 어떤 영웅적인 일을 해도 늘 무(없는 것)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가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하는 유일한 것은 벨라이다. 나는 가능하면 에드워드를 자기의 초능력을 자만하는 허영에 찬 자로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기타를 치고 또 밴드를 조직하려고 하는 것으로 아는데 음악은 당신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하는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레코드를 출반하기 시작한 유일한 이유는 운이 좋으면 음악계에 내 이름을 다소 남기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와 함께 일하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취입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음반을 만들어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그 음악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죽어버리게 된다.
▲당신이 10대였을 때 정열적으로 매달렸던 책과 음악은 무엇인가.
-마틴 에이미스의 책은 모두 다 읽었다. 그리고 밴 모리슨과 지미 헨드릭스의 음반들을 광적으로 수집했다. 난 이들의 음악과 함께 자랐다.
▲당신은 벨라와 많이 키스를 했지만 이번에는 테일러(벨라를 사랑하는 늑대인간 제이콥 역의 테일러 로트너)가 처음으로 벨라와 키스를 했는데 당신 애인이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것을 본 기분이 어땠는가.
-둘의 키스신은 내가 쉬는 날에만 찍었다. 그래서 진짜로 속임수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이튿날 세트에 돌아오면 둘이 마치 뭔가 수상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생각이 들었다. 매번 그랬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그 둘의 키스신 이후다. 내가 그녀를 용서하기 때문이다. 벨라가 내게 “난 너를 더 사랑해”라고 말하자 나는 “알아”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야 말로 에드워드가 한 말 중 유일한 영웅적인 말이다.
▲학교에서 뭘 공부했는가.
-국제관계에 대해 공부했다. 또 영국 역사와 정치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분장과 콘택트렌즈 등이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었는가.
-정말로 버거웠다. 땀도 흘릴 수가 없고 뭐 하나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연기를 위해 정신을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연기란 눈으로 해야 하는 것인데 그 눈을 없애 버리니 반응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판지로 만든 그림처럼 느껴졌다.
▲무엇이 당신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했는가.
-이유는 비밀인데 첫 학교에서 퇴학당해 예술학교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로버트 패틴슨(왼쪽)과 크리스튼 스튜어트가 초원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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