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한국에선 ‘목돈 1억 만들기’에서부터 10억 만들기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이 유행이라 한다. 한국에 사는 한 친구가 그 통장에 가입했다며, 돈을 모으기 위해 매달 월급의 반이나 되는 돈을 저금해야 한다고 불만을 늘어놓았다. 물론 본인이 결정한 것이고, 그로 인해 지금 당장 절약해야 하는 건 불편하고 힘든 일일 것이다. 쇼윈도에 진열된 신상 휴대폰은 구경만 해야 하고, 맘에 드는 골프채는 그림의 떡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돈을 저금하며 차곡차곡 쌓이는 기쁨도 클 텐데, 그 친구는 불만뿐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 친구에겐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 목돈을 만들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그 돈으로 집을 사든, 차를 사든, 더 큰 그림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먼 미래에 목돈을 만들어 어떻게 사용할지 그에 대한 상상만으로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목적 없는 목표는 불만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요즈음 필자에게 찾아온 새로운 고민, 그것은 바로 ‘삶의 목적’이다. 지금껏 음악인으로 크고 작은 확실한 목표를 갖고 살아왔고 또 현재도 그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전진하고 있지만, 때론 ‘내가 음악인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곤 한다. 목표를 찾아가는 길을 잃고 있는 건 아닌지, 나 스스로에게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표는 우리가 이루어 가야 할 큰 꿈이다. 너무도 다행히 어릴 적부터 훌륭한 음악가가 되고 싶은 꿈과 비전은 단 한 번도 내 마음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 꿈을 향해 매일 매일의 삶에 충실하려 노력했고, 작게는 당장 몇 시간 후의 일부터 크게는 먼 미래의 일까지 계획하고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때론 성공을 맛보기도 하고 때론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가 세운 꿈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순간순간 즐기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에는 LA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고통을 참고 앞만 보면 달리는 수만명의 마라토너들. 그들에겐 분명 각각의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참가에 의미를 둔 사람들에서부터 1등을 목표로 세우고 달리는 사람들까지, 각자가 세운 목표에 따라 흥분과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그날 미주 한인 마라톤 동호회의 40여명 회원들도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숨은 목적은 특별했다. 1마일을 달릴 때마다, 각각의 후원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기로 했고, 그 기부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사랑의 달리기’ 그들의 목적은 마라톤 완주가 아닌 누군가를 돕는 것에 있었고, 그들이 달리는 목표는 ‘함께 느끼게 될 행복’에 있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돈과 명예, 그리고 성공을 꿈꾼다. 그것은 몇 달, 그리고 몇 년의 삶의 목표가 될 순 있다.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삶의 목적은 될 수 없을 것이다. 며칠 전 TV 토크쇼에 출연한 배우 차인표씨는 그가 봉사하고 있는 국제 양육 기구 ‘컴패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곳에 있는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그는 50명의 해외 아이들과 결연해 그들을 돕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고, 그들을 위해 결연을 호소하는 그의 모습은 멋져 보였다. 그는 도리어 “이런 행복한 삶을 살게 해 준 입양된 두 딸과 해외 각지에 마음으로 품은 50명의 자녀들에게 오히려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삶의 목적을 묻지는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 그것 아니었을까?
내게 주어진 일을 즐기고, 허락된 시간에 감사하며, 내 주위 사람들을 아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을 돌보는 삶. 그것이 나의 인생의 목적, 그리고 당신의 인생의 목적이 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앤드류 박 /‘박트리오’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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