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발언이 있었다. “의원이 자신의 섹스 스캔들과 관련해 빌 클린턴에게 사과해야한다고? 아니, 왜? 클린턴의 카피라잇을 침해해서? 아님 클린턴의 특허를 맘대로 사용해서?”(The Congressman had a sex scandal and had to apologize to Bill Clinton? For what?! Copyright infringement? A patent violation?).
이것은 정치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Jon Stewart)가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정치인을 비웃으면서 빌 클린턴을 빗대어 남긴 유명한 정치유머이다. 현재 엉망진창으로 돌아가고 있는 미국경제, 외교현실을 놓고 “오바마는 자신이 다시 대통령으로 재임될까 봐 두려울 것이다”라며 현직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 CBS의 데이빗 레터맨(David Letterman)과 오바마 대통령의 무능력을 ‘혼돈(confusion), 망상(delusion), 절망(desperation)’이라고 풍자한 NBC의 제이 레노(Jay Leno)는 미국의 늦은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정치인들에게 신뢰받는 코미디언들이다.
한국의 코미디버라이어티쇼인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활동중인 개그맨 최효종이 강용석의원에게‘국회의원모독죄’로고소를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효종은 개그쇼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법’이라는 주제로 이른바 줄 잘 서고, 청탁 잘 하고, 선거철 비현실적 반짝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평소 가지 않는 시장에 가서 서민들 한번 만나 주는 것이라고 비꼬아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그리고 이 개그가 국회의원을 집단적으로 모독했다고 강용석의원은 고발한 것이다. 한편 강용석의원은 지난 여름 대학생들과 만남에서 여성비하 발언으로 여성 아나운서연합회로부터 고소당하고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후 현재 3개월가량 무소속이다.
개그 코미디란 현실에 근거한 풍자가 되었을 때 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엎어지고 넘어지는 이른바 몸개그의 한계를 벗어나 정치현실이나 정치인의 비리나 잘못을 풍자하여 사람들로부터 ‘웃음의 자각’을 일으키는 것이 정치개그의 존재이유이다. 개그콘서트의 최효종이 국회의원 되는 법과 관련해 거짓에 기반한 국회의원 비방, 모독을 했다면야 할 말이 없겠지만 이건 누가 들어도 한국 국회의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단면이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국민의 발언의 자유를 지켜줘야 할 국회의원이 개그맨을 고소하다니 이거야말로 코미디가 아닌가 싶다.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코미디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현실과 수준을 드러내는 씁쓸한 코미디 말이다.
정치적 입장이야 어떻든 빌머(Bill Maher), 존 스튜어트(Jon Stewart), 루이스 블랙(Lewis Black), 조지 칼린(George Carlin), 데니스 밀러(Dennis Miller)가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코미디는 미국들이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민주주의의 역사만큼이나 지속될 것이다. NBC가 1975년 시작한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aturday Night Live) 역시 매주 마다 정치인과 정치현실을 풍자하며 미국인이 사랑하는 최고의 코미디 버라이어티쇼로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1999년 이래 시작한 한국 코미디 버라이어티쇼 개그콘서트가 이제 겨우 정치코미디로 제 몫을 하도록 한발 뗀 것이다. 어찌됐건 이번 고소사건으로 강용석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법을 위협한 국회의원으로, 최효종은 정치코미디언의 실험적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이 글을 쓴 이후 지난11월29일 강용석의원은 개그맨 최효종에 대한 국회의원 집단모독죄 명목의 고소를 취하하였다. 고소를 접수한지 12일만의 해프닝이었다.
문선영/ 퍼지캘리포니아 영화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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