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 중인 은행강도 영화 ‘타운’의 감독이자 주연도 맡은 벤 애플렉(38)과의 인터뷰가 지난 10일 영화제가 열리는 토론토에서 있었다. 볼과 턱에 잔 수염을 하고 검은 셔츠를 입은 애플렉은 처음에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에 직선적으로 답했는데 이런 경직된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풀어지고 이어 농담과 유머를 섞어 대화를 나누면서 분위기를 녹여주었다. 다소 거리감이 느껴질 만큼 목에 힘주는 스타일이었지만 매우 성실하고 열성적이면서 또 진지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신은 보스턴의 영웅이다시피 한데 영화를 현장에서 찍은 경험은 어땠는가.
-나는 보스턴에서 자라 영화를 그 곳에서 찍는 일은 하나의 보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 곳은 추억이 많은 곳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내게 보스턴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 지역사회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준 것도 내겐 흡족한 일이었다. 미국은 이제 어디 가나 거의 똑같지만 보스턴은 아직도 독특한 지방색을 유지하고 있다.
*영화를 위해 은행 강도들을 직접 만났는가.
-그렇다. 진짜 은행 강도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라 신문을 꼼꼼히 읽고 연방수사국(FBI)과 보스턴 경찰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 관해서도 조사를 했다. 그리고 마침 지역 교도소의 간부가 나와 고교 동창이어서 그 곳에 수감된 은행 강도를 만나 얘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은행 강도들은 훔친 돈을 어떻게 쓰는가.
-내가 만난 강도들은 강탈한 돈을 보통 3~4개월 안에 다 탕진한다고 말했다. 그 돈으로 집도 차도 살 수가 없어서 외식하고 마약 하고 여자들과 파티 하는데 다 쓴다. 기껏 사 봤자 시계나 i폰 정도다. 5인조가 1년에 두 탕을 할 경우 보통 30만달러를 턴다고 한다. 그들은 부자도 아니고 또 저금 하지도 않는다.
*강도들은 보통 때는 평범한 시민인데 이런 이중성에 대해 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가.
-영화의 무대인 찰스타운은 노동계급 동네이다. 이들은 가족 간 유대관계가 매우 강해 아버지가 범죄자이면 아들도 범죄자가 되는 수가 꽤나 있다. FBI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또 범죄자들도 FBI를 잘 이해하고 있다. 둘은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둘의 삶은 서로 평행된 길을 달리고 있다.
*당신이 저지른 범죄는 무엇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가게에서 만화책을 훔친 것이다. 주인에게 붙잡혀 아버지에게 인계됐는데 화가 잔뜩 난 아버지가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이번이 두 번째 감독인데 당신 고유의 스타일이라도 있는가.
-그렇지 않길 바란다. 여러 분이 두 영화에서 본 것이 내 스타일은 아니다. 벌써 내 스타일을 만들기보다는 앞으로 더 나아지고 싶다. 매번 배우면서 나를 적응해 가고 있다. 굳이 내 스타일이라면 그 것은 내가 지금까지 경쟁하려고 애써온 감독들의 스타일을 축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 나 자신과 영화를 연구하면서 때론 타인의 장면을 모방하기도 한다. 때로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는데 이 영화는 범죄영화들인 미국 영화 ‘이디 코일의 친구들’(보스턴에서 촬영)과 이탈리아 영화 ‘고모라’에서 그 것을 받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 팍에서 촬영을 한 소감은.
-내 꿈의 실현이었다. 나는 자라면서 늘 거기서 야구구경을 했다. 거기서 촬영을 하는 것은 스릴이 넘치는 일이었다. 우리는 레드삭스가 원정경기를 떠난 사이 9일 간 촬영을 했는데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났는데도 예정분의 절반 밖에 못 찍어 이틀 간 강행군을 해야 했다. 너무 힘들어 내가 살아 있는 한은 다시 이곳에 안 오겠다고 마음먹을 정도였다. 그 곳에서 영화의 프리미어를 가질 예정인데 그것이 촬영보다 더 흥분된다.
*한 영화에서 감독과 배우 두 일을 동시에 하는 고충 또는 기쁨은 무엇인가.
