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에 개봉, 흥행 1위를 한 환상 액션 스릴러 ‘인셉션’(Inception)에서 타인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의 생각을 훔쳐내 오는 ‘꿈의 약탈자’로 나온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34)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4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서 있었다. 올백한 금발에 얇은 턱수염을 한 검은색 정장 차림의 디캐프리오는 질문에 차분하고 진지하며 자세하게 답했는데 눈초리가 매서웠다.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준수한 청년 스타일로 매우 박식했는데 단호하면서도 유머와 친절함을 함께 보여주었다.
▲당신은 매우 총명하고 또 복잡한 이 영화에 어떻게 접근했는가.
-대단히 흥미 있고 야심 찬 영화다. 크리스(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는 상상력 뛰어난 감독이다. 그는 이 영화를 8년간 구상해 왔다. 이 영화는 옛날 식 할리웃 영화의 큰 규모에 바탕을 둔 복잡한 꿈의 세계의 얘기로 구조도 매우 복잡한데 얘기의 중심에는 한 인물의 감정적으로 강렬한 꿈의 여행이 놓여 있다. 구조가 여러 개의 무의식의 층으로 돼 있어 나도 그 다른 층마다 각기 달리 접근했다. 영화에 나오기로 한 뒤 심리분석적 견해에서 작품을 보기 위해 프로이드의 ‘꿈의 분석’을 읽었다. 그러나 종국에는 내용이 크리스의 아이디어라는 점을 깨닫고 두 달 간 그와 대화를 나누며 그의 꿈의 세계의 자물쇠를 열려고 노력했다. 내 일은 크리스의 심리 안으로 깊게 들어가 관객이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연결이 될 수 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스타로서 계속해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비결이라도 있는가.
-매우 운이 좋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직업적으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이 소년의 삶’으로 데뷔했을 때 나의 어머니의 친구가 어머니에게 “당신 아들은 복권에 당첨됐어”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지금도 매일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성취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언젠가 가족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난 지금 내가 하는 일로 해서 행복하다.
▲당신은 남과 꿈을 나눠 꿀 용의가 있는가.
-그것이야말로 어느 한 사람이 타인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침략적인 행위다. 내가 꿈을 함께 꿀 유일한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진짜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감스럽게도 난 나의 꿈들을 거의 기억 못하는데 조금 기억하는 것이란 상당히 무서운 것들이어서 잊고 싶은 것들이다.
▲당신이 꿈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어떤 디자인을 하겠는가.
-꿈이라는 것을 모르는 꿈이다. 그것이 끝나지를 않기를 원하는 꿈이다. 그래서 깨어나면 더 이상 그처럼 멋있는 환상의 세상을 더 거닐 수가 없는 현실에 대해 속이 상하는 그런 꿈이다.
▲당신의 배역 선택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어떻게 작품 인물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내가 과연 그와 감정적으로 연결을 지을 수가 있으며 또 감독은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해 낼 수가 있는가를 생각한다. 그래서 난 각본보다 감독 위주다. 무엇이 또 어떤 장르가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설명할 재간이 없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왜 코미디를 안 하느냐고 묻는데 어떤 것이건 내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은 할 수가 없다. 나는 다른 장르를 해야만 한다고 말을 하거나 단순히 한다는 것 자체를 위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은 가장 큰 실수다. 난 이번에 처음으로 공상과학 영화에 나왔는데 이 장르는 내가 별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뭔가 내가 붙잡을 수가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정말로 멋있는 실험이었다.
▲무엇이 당신을 만족케 하는가.
-난 매우 경쟁적인 사람으로 여태껏 내가 시도한 모든 것에 대해 완전히 만족한다. 끊임없이 도전해 다양한 인물을 묘사하고 싶다. 도전이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다. 난 영화를 매우 사랑하며 이 직업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업이다.
▲당신은 환경보호 운동가인데 그런 당신과 영화 산업이 공존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영화에 사용된 전력의 상당 부분이 태양 에너지에 의해 생성된 것이다. 세트 발전기는 모두 태양열을 이용했다. 세상은 지금 모든 것을 낭비하고 있다. 태양열을 사용하는 이런 작은 일이 보다 큰 규모로 확대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영화는 ‘메이트릭스’ 등 여러 영화에서 묘사한 대체 현실에 관한 것인데 당신이 각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런 영화들이 생각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 물론 크리스와 나는 ‘메이트릭스’에 대해 얘기를 하긴 했다. 그러나 그는 가급적 그 영화가 묘사한 컴퓨터화한 기계적인 현실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상상과 마음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려고 애썼다.
▲영화에서 당신의 아내로 나온 마리옹 코티야르와 일한 경험은 어땠으며 왜 영화에 그가 오스카상을 탄 영화 ‘장밋빛 인생’에서 부른 노래 ‘난 후화하지 않아’를 삽입했는가.
-마리옹은 엄청난 재능을 지녔다. 매우 지적이고 직관적이며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의 역을 충실히 묘사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우리의 관계는 전부 꿈속에서 일어나 깊은 대화가 필요했다. 그 노래는 크리스가 마리옹을 고용하기 전에 이미 각본에 썼던 것으로 안다.
▲당신에게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은 그 말을 믿는가. 그 말이 당신이 표현하는 영상의 인물에 대한 즉 진짜 당신과는 다른 당신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내가 어려서 영화계에 데뷔해 유명해지자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해 줬다. “너는 이제 유명 인사가 되었으니 이제부턴 그런 사실을 너의 한 부분으로 수용해야 한다”며 “네가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그릇된 이유로 네 곁에 있는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선 너의 판단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누군가가 그른 이유로 내 곁에 있다는 것을 파악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테나를 계속 높이 세워두면 된다.
▲당신이 영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영화의 내용 때문에 나오고 싶은 것이 있는가 하면 감독 때문에 결정하는 영화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인물 그 자체다. 난 지금까지 다양한 인물을 맡아 했는데 앞으로도 계속해 실험하고 도전하려고 한다.
▲앞으로 준비하고 있는 영화는.
-지금 확실한 것은 이스트우드와 함께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오래 역임한 다채로운 인물인 J. 에드가 후버 역을 맡는 것이다. 내년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난 언제나 정직하고 허세 안 부리는 클린트와 함께 일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패션계의 선구자인 구치에 관해서도 리들리 스캇 감독과 얘기는 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
▲당신은 호랑이 보호를 위해 최근 네팔에 다녀왔는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전 세계에는 지금 단 3,200마리의 야생 호랑이만이 남아 있다. 그들은 지금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은 아시아에서 밀렵꾼들에 의해 살해되고 또 약용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려고 애쓰고 있다. 야생동물보호는 결국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다.
▲당신의 가장 야심찬 꿈은 무엇인가.
-유치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이상향적인 장소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환상의 세계에 살기를 멈추어 내게 보다 정직하고 진정한 나 자신과 타협하며 또 보다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는 직업적 ‘꿈의 약탈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