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으로 록음악을 하고 싶어요. 이건 기사로 꼭 써주세요. ‘칠수와 만수’ 때 랩을 했지만, 영화에서 록을 한 적은 없었어요. 록은 영원한 것이거든요. 내가 힘이 있는 한 계속하는 거죠."
12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열리는 청풍호 인근에서 만난 가수 김수철은 5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20대 못지않게 활기가 넘쳤다. ‘작은 거인’ 김수철은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면서 음악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뿜어냈다.
그는 영화음악가로도 유명하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서편제’ 등의 영화에서 국악을 한국 영화에 접목시켰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제천영화음악상을 받았다. 1983년 ‘너무합니다’로 시작해 ‘고래사냥’과 ‘고래사냥 2’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서편제’ 등 1990년대말까지 꾸준하게 영화음악을 만들었다. 최근 작업을 마친 임권택 감독의 신작 ‘달빛 길어올리기’까지 치면 25편에 이른다. ‘고래사냥’과 ‘금홍아 금홍아’에는 배우로도 출연했다.
김수철은 사실 솔로가수로 데뷔한 것보다 영화음악을 한 것이 빨랐다.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1980년부터 1983년까지 친구들끼리 돈을 걷어서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영화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 같은 게 없어서 현장에서 배운다고 한 거죠. 1인 다역이었는데 저는 음악하고 조명, 연출부를 맡았어요."
그는 밴드 ‘작은 거인’ 활동을 하면서도 친구들과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걷어 충무로를 드나들며 영화를 만들었다. 그때 함께 한 친구가 배우 송승환, CF 감독 김종원씨 등이다.
‘너무합니다’로 영화음악에 데뷔한 1983년부터 치면 27년이 흘렀고 단편영화 만들던 시절부터 따지면 어언 30년이 지난 셈이다.
당시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지옥의 묵시록’, ‘택시 드라이버’ 같은 영화도 미8군에서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자막 없이 볼 정도로 대학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김수철은 솔로가수로 데뷔해 ‘못 다핀 꽃 한송이’를 히트시키고 나서 ‘고래사냥’(1984)의 음악을 맡고 출연까지 했다. 그는 배창호 감독이 병태 역으로 자신을 캐스팅하자 영화음악을 맡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고래사냥’에서 ‘나도야 간다’가 히트했죠. 그 해 최고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였어요.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는데 가수가 영화배우 신인상을 받은 건 제가 처음이에요. 워낙 텃세가 심해서 잘 안 주는데 영화가 너무 히트해선지 저한테 줬죠."
’고래사냥’의 성공 이후 그는 굵직굵직한 영화의 음악을 도맡아 해왔다. 특히 일찌감치 국악 공부를 했던 김수철의 진가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서편제’에서 빛났다.
1990년대에도 그는 영화음악에 활발하게 참여했지만 1997년 ‘창’ 이후 영화음악과 한동안 멀어졌다. 올해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영화판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13년이 걸렸다. 그는 이어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의 음악을 맡았고 주경중 감독의 ‘현의 노래’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그는 "마음에 들어야 (일을) 하는 건데 그동안 흥미롭지 않은 대본만 들어왔다"면서 "이제 영화음악을 다시 하나보다 하고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로는 ‘고래사냥’과 ‘서편제’ 2편을 꼽았다. 특히 ‘서편제’에 대해서는 "국악공부를 13년 하고 만든 영화인데 우리 국악을 알리는 의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음악을 어떻게 만들까. 김수철은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른다"면서 "감독과 잘 맞으면 얼마든지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이 작업을 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지 물어보자 "몇 년 전에도 신인감독이 작품을 제안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 못 했지만 아이디어가 좋았다"면서 봉준호, 허진호, 이재용, 강우석 등의 이름을 댔다.
그러면서 "피 터지는 것만 아니면 된다. 사람 죽이는거, 잔인한 거는 안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영화에 직접 출연한 것은 ‘고래사냥’과 ‘금홍아 금홍아’ 딱 2편이다. 그는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발랄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음반시장이 무너진 탓에 앨범을 낸 지는 오래됐지만 공연은 꾸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에너지가 넘쳤던 그가 젊게 사는 비결이 뭔지 궁금했다 "제가 뭐 할아버지인가요? ‘젊게’라니요. 그냥 자기 좋아하는 거 하면 돼요. 폼 안 잡고. 하하하!"
(제천=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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