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우리 민족이 한국 전쟁의 아픔을 겪은 지 만 61년이 되었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글짓기 대회나 포스터 그리기 대회, 웅변대회가 열리곤 했다. 대회의 주제는 ‘반공’이었고 그 속에서 우리는 ‘6.25 사변’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교육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자녀들에게 6.25는 먼 나라 과거의 일이다.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무엇부터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을지 쉽지가 않아 보인다.
어린 시절 우리는 ‘간첩 잡는 똘이장군’ 이라는 만화영화를 즐겨봤다. ‘배달의 기수’ 같은 TV 프로그램 역시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제작되어 우리는 다양한 매체들 속에서 ‘반공방첩’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그 중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멜로디가 있다. 바로 ‘6.25의 노래’이다. 사뭇 진지한 자세로 배우고, 엄숙하게 불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세계의 역사 속에 전쟁의 아픔을 경험한 나라가 우리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서양음악을 전공하면서 나는 ‘민족주의’ 음악가들을 연구해 그들의 음악 속에 담겨있는 민족문화를 깨닫게 되었다. 음악이 민족을 하나로 만드는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훌륭한 예술가들이 한 시대를 살아가며 품었던 애국심은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민족주의’란 말이 요즘 시대엔 때로 편협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민족주의 음악’은 곧 ‘국민음악’이란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작곡가가 자신의 나라의 독특한 민속 리듬과 멜로디를 의도적으로 음악에 포함시킨 것을 일컫는다. 때문에 민족주의 음악은 특별한 역사나 상황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저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표현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낭만파 작곡가 쇼팽도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조국 폴란드를 그리며 마주르카나 폴로네이즈와 같은 민족성이 짙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냈다. 그 밖에 리스트와 브람스는 헝가리 집시음악을 작품에 끌어들이기도 했다.
이후 유럽에는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민족주의 음악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선봉에 있었던 작곡가들은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영국의 엘가 그리고 러시아 5인조인 발라키에프, 보로딘, 림스키 코르샤코프, 퀴, 무소르크스키 등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민족주의 작곡가는 누구일까?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1906-1965)선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안익태 선생은 ‘한국 환상곡’으로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작곡가로, 특히 이 곡은 우리 민족의 탄생으로부터 유구한 역사 속에서 외적의 침략에 항거하여 독립을 쟁취한다는 역사의 줄거리를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후반부에 나오는 ‘애국가’의 가락이 중심이 된 합창부분이다.
사실 이 곡이 할리우드에서 초연되었을 때에는 8·15 광복까지만 담고 있었지만, 6·25 후에 다시 민족수난인 한국전쟁의 과정을 추가로 삽입하여 그는 전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추가한 이 부분에서 그는 조국수호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의 진혼을 위한 무거운 장송곡을 담았고, 전체 민족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종결부에 이르러 곡은 끝이 난다.
이 곡은 한 마디로 말해서 안익태 선생의 나라사랑이 음악으로 응집된 걸작이라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곡의 초연이 일제치하인 1938년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미국 땅에 사는 우리에게 이미 6.25는 외국 사람들이 말하듯 ‘The Korean War’라는 하나의 역사적 사건쯤으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하지만 아직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 우리는 자녀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 오늘 안익태 선생의 ‘한국 환상곡’을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지난 역사와 오늘의 현실을 이야기 해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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