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엔 공부, 운동, 악기 등 못하는 것이 없는 팔방미인이란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신나게 놀고 집에 와서는 밤을 새워서 라도 해야 할 공부는 꼭 했기에 공부도 잘하면서 놀기도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소위 명문대 졸업 후 남들이 알아주는 회사에 무난히 입사했고, 버는 돈을 자신에게만 투자해도 되는 가정환경 덕에 외적 내적으로 자기관리도 잘 하는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같은 회사의 입사동기, 같은 대학 출신, 비슷한 동네에서 자란, 혈액형까지 같은 세 친구는 이렇게 인생이 잘 풀리는 덕에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에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몇 년 간격이 있었지만 셋 모두 같이 일 할 때, 또래의 남자들과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고, 신기하게도 결혼 얼마 후 남편들의 직장 때문에 각각 다른 도시로 미국이민을 오게 되었다. 연고도 없고 언어도 완벽하지 못한 미국생활이다 보니 한국에서처럼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엔 장벽이 많고 공부를 새로 하기엔 나이도 많은 듯 했다.
그러다 보니 “열심히 살았기에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림은 닥치면 다 하게 된다’던 친정엄마의 말만 믿고 가장 쉬워 보이던 남편 내조와 출산 및 육아를 그녀들은 본업으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공부나 직장생활을 잘 해내는 모습을 보고 아내나 엄마로서의 새로운 본업도 똑 부러지게 잘해낼 것이라 믿던 남편에게, 기본기 없는 그녀들의 살림 실력은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의 초보 주부시절 모습을 알 길 없는 남편들은 살림의 능력자이신 어머니와 아내를 비교하게 되고, 그런 남편과 아내의 갈등은 계속됐다. 늘 칭찬과 인정받기에 익숙한 그녀들에게 남편의 잔소리와 실망은 평생 처음 받아보는 최악의 성적표가 되어 마음의 상처와 좌절로 남게 되었다.
해가 거듭되면서 그녀들의 살림솜씨는 나아졌고, 남편들도 자신들의 지나친 기대를 인정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살림 자체로 인한 싸움이나 갈등은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 그녀들은 이제, 부모형제 없는 땅에서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며 아이들 키우는 것이 힘이 든다고,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재테크는 둘째 치고 매달 생활하는 것도 빠듯하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남편들은 사랑하는 아내가 행복해지길 바라며 도우미 아줌마를 고용할 수 있게 돈을 더 벌어다 주면 행복해질 것 같은지 물었다. 그제서야 그녀들은 자신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도우미가 살림을 해준다고 해도, 남편이 돈을 더 많이 벌어와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진다고 해도, 뭔가 부족한 듯한 삶에 대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친구는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남들로부터 인정 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에 자신들이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남들의 기준에서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자신의 기준에서 행복한 아내,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함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녀들은 자신만을 위한 구체적인 꿈을 꾸며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니 발목을 잡는 것으로만 느껴지던 ‘이민’ 생활이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조건으로 보이고, 어떤 희망으로 가슴에 뜨거운 열정이 차올랐다.
여성이 결혼해서 아이 키우며 정신없이 몇 년 살다 보면 대부분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회의가 들곤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이 감사하기만 한 현실에 엉뚱하게 불평을 쏟아내기도 한다. 꿈을 꾸어보길, 꿈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길, 계획을 하나씩 실천해가면서 행복을 맛보길 바란다.
실비아 김
팬컴·전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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