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늘 폭로’후 패키지 출연ㆍ출연불허 보복 등 논란
최근 그룹 DJ.DOC의 이하늘이 방송출연과 관련해 SBS에서 부당한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가요계에 대한 방송사의 압력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하늘은 최근 트위터에서 "SBS가 ‘강심장’에 출연 안 하면 ‘인기가요’에 출연시켜주지 않겠다고 한다. 가수들이 공갈 압박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어 씁쓸하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가요계 안팎에서는 가수들을 대상으로 관행처럼 이뤄져 온 지상파 방송사의 횡포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란 반응이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출연자 섭외는 방송사의 고유권한이며, 출연압력은 "말도 안 된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 가요계 "방송사 외압 천태만상"
가요 매니저들은 "출연자 결정은 프로그램 제작진의 자유 의사라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방송사들은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볼모로 다양한 압력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하늘 주장처럼 특정 프로그램 섭외에 응해야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일명 ‘패키지’ 출연이라고 한다.
한 여성그룹에서 솔로로 나선 가수는 한 방송사의 신규 예능 프로그램 섭외에 불응하자 이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이 그룹의 매니저는 그 이유를 "신규 예능 프로그램 섭외를 거절해서"라고 단정했다.
또 방송사에 공헌도가 없는 신인을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면 대신 같은 소속사의 유명 연예인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음반제작자로 나선 한 유명 연예인은 한 신인 여가수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이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다.
또 다른 신인 여성그룹도 같은 매니저가 일을 봐주는 유명 연예인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가요 프로그램 무대를 밟았다.
‘우리 방송사에서 떴는데 감히 타 방송사에 출연해?’란 식의 보복성 출연 불허도 있다고 한다.
한 인기 남성그룹의 멤버는 A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뜬 후 B방송사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 MC로 발탁됐다. 그러자 A방송사는 이 멤버가 있는 그룹의 가요 프로그램 출연을 불허했다고 이 남성그룹의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A방송사가 ‘우리가 띄워놨더니 다른 방송에 출연한다’며 한동안 우리 소속사 가수를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섭외에만 응해도 경쟁사의 눈밖에 난다.
최근 한 인기 여성그룹의 멤버가 한 방송사의 신규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하자 다른 방송사가 자사 가요 프로그램에 이 소속사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고 한다.
이 여성그룹의 매니저는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그 방송사와 화해할 수 있었다"며 "대형 기획사의 경우 방송사와 힘겨루기가 가능하지만 우리 같은 작은 기획사는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방송사 간 경쟁으로 피곤한 건 가수들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사들의 경쟁적인 출연 요청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한 중견 가수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다른 방송사에서 ‘왜 우리 프로그램에는 출연 안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며 "이러다보니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주축인 아이돌 가수들은 예능인에 가깝다. 음악 실력을 닦을 시간이 없고 소모품으로 전락했다"고 안타까워했다.
◇ 방송사 "압력은 어불성설"
그러나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출연자 섭외는 고유 권한이며 압력은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출연 연예인을 관리하고 프로그램에 맞게 안배하는 것은 방송사의 중요한 업무"라며 "그 과정에서 연예인에게 섭섭함을 토로하거나 부탁하는 경우는 있지만 압력을 행사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방송사도 스타 모시기가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출연을 부탁하면 했지 무슨 압력을 넣겠느냐. 스타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방송사와 마찰이 있을 순 있지만 압력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MBC 관계자도 "우리는 패키지 출연이 필요할 정도로 취약한 프로그램이 없다"며 "원칙적으로 그런 관행도 없고 실제로도 그런 방식을 취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이 프로그램 출연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도 해주지 않겠느냐’고 권할 순 있겠지만 이하늘씨 건처럼 가수가 압력으로 느낄 정도면 문제가 있다"며 "출연을 무기로 삼았느냐가 문제의 핵심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KBS 관계자 역시 "연예인 상위 시대에 출연 압력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예 관계자들은 신인을 띄울 때는 각종 프로그램 출연에 적극적이면서 스타가 되면 배짱을 튕기는 가요계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연예 관계자는 "스타가 되면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고르는 음반기획사의 이기적 행태도 문제"라며 "유명 가수를 내보낼 테니 신인을 끼워 넣어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일도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