-감독으로서는 모든 것에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더구나 이것이 이제 불과 나의 두 번째 연출작이어서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그런데 배우 노릇까지 하자니 자연 감독으로서 작품에 쏟는 신경을 어느 정도 짜내 양보해야 한다. 배우로선 이미 그 일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별 문제 없다. 감독의 진짜 일은 편집실에서 이뤄진다.
*두 딸(네살난 바이올렛과 한살반 된 세라피나 로즈)과의 생활에 관해 얘기해 달라.
-내 삶은 아주 좋다. 나는 매우 운이 좋고 가족 간의 멋진 삶을 누리고 산다. 내 아내(배우 제니퍼 가너)는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아름답고 총명하다. 난 매일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데 그 것이 날 행복하게 해 준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총을 가지고 놀면서 스릴을 즐겼다. 비록 가짜이지만 영화에서 총을 쏘면서 흥분감을 느꼈는가.
-처음에 전시된 총을 봤을 땐 아이 같은 흥분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것은 범죄폭력의 도구이기 때문에 내겐 그 것을 바르게 묘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폭력에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책임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사회가 총기를 든 자들을 마치 영웅처럼 얘기하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이런 사회적 현상이 남자들이 총을 들고 으스대면서 흥분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당신은 배우로서 정치에 관해 솔직한 의견을 말하곤 하는데 때론 사람들은 배우가 무슨 말이 많으냐면서 네 할 일이나 하라고 비판한다. 그 것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사람들은 정치인 아닌 사람들이 그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요즘에는 인터넷 때문에 정치토론이 매우 조야해졌다. 나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과거보다 많이 분열되고 또 논쟁이 심해졌는데 그 것은 우리가 변화와 정치와 세계 그리고 타인들에게 접근하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난 그래서 날 비판하는 것을 개인적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추호도 없다.
*당신의 첫 감독작 ‘곤 베이비 곤’과 이 영화는 모두 범죄영화인데 왜 범죄영화에 매력을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 난 이 두 범죄 얘기를 영화인으로서의 나의 절차로 여기고 있다. 둘 다 소설이 원작인데 그 얘기의 구성이 내가 감독으로서 팬들에게 사건 발생과 추적과 풀이의 과정을 제공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범죄영화이자 인물과 성격 묘사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범죄영화의 장르 속에 복잡한 인물 위주의 드라마를 혼성한 것이다.
*영화사에는 많은 ‘하이스트 무비’(강도질 영화)가 있는데 그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영화가 있는가.
-최고의 하이스트 무비는 ‘히트’다. 그리고 ‘리피피’ ‘뱅크 잡’ ‘킬링’ 및 ‘이디 코일의 친구들’도 좋아한다. 이런 영화들은 수 없이 많지만 누군가 매번 그 것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면 그 것을 새롭다고 느낄 수 있다.
*마틴 스코르세지와 스파이크 리 등은 뉴욕 감독이라고 불리는데 당신은 보스턴 감독이라고 불리고 싶은가.
-난 그들을 매우 존경한다. 그러나 난 그저 보통 감독이 돼 여러 다른 곳에서 얘기를 하고 싶다. 보스턴 얘기만 하다 보면 나중에 밑천이 달려 내가 어머니와 함께 자란 집 얘길 하게 될 텐데 그러면 누가 그 것을 보러 오겠는가. 그래서 다음 것은 다른 곳으로 옮겨 만들고 싶다.
*당신은 가족과 직업 면에서 모두 만족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무엇이 당신의 주목적인가.
-무조건 가족이 먼저다. 일로서는 다음 영화는 이것과 다른 것을 하고 싶다. 조금 더 시각적으로 흥미 있고 스케일이 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앞으로 10년간 가능한 한 많은 영화를 감독한 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보겠다. 그러나 나는 매우 조심해 영화들을 선택할 것이며 내 가치관과 창조적 본능에 맞는 영화를 만들 것이다.
*다음 영화는 무엇인가.
-자세히는 말할 수는 없지만 가을부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배우로서만 일한다.
*어느 감독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가.
-테렌스 맬릭이다. 그는 대단한 재능을 지닌 위대한 감독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의 하나다.
*감독과 연기 중 어느 것이 더 만족스러운가.
-둘 다 나름대로 만족감을 준다.
<박흥진 편집위원>
덕(벤 애플렉·왼쪽서 두번째)과 일행이 은행강도 모의를 하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