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이 한국학교장, 이석찬 전 한인회장 등
▶ 개인메일 해킹당한 북가주 한인들도 상당수
노스베이에 사는 C씨는 지난달 29일 밤 난데없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발신인은 이석찬 전 상항지역한인회장으로 돼 있었다. 급한 부탁(Urgent Request)이란 제목아래 영어로 쓰여진 이 메일은 실제로 급한 사정을 담고 있었다.
“일(프로그램) 때문에 온다간다 말도 없이 런던에 오게 돼 미안합니다. 나는 지금 영국에 있는데 지갑을 잃어버려 호텔에 묶여 있습니다. 숙박비를 치르고 귀가할 수 있도록 급히 2,700달러만 융통해 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웨스턴 유니온 머니 트랜스퍼(Western Union Money Transfer) 취급점 아무곳이나 가셔서 아래와 같이 송금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발신인은 이어 돈받을 사람의 이름과 주소(Address: 2-24 Kensington High St) 우편번호(Zip code: W8 4PT) 스테이트(State: London) 국명(Country: England)을 적어놓은 뒤 “송금즉시 그 내용을 전자우편으로 알려달라”며 “돌아가는 대로 갚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C씨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8월초로 예정된 모임 관계로 그 즈음 이 전 회장과 몇차례 통화했고, 그 과정에서 영국행 얘기를 듣기는커녕 낌새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전 회장은 맨처음 e메일 주소확인을 위한 전송실험 때 말고는 한번도 C씨에게 메일을 띄운 적이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C씨는 다음날(7월30일) 오전 이 전 회장에게 확인전화를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의 가족들도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영국행은 계획조차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이같은 ‘지인사칭 사기메일’이 유포되고 있다. 북가주 한인들 가운데서도 이런 메일을 받았거나 자신의 메일을 해킹당해 사기메일로 이용되고 있는 사례가 잇달아 확인되고 있다. 상항한국학교 이경이 교장도 황당경험을 했다. 이름만 빼고 이석찬 전 한인회장 케이스와 거의 똑같은 줄거리다.
“병원약속이 있었던 날이니까 7월13일, 그날 병원에 가 있는데 아는 사람이 전화를 해 받았더니 ‘어, 받네?!’ 하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 얘기에요, 제가 영국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려 묶여 있으니 급히 돈을 좀 보내달라는 메일을 받았다고. 그러고보니 (이 전 한인회장 케이스랑) 액수도 똑같네요.”
이 교장은 그 뒤로도 여러통의 전화를 더 받았다.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확인반 걱정반 전화를 받기도 했다. 사기메일을 직접 받은 건 아니지만 그 소문을 듣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많아 일일이 같은 대답을 반복하느라 치른 곤욕 또한 이만저만 아니었다.
“만에 하나 메일에 속아 돈을 보낸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요. 지난달 말에 시애틀에서 재미한국학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을 때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런 식으로 당한(자신들의 메일이 해킹당해 사기메일에 이용된 것을 의미) 사람이 3명이나 더 있었어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언론에서 좀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문제는 언론이든 수사기관이든, 해당메일 관리회사든 지인사칭 사기메일을 예방할 묘수가 궁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릿저널 등 주류언론에서 앞다퉈 내놓고 있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확보를 위한 가이드 역시 실천하자니 번거롭고 곧이곧대로 실천한다 해도 해킹프리(free)는 보장되지 않는다. 원메일 소유자가 날마다 패스워드를 바꾼다 해도 단 한시간에 안에, 심지어 분초단위로 이뤄지는 해킹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현재로서는 지인사칭 사기메일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불능에 가깝다. 사기메일을 받았을 때 속지 않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피해방지책이다. 이와는 별도로, 메일을 해킹당한 사람들은 프라이버시 침해에서 비즈니스 손해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피해와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런 피해를 보상받을 길도 거의 없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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