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극본 한지훈, 연출 이장수ㆍ김진민)의 부진은 어디까지인가.
30일 TNmS에 따르면 29일 방송된 ‘로드 넘버원’의 12회 방송은 시청률 5%를 기록했다.
첫 회를 시청률 11.2%로 시작한 이후 차츰 하락하더니 급기야 공중파 TV 드라마로는 쑥스러울 정도의 수치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날 방송이 여자월드컵 한국 대 독일의 4강전(시청률 10.8%) 중계와 겹치는 악재가 있기는 했지만 이런 시청률은 ‘공중파 3사의 시청률 격전지’라고 불리는 수목 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저조했다.
◇국방부 지원ㆍ대규모 제작비ㆍ화려한 캐스팅에도 시청률 ‘쓴잔’ = ‘로드 넘버원’은 방송 전까지는 올해 지상파 방송의 드라마 라인업 중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였다.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제작비 130억원을 들인 데다 ‘천국의 계단’ 이장수 PD와 ‘개와 늑대의 시간’ 김진민 PD의 연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시나리오를 쓴 한지훈 작가의 대본 등이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지섭과 윤계상, 김하늘이라는 A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해외 팬들에게까지 주목을 받았다.
국방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은 일 역시 전에 없던 호재였다. 그동안 충무로에서는 2003년 ‘실미도’와 2004년 ‘태극기 휘날리며’가 진통 끝에 국방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촬영된 점을 감안하면 ‘로드 넘버원’은 든든한 지원군을 얻고 출발한 셈이었다.
현재 진행형의 역사인 6.25 전쟁을 다룬 드라마라는 점 역시 한껏 기대를 모았다. 1970~80년대 냉전 시대에는 6.25 전쟁을 다룬 TV 드라마가 간혹 있기는 했지만 ‘로드 넘버원’처럼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20부작의 긴 호흡으로 6.25 전쟁을 다룬 전례는 없다.
◇시청률 부진 왜?…동시간대 ‘김탁구 열풍’ 직격탄 = ‘로드 넘버원’이 기대작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의 성적에 그치는 데는 동시간대 KBS 드라마인 ‘제빵왕 김탁구’가 거둔 예상외의 선전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제빵왕 김탁구’는 윤시윤의 복귀작으로 주목받았지만 1970~80년대의 이야기를 그린 시대물이자 서자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평범한 드라마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뒤에는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40%대에 육박하는 정도까지 치솟으며 경쟁작들을 집어삼키고 있다.
‘로드 넘버원’의 부진에 대해서는 이런 드라마 외적인 어려움 뿐 아니라 드라마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드라마가 전쟁 60년에 맞춰 제작됐으며 6.25에 맞춰 첫 방송을 시작했음에도 제작진은 "전쟁 드라마가 아니라 남녀간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휴먼드라마"라고 강조하곤 했다.
이렇게 전쟁은 배경으로만 등장시킨다는 것이 당초의 콘셉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드라마 속에서 시대와 인물이 지나치게 겉돌아 결과적으로 전쟁을 제대로 조명하지도 못하고 인물도 어정쩡하게 그리고 말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여기에 국방부의 대대적인 지원에도 극 초반부터 고증 논란이 일었으며 멜로 라인이 진부하다거나 전개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미 해외에서 제작된 전쟁물의 스케일에 익숙해진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많다. 제작진은 초반부터 탱크가 등장하는 전투신을 선보이며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미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퍼시픽’ 등의 현실감 넘치는 화면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기대 이하였다.
◇’나쁜 남자’ 종영 ‘호재’ 될까?…"본격적인 멜로 전개 기대" = 총 20부작 중 현재 12부의 방송을 마친 상황에서 ‘로드 넘버원’의 남은 여정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SBS가 7~8%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부진에 허덕이던 ‘나쁜 남자’의 후속으로 이승기ㆍ신민아 주연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내세우며 공세를 강화할 계획인 데다 ‘제빵왕 김탁구’의 상승세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찬란한 유산’ 이후 이승기의 복귀작이며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등을 쓴 홍정은-홍미란 작가가 대본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제빵왕 김탁구’의 공세도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화제를 낳으며 시청률이 상승하더니 29일 방송에서는 39.9%까지 오르며 40%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치닫는 ‘로드 넘버원’은 지난 12회 방송에서 장우(소지섭)와 수연(김하늘), 태호(윤계상)가 평양에서 마주쳤다.
수연을 다시 만난 장우가 수연과 함께 떠날 것인지, 태호는 수연을 용서할 수 있을지가 다음 주 방송분에서 관심을 끈다.
MBC 관계자는 "장우와 수연이 평양에서 만난 이후 두 사람 사이의 멜로 신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캐릭터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애절하게 녹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광고는 완판에 가까울 정도여서 시장에서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며 "스태프와 배우들이 6개월 넘게 고생하며 촬영한 드라마의 진정성이 후반에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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