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나는 아주 소중하고 값진 경험들을 한다. 그중 하나는 2주간 펼쳐지는 아이딜와일드 서머 피아노 캠프다. 전국각지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캠프인데, 처음 만난 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내가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많을 걸 배우게 된다.
또 다른 소중한 경험은 SYMF라는 로컬 음악 콩쿠르다. 내가 지도했던 제자들이 참가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한다. 하루 8시간씩 수십 명의 음악도들을 만나고, 그들의 음악을 며칠에 걸쳐 들으며 음악 속에 푹 빠져 있다 보면 평소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된다.
지난 주, SYMF 콩쿠르를 심사하고 돌아오며 생각했다. 음악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콩쿠르의 의미에 대해서 말이다.
‘콩쿠르’의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콘’은 ‘함께’, ‘쿠르세’는 ‘뛴다’는 뜻으로 ‘콩쿠르’는 본래 스포츠 경기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것이 예술에 전용되어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무용 등 각 예술분야의 경연대회를 가리키는 명사가 되었다.
음악 콩쿠르의 목적은 ‘신인 발굴’과 그들의 음악활동에 대한 ‘후원’이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쇼팽 콩쿠르와 같은 세계적 콩쿠르는 지금까지 유능한 신예 음악가들을 발굴했고, 그들은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음악가들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제무대가 아닌 우리 자녀들이 도전하는 로컬 콩쿠르의 목적은 조금 다르다. 그 목적은 바로 도전과 성취감에 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콩쿠르는 신선한 ‘자극’이 되어 동기를 부여해주고, 아이들을 음악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콩쿠르에 도전하다보면 짜릿한 승리의 쾌감도 맛보지만 고배의 쓴맛을 보며 낙망하기도 한다.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뜻을 이루게 되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후 실패했더라도 좌절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그것을 기회로 삼아 자신을 채찍질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노력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쿠르에서 잘못된 도전과 무리수로 인해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대학 입시를 위한 특별활동 ‘크레딧’을 따기 위한 목적이 문제이다. 때로 학부모와 선생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좋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건강한 음악인으로 성장해야 할 우리 아이들을 아프게 만들 뿐이다.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또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그들을 지켜보며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콩쿠르에 나갈 아이를 건강하게 지켜줄 주의사항이라 하면 좋을 것 같다.
첫째, 충분히 준비한 후 나갈 것. 잘 준비되지 않으면 상처만 받기 쉽다.
둘째, 절대 출전한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나무라지 말 것. 음악교육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콩쿠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음악 공부의 진정성과 흥미를 떨어뜨리게 한다. 때문에 콩쿠르 참여와 우승이 최대 목적이 아니라 음악을 즐기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새로운 아름다운 곡들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넷째, 소화하기 힘든 곡을 가지고 무리해서 나가지 말 것. 아무리 예쁜 옷이라 해도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라면 예뻐 보일 수 없다. 자신에게 맞는 옷, 맞는 음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적당할 땐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너무 무리하게 도전하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그까짓 메달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녀의 음악교육은 타고난 재능과 가능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래야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에게도, 그 음악을 듣는 우리에게도 더욱 아름답게 들릴 테니 말이다.
앤드루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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