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나이차 연상녀-연하남부터 동성애까지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한동안 연상녀-연하남 커플 붐에 이어 ‘줌마렐라 신드롬’이 신선함을 주더니 이제는 가족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랑과 금기시됐던 동성애까지 본격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겉핥기 수준도 아니다. 최근 등장한 드라마들은 그러한 사랑의 형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해부하고 있다. 그래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이들 드라마는 시청률 순위에서 대부분 상위에 오르며 그만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관심도와 공감 여부는 다르다. 과연 공감을 얻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동성애, 결혼식까지 이뤄지나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TV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는 요즘 한 발짝 더 나가 극 중 태섭(송창의 분)-경수(이상우) 커플의 결혼식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성애 커플의 등장만으로도 이슈가 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 드라마는 태섭-경수가 서로를 평생의 반려자로 인정하는 결혼식을 계획하는 내용을 비중있게 그리고 있다.
이를 놓고 태섭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인 그의 부모조차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태섭의 아버지(김영철)는 둘이 좋으면 됐지 결혼식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이고, 어머니(김해숙)는 안될 것도 없지 않느냐고 맞서고 있다.
지난 1일 35회까지 방송된 ‘인생은 아름다워’의 대본은 현재 43회까지 나왔지만, 아직 결혼식 부분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태섭과 경수의 사랑은 태섭 가족의 인정 속에 나날이 무르익고 있으며, 둘은 이성 커플못지 않은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를 펼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커플 중 가장 파격적인 설정이고 그만큼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많지만, 이 드라마는 충분한 장치와 설명을 바탕으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위의 전 애인과 사랑에 빠진 장인..극한 설정 이어져
MBC TV 일일극 ‘황금물고기’에서 장성한 자식이 있는 이혼남인 기업가 정호(박상원)는 20여 살 차이가 나는 지민(조윤희)과 사랑에 빠졌다.
지민은 정호의 딸(소유진)보다도 어린데, 더 큰 문제는 지민이 정호의 사위 태영(이태곤)과 한때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라는 점이다.
또 KBS 1TV 일일극 ‘바람 불어 좋은날’에서는 고등학교 사제지간이었던 강희(김미숙)와 민국(이현진)이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강희는 민국보다 20살 연상녀인 데다 과거 선생님이었고 민국 어머니의 후배이기도 해 이들 사이에는 걸림돌이 많다. 그 때문인지 드라마는 요즘 강희가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종영한 SBS TV 아침극 ‘당돌한 여자’에서도 꼬이고 꼬인 가족 관계 속 20살 차이가 나는 부부가 등장했다.
기업 CEO 규진(이창훈)은 20여 살 어린 순영(이유리)과 재혼하는데, 규진의 아들 주명(이중문)이 순영의 여고동창 세빈(서지영)과 결혼하면서 희한한 고부간이 형성된 것.
더구나 순영과 세빈은 한때 시누이-올케 사이였고, 순영의 첫 남편이 알고 보니 주명 때문에 사고로 죽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 드라마에는 다분히 ‘억지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 설정으로 시청률은 높지만 개연성이 떨어지는 데다 배우들간 화학작용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줌마렐라 신드롬’은 여전히 유효
SBS TV 주말극 ‘이웃집 웬수’는 ‘줌마렐라 신드롬’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 20%대를 유지하는 이 드라마에서는 딸이 있는 가난한 이혼녀 지영(유호정)과 8-9살 어린 능력있는 총각 셰프 건희(신성록)의 사랑에 불이 붙은 상황.
지영은 건희의 사랑이 가당치 않다며 도망 다녔지만 자꾸 건희에게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까칠하고 도도한 건희는 콤플렉스를 지녔지만 센스있고 야무진 지영에게 반해 ‘아줌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건희 역의 신성록은 "드라마가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그리지만 충분한 설명과 세밀한 감정 묘사를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드라마 소재의 다양성을 반기면서도 자칫 그 다양성이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 설정에만 머물까 경계한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느냐 왜곡하느냐의 원론적인 문제"라며 "최근 드라마에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의 사랑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시청률을 위한 극약처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이나 ‘황금물고기’ 같은 드라마는 특별한 사랑을 그리면서 시청자의 포용의 시선을 넓히기보다는 그저 그 특이함을 구경거리로 만드는 경우"라며 "반면 ‘인생은 아름다워’의 경우는 굉장히 특별한 사랑인 동성애를 다루지만 그를 통해 사랑의 보편성과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동성애가 극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묘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청률 때문에 그리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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